“사회 보수화 심각, 언론 균형잃은 탓...올해·내년 노조 최대 과제는 산별전환”

“사회 보수화 경향이 심각합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 균형감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본의 영향력은 점점 커집니다. 하지만 사회를 견제할 수단중에 언론이 자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습니다.”

20일 현재 단식 10일째를 맞는 조준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참여정부 이후 두드러진 사회보수화와 언론의 태도에 대해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1일부터 ‘한미FTA 반대, 노동법 개악안 저지’ 등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조 위원장은 19일 최근 급격한 체력저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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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은 어떤가=아직 견딜만하다. 매일 아침 보건의료노조에서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 이번 단식의 의미는=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반대하는 민중의 뜻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의 정점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은밀하게 비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관련법이 처리됐고, 노사관계 로드맵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반대하자는 의미다.

- 올해는 특히 노동계 구속자가 많았다=참여정부 들어 탄압 수준이 높아졌다. 11월 현재 187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지난해는 109명이 구속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71%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 비정규직 구속자는 얼마인가=구속자중 90.9%인 171명이 비정규직이다. 지난해 92명의 2배나 늘었다.

- 이유는 무엇인가=비정규직 구속이 주로 4~7월에 발생했다. 이는 지입차주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 6~7월에 건설일용 및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조들의 임단투가 집중됐다.

- 올해 활동을 평가해달라=가장 큰 성과는 산별전환을 가속화한 것이다. 금속·운수·공공서비스 등은 이미 산별체계를 갖추고 있다. 올해는 78% 산별전환율을 보이고 있는데, 내년에는 90% 수준이 될 것이다. 또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연대활동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었다. 한미FTA 반대 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에서 농민과 빈민 등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회적 요구를 하나로 모아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대도 강화됐다. 미국노총이 한미 FTA 반대를 두고 공동 투쟁을 조직했고, 지난달 민중총궐기 때는 50개국 노조조직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왔다.

- 총파업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다=올해는 12번 총파업을 했다. 참여율은 20% 수준이었는데, 일부에서는 참여도가 낮다며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계와 비교해보면 이 정도 수준의 참여율은 매우 높은 것이다.

- 외국 노조와 비교하면=우리는 현재 기업별 노조가 중심이다. 외국의 산별체계로 벌이는 파업보다 훨씬 어렵다. 수차례 총파업을 하면서 참여율을 유지하는 것은 조직이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본다. 세계적으로도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총연맹은 드물다. 다만 우리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이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방식을 찾지 못한 점은 한계로 보아야 한다.

- 올해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등 조직혁신을 실현하려했다. 대의원들의 뜻은 모았지만 실제로 제도를 바꾸는데 이르지는 못했다.

-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하반기 들어 당면한 과제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너무 실망해서도 안 된다.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선거를 직선으로 하는 곳은 아직 없다. 우리가 그만큼 선진적이라고 봐도 된다.

- 직선제는 계속 시도될 것인가=대의원 대부분 공감한다. 이젠 실질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소멸된 주제가 아니니,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일은=하중근 열사 문제를 제대로 처리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일이었다. 현 정부는 사과조차 안했다. 군사독재시절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 내년 민주노총을 전망한다면=새 집행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과제를 세울 것이다. 노동운동 환경은 올해의 연장선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정치적 격동기를 맞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비정규직·실업자 등 소외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 이번 집행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그렇다.

- 새 집행부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산별체제를 완성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노조뿐만 아니라 정부·사용자 모두의 숙제다. 산별시대에 걸맞는 교섭구조와 제도를 갖춰야 한다. (인터뷰=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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