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악법 저지투쟁

다시 시작된 노동악법 저지투쟁=2003년 4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노사정위원회 내에 ‘노사관계발전추진위원회’가 설치됨으로써 노사관계로드맵 문제가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6년 비정규확산법이 날치기 처리되고 반노동자적인 로드맵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둔 지금 정부가 내세운 ‘사회적 통합’이라는 명분은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양대 노동자 조직은 사안에 대하 시각을 달리하면서 대립으로 치닫았으며, 정부와 자본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한국노총 관료들은 민주노총이 대표하는 70만 노동자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서 배제시켰다. 또 8만 당원을 위시한 민중진영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존재를 국회에서 무력화시킴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비정규확산법과 로드맵법 등 노동악법 문제는 1월 한국비정규직센터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이 한길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발표로 2006년 첫 발을 땠다. 성인남녀 700백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기간제 노동에 있어서 사유제한을 해야한다.(57.1%) △2년 기간제한을 해야 한다.(38.9%) △2년이 경과되기 전에 해고할 것(62.1%)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2006년 노동악법 저지투쟁에 대한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1월 11일 제1차 중앙위를 열어 2005년을 평가하고 2006년 노동악법 저지투쟁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날 회의는 “정부 개악법안의 기조를 분쇄하는 데 일정정도는 성공하였으나 권리보장입법을 쟁취하지는 못했다”고 2005년을 평가하였다. 또 “총파업을 비롯한 대중투쟁과 4월(05년) 노사정교섭, 11월(05년) 노사교섭을 통해 민주노총의 권리보장 입법요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정부법안의 문제점을 폭로하였으나 비정규조직화를 위한 50억 모금사업과 활동가 육성사업은 지지부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06년 노동악법 저지투쟁 1막=정부와 여당은 민주노총의 선거를 틈타 2월 10일 비정규법안 상정처리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즉각 총파업으로 맞대응 할 것을 경고하고 나서는 한편 2월 7일부터 4기 보권선거 입후보자들이 공동으로 국회 앞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8일부터 총파업 투쟁을 경고했다. 결국 2월 27일 열우당과 한나당은 담합하여 민주노동당의 저항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비정규직 법안을 환노위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월 22일 보궐선거에 당선돼 취임한 조준호 집행부는 숨 고를 겨를도 없이 민주노총을 ‘긴급 총파업 비상대기’ 상태로 전환시켰다. 이후 28일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하였고 민주노동당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악법법을 결사저지했다. 3월 1일에는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총파업투쟁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3월 2일에는 108개 사업장 19만여 명이 총파업을 벌였다. 마침내 2일 저녁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은 4월 임시국회로 다시 넘어갔다”라고 발표해 국회처리 무산을 확인시켰다.
4월 10일부터 14일까지 민주노총은 다시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강행처리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맹 순환총파업을 벌이는 한편 △직권중재조항 폐지와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공무원 교수교사 노동3권 보장/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산별교섭 보장과 산별협약 제도화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손배가압류와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 △비정규노동자 노동3권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조항 폐지 △고용안정 보장 등 8대 요구안도 내걸었다. 또 국회 법사위가 열리는 21일 미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날 파업에는 107개 사업장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결국 27~28일로 연기된 비정규법안 처리는 다시 5월로 연기 되었다. 민주노총 총파업과 더불어 사학법 문제는 보수양당의 담합을 늦췄다.

2막 , 야합과 날치기...강행처리=6월 19일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로 노사관계 로드맵의 허구성과 반노동자성을 폭로하고, 이에 맞서는 민주노총의 노사관계 민주화 요구안을 쟁점화 시킨다는 계획아래 중집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포함한 투쟁방침을 세웠다. 9월 2일까지 10차에 걸쳐 진행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합의사항 없이 마무리 되었으나 한국노총과 경총 대한상공회의소는 복수노조금지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5년 유예하는 것을 합의한 안을 내놓아 이후 야합을 예고했다.
결국 9월 11일 민주노총을 배제한 노사정 5자는 한국노총을 앞세워 5년 유예를 3년으로 바꾸고 대체인력 합법화와 필수공익사업장 파업파괴를 골자로 하는 로드맵법안을 합의했다. 이른바 9.11야합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로 해체를 주장하는 파국을 맞았고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 해고자들은 한국노총 임원실 기습점거를 감행하고 전원 구속되기도 했다. 또 민주노동당, 참여연대를 비롯한 각계여론은 야합을 비난하고 나섰고 민주노총은 9월 19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한국노총과 공조파기’, ‘노사정대표자회의 용도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대대의 보고자료는 △산별교섭 제도화, 특수고용, 공무원교수 노동3권 문제를 의제로 포함해 쟁점화 △복수노조, 전임자, 직권중재, 근기법을 제외하고는 개악안 저지 △한국노총-경총-노동부 야합의 부당성과 허구성 폭로 등을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의 성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산별교섭,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노동3권 등에 관한 제도개선안 도출 못함 △한국노총-정부-경총의 야합이 예상됐음에도 저지 못함 △교섭전술이 풍부하지 못했고 대중투쟁과 결합되지 못한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고 노무현정권 퇴진과 로드맵입법저지를 위한 11월 15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이후 민주노총 11월 15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마침내 22일부터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포함한 무기한 총력투쟁을 벌이고, 파업역량이 부족한 보건의료노조는 89명의 집단삭발로 투쟁결의를 밝혔음에도 11월 30일 국회 본회의는 비정규확산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또 12월 8일에는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의 로드맵법안 철회요구에도 불구하고 소폭 수정된 로드맵법안이 국회 환노위에서 마침내 강행처리 되었다. 이에 항의해 민주노총의 전간부들은 격렬한 상경투쟁으로 경찰과 충돌을 빗었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투쟁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 12월 11일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12월 21일 현재 로드맵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인터뷰

△노동악법 반대투쟁에 있어서 원내투쟁의 성과와 한계는=9명의 의원들이 일치 된 견해로 맞섰다는 것이 적은 성과 중의 하나이나 한계는 분명했다. 진취적인 투쟁, 저지투쟁, 쟁취투쟁은 각각 성격이 다르다. 저지투쟁으로서 노동법 개악투쟁의 한계는 있었다. 결국 9명이 모두 의원직을 내던지고 투쟁하지 않는 한 교섭은 불가피했다. 그렇게 차차악을 감수했지만 처절함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절반의 의원들이라도 의원직을 걸고 행동했어야 했다.

△현실의 한계를 가볍게 여긴 채, 개악전면저지를 주장하며 대화와 투쟁을 병행했던 민주노동당 위원단의 개악저지 투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노동기본권에 대한 충분한 인식하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전체 민중진영이 파견한 소규모 부대였다는 성격규정을 한 것과 더불어 그 힘의 한계도 분명히 한 것이 비판의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의원들의 힘이 대중투쟁에 규정받는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한 측면 의원들의 역할만을 부각시킨 지점이 아쉽지만 그렇더라도 의원직을 내걸고 투쟁하지 못한 진정성 부족은 인정해야 한다. 이는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상층지도부 모두에게 해당된다.

△노동악법 반대투쟁에 있어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연대의 수준과 내용은 충분했는가=당과 노동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는 최초의 대규모 투쟁이었기에 많은 미숙함을 낳았다. 민주노총의 투쟁과 당의 교섭력으로 형성된 전선이 로드맵 투쟁에서는 분명해 졌으나 국회에서 전략적 입법을 논의 한다는 것은 사실 많은 무리가 따른다. 민주노총과 당은 전술적 입법에 대한 세밀한 협조 하에 전략적 입법을 구호화 해야 했다. 그럴 때 각각의 역할에 맞는 효과를 상호작용을 통해 혼선없이 극대화 할 수 있다.

△비정규확산법과 로드맵법으로 내년 노동자계급의 삶과 투쟁은 어떻게 변화되는가=단언컨대 2년 후 정규직화는 일반적일 수 없다. 다 알겠지만 일반화 되는 것은 빈번한 계약해지와 해고다. 이런 현상은 공기업 사기업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 법이 시행되는 7월 이전에는 단기고용이 난무할 것이다. 고용안정 투쟁이 자연스레 부각될 것이고 파견직이 확대됨에 따라 고용안정 투쟁의 흐름은 정규직 사업장을 중심으로 뚜렷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변화된 삶과 투쟁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민주노총은 산별시대에 맞게 노조가입의 문턱을 낮춰야 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계급적 내부연대를 확장시켜야 한다. 이를 기초로 완성도 높게 노동자 항쟁을 준비해야 한다. 당은 전 지역위가 조합가입을 위한 허브와 인입구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문제를 정치사회 의제로 만들기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박성식 기자 bullet19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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