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노조탄압, 경찰투입 위협 속에서 파국이 우려되던 구미 코오롱 사태가 파업 두 달여만 지난 8월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는 이날 2004년 임단협과 신규투자 관련 별도합의서 등에 잠정합의했으며, 노조(위원장 장철광)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1천227명(전체 1천428명) 중 835명(68%)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노사간 주요합의 내용은 △올해 10월1일부터 4조3교대제 시행 △지난 7월1일부로 주40시간제 시행(노동조건 보전) △민형사상 모든 소 취하 △징계 최소화 등이다.
쟁점이던 신규투자와 관련해서는 △구미공장에 신규투자 시행 △노조는 신규투자 확정공정의 설비보호 위해 정상가동 유지 △시운전 후 핵심공정 필수인원 별도 합의 △여유인원으로 인원충원, 여유인원 없을 경우 신규채용 등에 합의했다.
강상철 prdeer@nodong.org

코오롱 '합법파업'에 경찰투입 위협
6중대 2천여명 배치 긴장…"자율교섭에 도움 안돼" 비난 일어

고용보장과 신규투자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코오롱노조의 파업이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빌미로 병력투입을 위협해 말썽이 일고 있다. 지난 6월23일부터 펼쳐지고 있는 노조의 파업은 노동관계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합법인데다 '체포영장 발부자 검거'라는 명분 역시 구태여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월13일부터 공장주변에 전투경찰 6개 중대(2천여명)를 배치한 가운데 연일 '병력을 들여보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 구미지역협의회는 16일 성명을 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파업에 물리력을 동원해 노조의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고 반문하며 노사자율교섭 보장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사측은 파업 20일이 넘도록 교섭을 외면하다가 노조의 쟁의권을 원천 부정하는가 하면 위원장에게 직권조인과 자진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힌 뒤 "공권력에 의한 파업파괴는 끝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미지역협의회는 이와 함께 "정권의 폭력 아래 코오롱이 무력화된다면 지역내 다른 투쟁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찰투입 시 전체노조 파업과 매일 지역집회 △18일 오후 3시30분 경찰투입 저지집회 △노조대표자 전원 코오롱 천막농성 참여 △16일부터 코오롱 정문 앞에서 퇴근시간 집회 △16일 오후7시 전간부 결의대회 등의 투쟁지침을 내렸다.
노사교섭이 계속 진행되는 있는 가운데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코오롱노조 1천500여 조합원은 경찰투입 위협 속에서도 파업대오를 굳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사측은 지난 13일 파업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이곳 자유게시판에 사측 관리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구미) 간부를 간첩으로 매도하는 등 인신공격을 저질러 말썽이 일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노조의 파업돌입일(6월23일)에 사내하청업체와 3개월 동안의 휴업수당 지급에 합의한 문서가 발견돼 사측이 장기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경총은 지난 11일 이례적으로 <코오롱 파업 관련 의견>을 발표해 노조의 파업을 '고임금 노동자들의 극단적 집단이기주의'라고 몰아세우면서 '불법파업을 조속히 종식하기 위해서는 주동자 등에 대한 조속한 처벌 등 엄정한 법집행이 절실하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노동과 세계 kctuedit@nodong.org


<b><노동과 세계> 298호 '현장통신'

구미 코오롱노조 상경투쟁 나서</b>

지난 7월5일 오전 9시. 구미공단 (주)코오롱 민주광장에는 사측의 성실교섭을 끌어내기 위한 상경투쟁단의 결의가 새롭다. 위원장의 투쟁연설은 1천4백여 조합원의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상경투쟁단은 애초 2박3일 예정으로 올라왔지만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에 무기한투쟁으로 바꿨으며, 참가자도 늘렸다. 사측은 지난 5월부터 "한계사업 정리를 통해 205명을 구조조정 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섭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노조는 이에 대해 신규투자를 통한 고용안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11차교섭(6월3일)을 끝으로 지난 6월23일 신규투자 이행과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주)코오롱 구미공장은 1969년에 설립된 스판덱스, 필름,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 제조업체로 2002년에는 일부 적자 속에서도 설립이래 최대흑자를 내는 등 경영상의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그러면서도 기계에 매달려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댄 것. 말로만 신규투자를 들먹일 뿐 파업 보름이 지나도록 공식발표를 미룬 채 "노조 때문에 신규투자가 어렵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때 3천700명이 밤낮 기계를 돌리던 때도 있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인력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2천500여명이 회사를 떠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25만평 부지의 절반이 비어버린 공장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1천4백명 노동자의 요구는 절박할 수밖에 없다. 구미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만 투자했어도 세계적 기업이 되었을 터이니 노동자들이 신규투자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적자사업 정리를 노조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신규투자 계획을 세워 장기적 발전과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윤에 눈먼 기업주들은 값싼 투자처를 찾아 멀쩡한 공장문을 닫고 수십년 동안 피땀 흘려온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같은 제조업공동화는 고용 없는 성장과 실업, 늘어나는 카드빚과 가계부채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달 전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는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코오롱 이웅렬 회장은 9시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2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그 가운데 60%(1조2천억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노동자들은 지금 무너지는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고, 희망을 일구는 투쟁을 하고 있다.
김승훈/구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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