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77만 조합원 열 중 여덟이 산별노조로 조직전환 할 것을 찬성하고 있다. 2006년, 마침내 산별노조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민주노총의 산별전환 총투표는 한국노동운동사의 일대 전환을 이룬 사건으로 기억되고 위기에 봉착한 노동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있다.
3월 제3차 중앙위에서 결정된 방침에 따라 민주노총은 올해 6월과 11월, 각각 1차와 2차로 나눠서 산별로 조직형태 변환을 위한 집중 총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12월 21일) 민주노총 조합원 78% 이상이 이후 산업노조로 조직전환을 결의했거나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 된 상태이다.
이에 관련하여 6월 진보학계의 교수 273명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로의 조직전환을 간곡히 당부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교수들은 IMF 경제위기를 틈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이 계속되고, 노동조합을 크게 약화시킬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증가로 이미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또 “조직률은 10%선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여전히 기업별노조에 머물러 있어 있는 역량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산별전환을 이뤄 “노동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또한 비슷한 시기에 “1천 5백만 노동자의 희망! 산별노조 건설에 함께 합시다!”라는 산별전환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편 6월 22일 민주노총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선진 노사관계로드맵 저지와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과제’ 토론회에서는 산별건설의 장애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설문결과는 장애의 “지도부 요인으로 대기업 노조 간부들의 기득권 유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과 단위노조 집행부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또 “조합원 요인은 기업별노조에 안주하려 한다거나 예상되는 불이익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산별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과 공감이 부족해서라고” 밝혔다. 이 결과는 이후 산별전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산별전환은 무리 없이 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고무적으로 평가받았다.
6월에 진행된 1차 산별전환 투표에서는 금속산업연맹과 화학섬유연맹 소속 11만 명의 조합원들이 산별전환을 결의 했다. 특히 금속산업연맹 소속 자동차 완성 4사(현대, 기아, GM대우, 쌍용자동차-조합원 수 10만 여명)의 산별전화 결의는 산별전환을 대세로 만들었고 그 중에서도 최대 단일노조 현대자동차의 산별전환 성공은 많은 기업별노조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12월 20일 오후 2시부터 21일 아침 10시까지 마라톤 대의원대회를 열어 산별전환에 맞게 규약을 개정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1월 23~24일 대의원대회에서 다루지 못한 안건을 처리하지 위해 속개된 회의였지만 제적대의원 653명 중에서 476명의 대의원이 참가해 73%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이날 9시간이 넘게 토론한 조직체계에 있어서는 산별노조 정신에 따라 모든 조직은 지역지부로 재편하되, 조합원이 3천명 이상이고 3개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대기업의 경우 3년간 지역지부 재편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 10월부터는 모든 조직이 지역지부로 재편된다. 금속부문은 그간 노동운동의 핵심역할을 해왔고 산별전환에 있어서도 그 역할은 다르지 않아 금속대대의 결정은 이후 산별전환을 이루는 조직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1월에는 약 5만의 운수노동자와 3~4만의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각각 운수노조와 공공서비스노조를 건설하여 함께 통합공공운수연맹을 창설한 후, 2007년 말까지 15만 규모의 공공운수서비스노조를 완성할 예정이다. 7만여 명의 사무금융연맹은 2007년 1월까지 모든 노조들이 산별전환을 결의, 2월에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산별노조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서비스연맹도 2007년 중에는 산별노조로 전환을 결의하고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비롯하여 20여개의 대·소 산별노조를 감안하면 2007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의 90% 이상이 산별노조로 조직형태가 바뀐다.
반면 노동자들의 이러한 역사적 전환과 달리 보수언론은 “산별노조, 파업과 낭비만 부추긴다”는 등의 논조로 산별전환 움직임을 호도하고 경총 또한 ‘2006년 단체협약 체결지침’을 내놓고 산하 회원사들에게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산별노조의 폐해를 알려 기업별노조를 유지토록 할 것”을 권고해 노동계에 역설적으로 산별전환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인 산별시대가 되면 교섭의제도 산업별 업종별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민주노총의 조직형태는 물론 성격도 바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단위노조들의 연합체로서 상징적인 대표체였다면 산별노조시대의 민주노총은 강력한 힘과 규모를 지닌 몇몇 대산별 노조의 연맹체로 거듭나 그 역할도 새롭게 규정받게 된다.
아직 산별시대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불허이지만 기업별 체계에 기초한 현행 노동법과 노동운동이 빈번한 마찰을 빚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노사협상에 있어서는 현재의 보건의료노조나 금속노조처럼 사용자가 임의의 단체를 구성하여 노사교섭에 나설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노사관계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기 결성된 산별노조의 결속력을 다지고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사업에 집중, 산별노조체계가 정착할 수 있는 투쟁에 집중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전망했다.
박성식 기자 bullet1917@hanam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