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 해의 운동정세를 외마디 구호로 외친다면 “반미!”다. 반미가 곧 반전이고, 반미가 곧 반제국주의이며, 반미가 곧 반핵평화와 통일인 것이다. 한미FTA에도, 평택에도, 이라크에도, 그리고 북핵의 배후에도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 빈곤의 세계화의 중심에도 미국이 있다. 세계화에 사로잡힌 자본과 그 대리자들인 국회는 ‘경쟁력 강화’라는 민중수탈의 기치 아래 노동법 개악에 골몰한다. 한반도의 미래는 “악의 축” 미국과 만나고 있다. 이러한 정세에 따라 2006년 “반미!”의 깃발은 그 아래에 전에 없올해 반미반전투쟁의 으뜸투쟁은 단연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이다.
‘여명의 황새울’-2006년 5월4일, 노무현정부가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평택미군기지 수용 예정지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명이었다. 노무현정부는 이날 여명을 틈타 경찰과 군인, 철거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농지를 점령한 뒤 대추리, 도두리, 황새울벌판을 전면적으로 초토화시켰다. 또 주민들의 주거지를 포함한 농경지 등에 대해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철조망을 쳐놓았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의 본질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지난 1월19일 한미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 주한미군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건 발생하는 전쟁에 공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거리 투사능력이 향상된 군대와 이동거리가 늘어난 무기체계의 개발이 현실화되면 한국이 세계 주요 분쟁의 발진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중심이 ‘평택’인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평택지킴이들은 주민들과 함께 군인과 경찰의 군화발로부터 대추리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평화야 걷자’란 이름으로 평택주한미군기지확장의 폭력성과 반민중성을 알리고 저항하기 위해 285리 평화행진을 벌였다. 주민들은 850여일째 평택땅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북한과의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남북노동자들의 단결연대로 조국통일의 새 전기를 열었다. 세계노동절 제116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5.1 노동자대회를 참관했다. 이 행사에서 남북 노동자들은 서로 뒤섞어 편을 짜 머리로 공지고 달리기,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의 경기를 벌이며 남북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과시했다. 이어 광주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발표 6돌기념 민족통일축전에서는 남북노동자들이 상봉해 ‘해내외 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이 행사에는 조선직업총동맹 소속 노동자를 비롯한 북측 노동대표단 150명과 해외 동포들이 참석했다. 또 민주노총은 3월14일 개성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노동자대표자회의에 참가했다. 남측 노동자들은 남북대표자회의의 정례화와 남북노동자축구대회의 남측 개최, 산업별 및 지역별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이밖에 <한미FTA저지!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전쟁을 부르는 대북제재 반대! ‘8.15자주평화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
민중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미당국은 양국을 오가며 다섯 차례의 한미FTA 협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장밋빛 전망이란 애초에 없었다. 협상시작 전 미국은 한국에 협상 대가로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강요했다. 4가지 선결조건 중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완화, 의약품 약가 산정 문제에 이어 지난 1월 마지막 난제인 스크린 쿼터 축소가 결정됨에 따라 미국은 한국민의 통장과 문화티켓을 빼앗아 갔다. 또 한국은 ‘무역촉진법’(미국)의 효과를 활용해야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요구에 굴종, 협상을 시작하면서 협상을 준비하는 졸속외교를 드러냈다.
준비없는 퍼주기 협상은 범국민적 저항을 일으켰다. 1월부터 영화인등 문화인들이 반정부투쟁에 돌입했고 3월에는 노&#8228;농&#8228;당세력은 물론이고 소비자, 문화, 여성, 환경 등 270여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분부’가 출범, 한미FTA 저지 나아가 반미로의 단결을 이룰 수 있었다. 범국본은 5차에 이르는 협상시기마다 대중을 결집해 집회투쟁을 벌였고 언론과 방송에서도 대미 종속적, 반민중적 협상의 본질을 폭로했다. 특히 3차례에 걸친 민중총궐기는 한미FTA 저지를 통한 반미의 물결이 얼마나 거센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민중저항에 한미 양국 모두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내 12월 제5차 협상은 큰 마찰음을 내며 성과없이 끝났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북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 동북아정세에 긴장을 조성했다.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사태의 원인을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북을 위폐제조 및 유통국가로 지목 금융제재를 가한 미국”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북제재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일본은 만경봉호 입항을 금지시키는 등 대북 경제제재에 편승했으며 한국정부도 추가적 대북지원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결국 미국의 강경압박정책은 10월9일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도록 했다. 이에 보수세력은 민족의 파멸을 낳을 망동이라며 핏대를 높였지만 국민들은 의외로 냉정했다. 핵실험은 민중운동 세력 내부논쟁의 파장을 일으켰지만 미제국주의 정책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같았다. 국민들 또한 미국 대북압살정책의 반평화&#8228;반통일적 위험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압박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끌어내기도 했지만 6자회담 재개를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를 통해 미국의 제국주의 본질이 여실히 드러난 이상 미국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6만 이라크민중을 학살한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은 2006년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 최우방인 영국과 일본마저 철군계획을 밝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런데도 한국국회는 12월22일 ‘이라크 파병 연장(1년)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레바논 파병 동의안 추가 처리를 통해 대미종속의 극치를 보였다. 특히 아라크 파병연장 문제에 있어선 반대여론이 90%에 이르렀는데 이는 미제국주의의 본성이 폭로됐음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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