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오남용 금지?

내 아버지에게는 몇 가지 값 싼 만병통치약이 있다. '까스000', '마이신', 그리고 '파스'다. 우리 집에 가장 흔한 상비약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최근에 얻은 부상에도 예의 그 만병통치약인 파스를 고집했지만, 워낙 노구이시라 결국 병원신세를 면할 순 없었다.
꼭 그렇진 않지만 병원이 병을 주진 않을진대 아버지는 병원 가기를 무척 싫어하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병원은 일종의 공포다. 아마도 가난한 생활을 위협하는 병원비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어디가 결리거나 욱신거린다 싶으면 파스를 찾으신다. 이젠 연세도 있으시니 병원에 가시자 하면 괜찮다며 고집을 피우신다. 어디 우리 집 뿐이랴 싶기도 하다.
파스는 크게 쿨파스와 핫파스로 나뉜다. 대개 붙이거나 뿌려서 사용하는데 먹는 약의 부작용인 위장장애 때문에 피부를 통해 직접 혈액에 스미도록 만든 것이다.
냉찜질용인 쿨파스는 피부의 열을 내리고 혈관을 수축시켜 지혈작용을 하고 붓기를 가라앉힌다. 또 염증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 주로 타박상이나 삐었을 때, 멍들고 부종이 생긴 곳에 사용한다. 핫파스는 열감으로 피부와 혈관 및 림프(임파)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과 림프액의 순환을 촉진시킨다.
신경의 감수성을 낮춰 통증을 덜어주고 만성 관절염이나 신경통의 회복을 도와준다. 그러나 운동 직후 근육통이나 삐고 멍들고 부종이 생긴 염증질환에 핫파스를 사용하면 염증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염증을 악화시킨다. 반면 관절염, 신경통에 쿨파스를 사용하면 통증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 통증을 높이는 꼴이 된다.
최근 복지부는 지난해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 오남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부담금을 물리고 의료기관 이용을 제한하는 한편, 파스 등을 의료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지푸라기 오남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박성식 기자 bullet1917@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