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누가 만들어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혹독한 노동의 70년대 14살 광산노동자로서의 이력은 지금의 그를 예감하게 하는 흔적일지 모른다. 노동자로서 이석행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한 대동중공업에서 노동자 이석행은 활동가 이석행이 됐다. 어린 시절 노동의 기억은 흐릿했고 노조도 잘 몰랐지만 청년 이석행에게 닥친 노동현실은 적잖은 고민을 던졌다. 학교에서 가르쳐 준 현실은 현실이 아니었다.
80년대, 활동가 이석행은 대동중공업에 노조를 건설하고 처음으로 교육선전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활동가로서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여정은 길동무처럼 희생이 뒤따랐다. 82년, 조합을 말살하려 드는 군사정권에 맞선 투쟁 과정에서 두 차례 해고돼야 했다. 해고, 지금도 그렇지만 결코 혼자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는 당시 “조합원들이 나를 지켜주었고 그 때 죽을 때까지 투쟁하며 배우겠다는 약속”을 한 결의가 지금의 그를 만들어 주었다고 회상한다.
대동중공업 노조위원장이 된 그는 노동자연대에도 관심이 많아 마침내 노동계급의 심장이 된 전노협 건설에 참여하고 사무차장과 중앙위원을 역임한다. 또 부위원장으로서 자동차연맹을 이끌고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과정에 적잖은 역할도 해냈다. 오랜 시간 활동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모든 투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또한 구속을 피해갈 수 없었던 과정이었다. 2003년 출소 후 그는 운동영역을 넓혀 사무직노동자 운동에 주목한다. 그런 관심을 펼쳐보고자 했던 때가 지난 민주노총 사무총장 시절이었지만 지도부 비리사건으로 중도하차 하고 만다. 그에게 닥친 가장 뼈아픈 시련의 시간 속에서 그는 묵묵히 전국을 돈다. 그때의 상처를 스스로 닦아내고 봉합해야 했던 시련은 오늘의 이석행을 만들었을 것이다. 온몸으로 파고든 시련은 그를 뚝심있는 활동가로 다시 일으켜 세웠고, 옹이처럼 그의 뼈에 각인됐다. 당시 '이석행의 재기'에 의문을 품는 동지들도 있었지만 그는 다시 부활했다. 그에게 다시 민주노총을 맡겼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얼싸안고 현장대장정을 떠나겠다는 이석행 민주노총 5기 신임 위원장, 해방기관차 민주노총의 기관사 이석행, 이제 그가 '산별건설'의 기관차를 끌며 '민주노총 재창립'이라는 또 하나의 역을 향해 질주하려 한다. 민주노총호의 강철바퀴가 용트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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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운동선배들이 그렇듯 이용식 신임 사무총장 또한 87년 대투쟁 속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 해를 빼놓고 노동운동을 말할 수 없기에 87년은 가까운 과거인 듯 들리지만 벌써 20년 전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이용식 사무총장은 많은 도전을 해왔다. 87년에 근무하던 삼환기업에 건설업계 최초로 사무직노조를 결성한 것이 그의 첫 번째 도전이다. 당시 기획실 과장으로서 노조원 자격도 부여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사회와 기업의 민주화를 향한 그의 도전은 결국 성공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서울지역노조협의회 부의장을 맡아 지역연대를 위해 힘을 쏟았다. 전노협 결성 이후엔 사무직 최초로 삼환기업을 전노협에 가입시키기도 했다. 삼환기업노조는 서슬퍼런 공안탄압에 정면으로 맞서 89년 건설사무직 최초로 82일간의 총파업을 소화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는 당시 노동운동은 제조업이 투쟁을 이끌어가던 시절이었지만 “삼환기업노조는 연대의 기풍을 발휘하며 건설 분야의 노조결성을 촉진시켰고, 현 건설연맹의 초기 기틀을 놓았다”고 술회했다.
또 이용식 총장은 99년도에 정리해고 노동자 194명을 복직시키기 위한 도전으로 100일간 파업투쟁을 벌였고, 전원 복직시키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소장체제라는 작은 단위로 쪼개져 있던 건설업계 현장을 묶어세워 투쟁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한 이용식 총장은 두 번의 삼환기업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책을 역임하고 2000년도에 마침내 건설산업연맹을 출범시키며 초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그의 도전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는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거쳐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직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는 건설산업연맹 지도위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용식 사무총장, 그는 20년을 건설업계의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길을 걸어왔다. 현장에 대한 애착과 믿음이 '민주노총 재창립'을 위한 '현장대장정'의 슬로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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