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응재,“해고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

임금삭감에 분노…고 전응재 조합원 분신
고 전응재,“해고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

지난 1월 23일 인천에서 택시노동자 고 전응재 조합원이 회사(우창기업) 차고에서 분신해 사망했다. 당시 회사에는 경비 외에 사람이 없었으며 인근 주민의 신고로 발견되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분신의 직접적인 계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장례과정에 진통이 예상됐으나 유족의 요구로 2월 1일 장례가 치러졌다.
열사의 장례식은 유족과 동료 택시노동자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천시청 앞에서 민주택시노동자장으로 치러졌고 고인은 마석 모란공원에 모셨다. 장례대책위원장을 맡은 민주택시연맹 구수영 위원장은“산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믿고 부디 걱정 말고 가시라”며 열사를 배웅하고는“임금협상 과정의 진실을 가린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지난 2002년 민주택시연맹 우창지회는 63일간의 파업으로 월급제를 쟁취하였고, 연월차를 유급화시켰다. 그러나 우창기업 사측은 줄곧 월급제 폐지를 위해 현장을 압박하고 노동탄압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 결과 회사는 2005년‘택시월급제사수를 위한 비상모임’활동가 3명을 해고했고 2006년 12월 임금삭감안을 반영시킨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고 전응재 조합원은 최근까지 회사의 탄압에 의해 초래된“임금삭감은 절대 안 된다.”고 분노했으며, 분신 몇 시간 전에 동료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해고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였다고 한다.
택시노동자들의 참혹한 노동조건은 지금까지 20명의 분신노동자를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택시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을 받으며 12시간 맞교대 장시간 노동으로 서민들의 지친 몸을 실어 나르는 발이 되고 있다. 고 전응재 조합원은 택시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입사한 이듬해인 1998년부터 활동해 왔다. 2002년에는 조직부장으로 63일간의 파업을 이끌었고 2005년엔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올 해 43세인 고 전응재 조합원은 처와 초등학생 아들 둘을 남겨두었다. 장례가 치러짐에 따라 고 전재응 열사의 분신과 관련한 대책 마련과 투쟁이 구심을 잃게 됐다. 그러나 민주택시연맹은 열사가 분신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논란이 된 임금협약이나 조합원총회에 대한 문제는 정리해야 할 듯하다.
박성식 기자 bullet1917@hana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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