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 각 분과별로 이견이 별로 없는 것들은 속속 합의되고 있고 결국 핵심 쟁점들만 남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른바 ‘핵심 쟁점’들을 점검해 보면, 우리가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우리가 크게 내어 줄 것만 남아 있다. 이런 협상양상이라면, “맨정신”으로는 결코 협상이 타결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협상단은 '빅딜‘운운하며 3월말 이전 타결을 계속 부르짖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일까? 그 실상은 ’빅딜‘이 아니라 ’사기딜(Deal)'을 통해 대국민사기극을 펼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역구제’와 ‘자동차 또는 약’을 교환하겠다는 방안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거래임이 분명하다. ‘무역구제’는 지난 연말 미국 통상대표부가 의회로 수용불가 의견을 보냄으로써 확정적으로 무산된 셈이다. 지난 25년간 미국이 반덤핑제도를 남용해서 우리가 피해를 입은 액수가 무려 373억 달러에 달했던 만큼, ‘무역구제’ 분야는 매우 중요한 협상 포인트였다. 하지만 작년 연말을 그냥 지나면서 이제는 법개정하지 않는 수준의 ‘무역구제’ 관련 제도의 개선만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래서는 사실상 반덤핑제도 개선 효과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동차나 의약품에 있어서의 피해규모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다.
‘섬유의류’와 ‘농산품’을 교환하는 방안도 매우 불리하다. 원사기준 원산지인정(얀포워드)규정과 관세가 철폐되면 섬유의류는 연간 약2-4억달러 수준의 수출증대 효과가 있는 반면, 농산품은 쌀을 제외하고도 20억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맨정신’에 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개성공단제품 한국산인정’과 ‘쇠고기’를 교환하는 방안도 경제적 효과가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다. 개성공단 생산품 규모는 1,500만 달러에 불과한 반면, 쇠고기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측에 줘야 할 사항은 너무나 엄청난 수준인데, 가장 심각한 것이 ‘투자자 대 국가 제소’제도이다. 미국 투자자에 대한 ‘수용’ 또는 ‘간접수용’에 대해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는 경제정책의 주권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단적인 사례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관련 법률 21개를 개정해야 되고,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규제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실시할 수 없게 된다. 또 방송개방, 디지털컨텐츠 분야의 개방, 전기, 가스, 수도 등 필수공공 서비스에 대한 개방 등등 너무나 엄청난 요구가 산적해 있다.
손익타산은 아예 접어둔 채 오로지 타결했다는 실적만을 노리는 이른바 ’묻지마 타결‘을 저지하는 것은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의 단호한 투쟁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2월11일부터 시작되는 7차협상 저지투쟁과 3월로 예정된 제2단계 범국민총궐기에 떨쳐 일어나 망국적 한미FTA를 기필코 저지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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