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건강 그리고 빈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의학회는 하루 몇 잔의 커피는 건강에 별 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의 토머스 그레보이스 박사와 수잔나 베델 박사는 1998년 미국심장학회지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카페인에 민감해 커피가 마치 심장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이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지 말라. 그 외에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추측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인생의 기쁨 중 하나를 쉽게 포기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마치 광고카피 같다. 혹 미국 거대 커피기업의 로비에 의해 발표된 연구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過猶不及(과유불급)이다. 그러나 커피가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이나 청소년 음용을 제한하는 것을 보면 커피에 대한 의심은 깊다. 하버드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20세기 초에 커피 중독은 마약 또는 알코올 중독처럼 취급됐다고 한다. 또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커피는 췌장암, 고혈압,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커피의 카페인은 사람에 따라 심장의 박동을 약간 빠르게 하는 경향이 있다. 심장이나 허파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말초동맥을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평소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커피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지만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혈압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커피의 카페인과 고혈압은 관련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커피는 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염소를 흥분시키는 빨간열매가 발견됨으로써 탄생했다. 10세기 커피는 이슬람으로 건너가 수도승들에게 “정신을 맑게하는 약”으로 불리게 되고 17세기 유럽을 거처 18세기에 브라질로 전파돼 대량재배가 시작된다. 브라질은 현재 커피생산량 1위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은 커피소비량 세계 1위 국가이다. 매일 1억 명 이상이 마신다. 이는 2주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채울 양이다. 세계 소비량 11위인 한국에는 1896년 고종황제가 커피 애호가가 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피는 세계를 정복했다.
매년 세계는 700만 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4천억 잔의 커피를 마신다. 세계무역량의 1위는 석유고 2위가 커피다. 커피 한 잔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커피콩 100개가 필요하다. 0.45kg의 커피콩(45잔)을 팔고 농부가 받는 돈은 480원, 커피 한 잔을 10원에 파는 셈이다. 세계의 커피소비로 생기는 이윤의 1%만 커피농가에 돌아오고 99%는 미국의 거대 커피회사, 소매업자, 수출입업자, 중간거래상들이 가져간다. 때문에 세계 커피재배농업에 종사하는 50여 개국 2,000만 명은 대부분은 빈곤한 상태에 있다. 게다가 이들 종사자 중 상당수는 어린이다. 이제 커피를 마시며 괜한 건강걱정을 하기 보다는 가난한 커피농업과 아동노동을 생각해보는 게 사회건강에 좋겠다.
박성식 bullet19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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