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장정 사업이 제기된 배경

현장대장정은 이석행 위원장이 임원선거 앞서부터 제기해온 사안이다.
"민주노총은 현장대장정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이 위원장은 평소에 말해왔고, 선거공약을 작성할 때 이석행 당시 후보가 강하게 발의해 채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장대장정 프로그램이 제기되고 공감을 얻었을까?
2006년 투쟁에 대한 반성적 평가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 민주노총은 2006년 총파업총궐기투쟁을 줄기차게 전개했다. 그런데 이때 확인한 사실은 민주노총 힘이 노동자 요구를 쟁취할 수 있을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고, 이와같은 반성적 평가로부터 현장대장정 사업이 마련됐다. 과거에는 이런 평가를 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 이유는 평가를 함께 해낼 수 있을 만큼 조직 전체가 함께 투쟁에 전력투구하지 못했기 때문. 2006년 투쟁을 되돌아 보면 그런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총파업을 비롯한 각종 투쟁에 적극 참여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사이의 편차는 심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라는 최고의사 결정기구를 통해 투쟁을 결의했고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조직적, 대중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자체 역량과 실력을 극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현장조직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말은 많았다. 2006년 총파업 투쟁에 대한 반성은 더 이상 현장을 방관하기 어렵다는 절박성으로 이어진다. 이에따라 이석행 신임 집행부는 현장대장정을 민주노총 제1 사업으로 제시한다.
둘째, 대중노선 복원이라는 운동철학 문제가 제기됐다. 오랜 기간동안 간부들 사이에서는 조합원을 탓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조합원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 각 정파들은 서로의 책임을 미루거나 네탓으로 돌려가며 대립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문제가 특정 조합원이나 일부 정파 문제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료주의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됐다. 결국 조합원은 조직운영과 사업에서 소외되고 간부들은 일의 하중에 지쳤으며 조직내부는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동맥경화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 문제를 푸는 핵심 주체 역시 조합원이고 그 답은 조합원이 있는 현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조합원이 하늘이고 조합원이 있는 곳이 민주노총"이라는 게 이석행 신임 위원장의 판단이었고, 39차 대의원대회가 이석행 위원장의 '현장대장정 안'을 선택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조합원이 그들 스스로 민주노총의 주인이 돼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조직자체도 유지할 수 없고, 비정규직, 민중과도 함께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극히 당연한 민주노조운동의 본질과 원칙이었고 그동안 훼손된 기초토대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이로써 촉발된다.
최근 현장대장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대중노선, 현장노선을 복원하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과 총국간부, 그리고 산하 조직 간부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이석행 위언장은 실천지침을 내놓는다.
"전체 민주노총 간부대오가 대중속으로, 현장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사업방식과 기풍을 확립하자"고 이 위원장은 주문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은 다시 활력을 얻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하여 현장과 상층 사이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와같은 체제와 기풍확립은 궁극적으로 민주노총을 역동적인 조직으로 되살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재창립될 수 있다는 것.
셋째, 현장대장정은 이석행 위원장 자신이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쥐어짜낸다"는 결사적인 자세와 함께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현장대장정은 철학적 당위성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위원장 측근의 주장. 그렇자면 먼저 현장대장정이라는 사업 성과를 일궈낼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한데 누구보다 현장을 즐겨찾는 이석행 신임 위원장이 그 적임자라는 것. 이 위원장은 그 스스로 "누구보다도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이해한다"고 공사석에서 강조한다.
한편, 현장 밖에서 대자본 전선을, 투쟁 중앙전선을 보려하지 않는다고 이석행 위원장은 비판한다. 현장에서 평조합원의 눈으로 전선을 바라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는 현장대장정에 노동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석행 신임 위원장의 행보에 무게가 실려가는데 보이지 않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현장대장정이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한 개인의 현장사랑으로만 그친다면, 신임 집행부가 주장하는 "민주노총의 낡은 구조 청산과 조직혁신, 현장조직력 복원과 민주노총 재창립"으로 결코 이어질 수 없다. '당신과 내가 하나'라는 조직적 의지와 노력이 단단하게 결합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주문에 비중이 실리는 것도 그와같은 이유때문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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