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노동자들이 형사재판을 받는 공소장이나 판결문에서 볼 수 있는 죄명들이다. 원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은 조직폭력배의 집단적인 폭력이나 흉기를 사용한 폭력행위에 대하여 가중된 처벌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인데도, 오히려 노동자들 잡는데 사용하는 것이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다.
집회 현장에서 연행이 되었다. 파업 중인데 구사대와 충돌이 벌어지거나, 불법 직장폐쇄를 뚫기 위하 사업장으로 들어가다가 충돌이 벌어져 연행되었다. 아마 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붙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그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연행된 사람 모두에게 이를 뒤집어씌우는 논리가 있으니 그것이 공모공동정범이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의 자가 공모하여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의 실행에 나아간 때에는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한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생긴 것은 아마 조직폭력배 집단의 배후에서 이를 지시하는 두목을 처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나 이 역시 집회 현장이나 파업 현장에서 연행된 노동자들을 도매금으로 처벌하기 위한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모공동정범 개념은 실행행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공모’만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처벌이 가능케 하는 것으로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의 구성요건을 해석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확장한 것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위반이고 학계에서도 공모공동정범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적용되는 사례를 보면 집회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예를 들어 사진 한 장의 증거, 현장에서 연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검찰의 공소가 제기되고 법정에서는 무죄를 피고인인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 기이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도중에 현장을 벗어났다든지, 경찰과의 충돌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을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아도 ‘당신이 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돌을 던지는 장면을 보지 않았느냐. 다른 사람이 각목을 들고 있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등 이러한 사실이 인정되거나, 주최단체의 직책이라도 있으면 여지없이 유죄가 인정되고 있다.
이것은 공모공동정범 이론 자체도 문제지만 백번을 양보해서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한 자가 공모과정에서 ‘구체적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과 같이 인정될 정도로 전체 범죄계획에 중요하게 참가하였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현재의 상황은 이를 자의적으로 남용하고 있다. 수사편의주의, 처벌편의주의 일뿐이고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그리고 노동자와 민중의 저항을 손쉽게 구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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