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법 개정법률(안)”의 문제와 핵심개정안

지난해 12월 28일 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개악으로 규정하고 상반기 주요 투쟁과제로 잡고 있다.
산재법 개선이 주요 노동현안으로 다루어지게 된 데에는 산재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절규가 있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많은 노동자가 사업주의 은폐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있어도 자신의 병이 산업재해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서 값비싼 치료비 부담과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이 바로 산재법 개정 이유다. 또 어렵게 산재보험의 높은 문턱을 넘어도 직장과 사회로 돌아갈 희망은 없다. 적극적인 치료는 받지 못할망정 병실에 방치된 채 소위 “나이롱환자”라는 편견과 무지로 가득 찬 도덕적 비난을 감내해야만 했던 산재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이 또 산재법 개정 이유다. 더욱이 영세소규모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산재보험의 안전망이 누구보다 더 절실한 대상이 오히려 산재보험에서 배제되는 현실. 이 모든 문제가 수십 년 동안 반복되면서 이제는 산재보험이 모든 노동자의 안전과 그 가족의 미래를 보살피는 보편적 사회보장책으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그러나 산재법 개혁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법률(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부차적인 문제로 전락하고 경총 등 자본집단의 경제논리는 최우선의 가치로 대접받았다. 그 결과 보험자인 근로복지공단이 사전에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잘못된 승인 절차를 개선하고 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노동자의 핵심요구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거나 중장기적 과제로 팽개쳐졌고, 보험급여에 대한 통제와 관리강화가 주요 대안으로 등장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개정법률(안)은 산업재해를 당한 피해 노동자 또는 언제든지 산업재해를 당할 수 있는 전체 노동자의 생활을 보호하기 보다는, 산업재해의 책임 당사자인 경총 등 기업주들의 재정안정화를 목적으로 한 정책방향이 주요하게 반영된 개정안으로서 산재법의 입법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물론 모든 종합병원을 산재지정병원으로 적용한 것이나, 재활급여를 신설하고, 소득이 낮은 노동자의 휴업급여율을 상향하겠다는 안은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원직장 복귀와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라는 전망과 원칙 없이 단지 산재노동자의 보험급여 혜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한계다. 진정성을 가지고 재활급여 정책을 입안하였다면 당연하게 재활급여와 함께 산재노동자가 원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직업재활을 포함하여 재활체계의 구축과 이를 위한 시설, 인력 등 공적 인프라의 확충 및 예산 확대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했다. 또 산재보험을 알든 모르든 재해를 입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편적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근로복지공단 또는 정부가 운영하는 양질의 재활센터에서 충분한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아 위험이 제거된 원직장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에게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산재 발생부터 직장 및 사회 복귀의 전 과정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서비스기관으로 변해야 한다.

** 핵심 개정안
① 사업주의 이의 신청권 도입: 사업주에게 산재인정 반박주장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줌으로써 사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산재신청을 가로막는 심각한 개악임.(입법예고에는 없으나 시행령으로 포함될 것임)
② 각종 보상 급여 축소: 60세 이후의 고령자에 대해 휴업급여를 65세까지 매년 4%씩 감액하고(20% 감액) 최고 보상한도도 감액(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1.8배), 재요양시 휴업급여도 감액함으로써 보험보장성을 악화시킴.
③ 출퇴근 재해 산재적용 회피: ILO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는 출퇴근 재해를 포함시키지 않음(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사용할 경우에는 적용)
④ 2000만원 미만 건설공사 산재적용 회피: 50인 미만 중소영사업장에서 전체 산재의 70%가 발생하고 사망재해의 50% 이상이 발생함에도 오히려 영세사업장의 산재적용을 회피함.

김은기/민주노총 노동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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