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준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
이와 함께, 한미 FTA 협상의 쟁점이 되어 오던 의약품, 자동차 등에 대한 한국 측의 양보가 가시화 되고 있다. 2월 11일부터 14일 까지 진행되는 7차 협상을 앞두고 김종훈 협상대표는 미국이 요구하는 "의약품 특허 기간을 늘려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양보로 한국에 5년간 최소 5조 8000억 원 가량의 약제비를 추가 부담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한국의 제약회사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될 것이라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한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최대 약 40억 달러의 세수가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세금이 그 만큼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퍼주기를 일관하는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법 등 잘못된 제도 때문에 연간 약 15억 달러씩 수출 손실을 입고 있음에도 무역구제 관련하여서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의사에 부딪쳐 ‘노력하겠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고 강변한다.
이와 같이 제정신이면 절대 할 수 없는 ‘미친’ 일련의 행보는 7차 협상에서 쟁점에 대한 가닥을 잡고, 한미 FTA를 타결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2월 5일 한명숙 총리가 국회에서 ‘ 한미 FTA는 최종타결로 나아가고 있다’ 는 발언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얻는 것 없는 퍼주기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미 FTA 관련 중립적 입장을 가진 집단 또는 사람들이 신중론자 되어 가고 있으며, 신중론자가 한미 FTA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흐름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했듯 제약협회이다. 그리고 최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우회 수출방지 운운하며 국내섬유업체 영업 비밀을 요구 했고 한국정부는 두 나라 세관 당국끼리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기로 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듯하다. ‘눈 가리고 야옹’한 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제공한 곳이 바로 섬유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섬유산업연합회’ 라는 것. 섬유업계는 한미 FTA를 통해 최대 수혜업종 중에 하나라고 알려져 온 것을 비춰 본다면 이들에게도 한미 FTA 반대진영에 유리하게 적용될 큰 변화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한미 FTA 찬성 여론의 나팔수였던 경제신문 중 하나인 한국경제신문이 워싱톤 특파원의 칼럼에서 ‘협상타결만을 위한 협상은 피해야 하고,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뒤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라면 FTA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고 언급했다. 미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뒤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너무 강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한미 FTA 타결을 주창해 왔던 논조와는 엄청나게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우리의 ‘승리’ 요인이 있다. 신중론과 찬성론의 한미 FTA 반대로 돌아서고 있는 길목을 잡아 한국 정부가 미국의 행정부가 ‘막가파’ 식으로 추진하는 한미 FTA 협상의 판을 흔들어야 한다.
그 지점이 바로 2월 7차 협상 기간 중이고, 그리고 3월 13일 경으로 예상되는 총궐기 투쟁이다. 최근 한겨레신문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미 FTA 찬성과 반대가 모두 44%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TV에서 신문에서, 그리고 지하철 광고판에서 한미 FTA 찬성 광고가 65억 원이나 뿌려지고 있는데도 좀처럼 여론이 바뀌지 있지 않는 것이다. 7차 협상이 지나면서 손익 계산서는 명확히 나오고 이를 들고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가는 한미 FTA 저지 대열의 최선두에서 노동자가 깃발을 휘날릴 때 한미 FTA 저지는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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