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 민주노총 노동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이 토론회는 금요일 아침방송으로 나갈 예정이다. 자유롭고 비판적으로 토론에 임해 달라. 오늘 토론은 지난 과오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 속에서 이후 과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과 주문을 듣는 자리였음 한다. 주저 없이 선명한 주장을 바란다. 바쁜 가운데 참석해 주셔서 고맙다.
토론에 들어가겠다. 민주노총의 낡은 구조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5기 신임집행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정세는 엄혹하다. 작년에는 포항투쟁을 비롯해 이런저런 투쟁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됐다. 노무현 정권은 오래전에 노동배반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정치는 더욱 보수화 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출범으로 맞서고 있지만 노조비리와 현장투쟁력 악화, 정파갈등의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모든 과제를 5기 집행부는 현장대장정을 통해 돌파를 시작하려고 한다. 현장 밑바닥 출신의 위원장이 탄생했다. 5기 집행부의 출범의미는 무엇인지 진단하고 민주노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떠올려보자

김지희 : 올해는 87년 20주년이다. 20년 동안 노동운동이 걸어왔던 역사를 정리하는 한 해다. 이 시점에 민주노총 5기 이석행 집행부가 서 있다. 조직 안팎으로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막지는 못했으나 올해부터 시행되는 노사관계로드맵 문제, 비정규문제, 연금법, 산재법 등 각종 문제가 기다리고 있고 한미에프티에이 문제도 남아 있다. 내부적으로는 총파업의 동력문제, 현장간부들의 활동력 문제, 연대의 문제 등 여러 주체적인 문제가 있다. 이석행 집행부는 민주노총 재창립을 내걸었다. 절박한 요구다.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노광표 : 물론 선거가 끝나면 신임집행부 출범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5기 집행부 출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안팎에서 노동운동의과 민주노총의 지도력의 위기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3년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집행기간을 확보한 지도부가 탄생했다는 점 정도가 의미라고 하겠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아래로부터 바꾸겠다고 하는 의지는 좋지만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이 어떠한 상황에 놓였는지, 무엇을 목표로 나가야 한다는 총체적인 전략노선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의지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후보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계급을 말로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민주노총 내부뿐만 아니라 크게는 국민 내부에 일정부분 존재한다. 민주노총 재창립은 현 조합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표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약점과 상황을 냉정히 진단하고 3년 동안 책임질 수 있는 사업기조를 유지하며 평가받아야 한다.

사회자 : 5기 집행부가 새롭고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에 특별한 출범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말씀이시다. 당에 계신 장석준 국장께서는 어떻게 보시는가?

장석준 : 큰 틀에서 보면 나 또한 노광표 부소장과 크게 다른 시각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석행 집행부 출범의 주체적인 의미보다는 지금 상황에서는 시대적인 의미가 큰 것 같다. 대전환기를 책임져야 할 집행부라는 의미이다. 대전환이라는 문제는 이전 4기 집행부 당시부터 이미 안팎에서 요구받았지만, 이석행 집행부에서는 그 요구가 더욱 더 높아짐은 물론 산별전환 등 내부에서도 마침내 대전환의 물고가 무르익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과거 어느 집행부와는 다르게 대전환이라는 문제를 준비하고 책임져야 한다. 역사의식을 갖고 그 부분을 얼마나 책임있게 해내느냐가 당의 발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전환에 대한 우려와 공감, 기대, 바람 등 여러 문제의식이 존재한다.

사회자 : 보수 언론들은 온건파 집행부라는 이미지 덧씌우기를 하고 운동진영 내부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든가 무늬만 바뀐 것 아니냐 라고 하는 반면 어떤 집행과 실천전략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는 것 같다.

김지희 : 실천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지도부를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조합원들은 슬로건과 실천력을 다 보고 지도부를 선택한다. 지도부 선거가 관심이 높은 이유도 그런 이유이다. 5기 집행부가 구체적인 전략노선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더 논의가 필요하고 민주노총의 시대적 요구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받아 안고 가느냐는 앞으로 평가해야 할 문제이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실천은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집단의 실천이다. 그러나 이를 진두지휘할 지도력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지도부의 공약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이석행 집행부의 출범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집행부의 출범을 의미한다.

사회자 : 다른 문제로 넘어가보자.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어떻게 위기에 빠졌는지, 위기의 내용은 무엇인지,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혹 위기를 조장해서 어떤 특정의 이득을 얻으려는 움직임은 없는지에 대한 진단을 해보자. 낡은 것의 청산과 재창립을 말하는 것도 위기를 감지한 주장일 것이다. 관련한 논의를 부탁한다.

장석준 :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문제를 지나치게 민주노총 내부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위기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민주노총이라는 대표조직으로 응집돼서 등장하는 것이라는 것이 진보적 시각을 가진 대부분 사람들의 시각이다. 지금은 87년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운동이 낡은 옷이 돼버린 상황이다. 즉 기업별노조운동, 대기업정규직 운동이라는 옷을 벗고 새로운 산별운동의 시대로 가기 위한 험난한 과정을 남겨둔 시점이다.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자본과 정권, 언론은 민주노총의 취약해진 대표성이라는 약점을 파고들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상항에서도 민주노총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이후에는 어떻게 87년 직후의 기풍을 되살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을 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회자 : 위기의 원인을 밖에서 찾고 또 큰 흐름에서 진단해 주셨다. 보다 자세히 들어가 보자. 민주노총을 대표해서 김지희 부위원장께서 먼저 고해성사를 해보시면 어떤가?

김지희 : 지난 선거과정에서 유세를 다니면서 현장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의 위가라는 말을 하면 위기라는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현장은 어렵다는 대답을 듣곤 했다. 또 혹여 간부들의 위기는 아닌가라는 제기를 받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조합원들은 치열한 투쟁을 하고 있다. 사업장이 크든 작든 대기업의 노동귀족이라는 말을 듣든 현장은 제조업 공동화로 한결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원과 간부들은 향후 진로와 노동운동의 전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위가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보수언론이 공격하는 것처럼 노동운동의 말로다 끝이 보인다는 내용의 위기는 아니다. 시대적 요구, 민주노총 창립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받아낼 수 있는 그릇과 역량을 갖추기 위한 냉정한 평가와 실천을 해내는 것이 위기에 대한 태도이다. 기업별노조, 대기업정규직노조 중심의 구조, 정파구도와 갈등, 일부 제조업에 쏠려 의존하는 상황 등은 극복되어야 한다. 사실 80만 조합원 가운데 제조업 노동자는 20만인 반면 공무원, 전교조, 사무전문직을 합하면 60만에 이른다. 기존 대기업정규직, 제조업 중심의 구조로는 다 담아내기 어렵다. 여러 다양한 요구들을 고루 담아내지 못함으로써 위기가 초래됐다. 이 과정에서 배타적인 정파주장이 개입해 문제를 더 어렵게 했다. 우선 구조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했다. 통합지도부를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산별체계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사회자 : 위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나온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광표 :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상황과 민주노총의 위기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로 노조운동이 자기 역할을 못하는 것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은 87년 이후 사회적시민권을 획득했지만 참여정부에 이르러 일자리가 축소되고 노동자의 빈곤문제, 양극화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진 것은 다른 노총이 아니라 ‘민주’노총이기 때문이다.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은 가장 중요한 민주노조의 원칙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비리, 유력한 대기업노조의 비리는 가장 중요한 노조의 자주성이란 원칙을 내부에서 흔들었다. 내부성찰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민주노총 내부의 인선구조가 얼마만큼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민주적으로 규명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이수호 집행부 시절 대의원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사람들이 같은 얘기를 하면서도 정파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모습 등 민주노조운동에 금기시 되었던 사안들이 사회적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가치가 민주노총 내에서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 위기이기도 하다. 위기냐 아니냐를 두고 이석행 위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현장은 건강한데 간부들이 어려움에 빠져있고 밖에 있는 학계나 지식인들이 위기라는 얘기를 한다고 하는 말을 했다. 이것이 앞서 얘기한 과거 부정적인 모습에 대한 부정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식의 비판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거듭나기 위해선 민주노총의 약점과 한계를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전체 조합원들에게 열인 토론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문제를 정파적으로 따지면서 위기의 징후를 누가 공격하고 누가 어떻게 이슈화 하는가라는 좁은 틀에서 논의돼서는 안 된다. 이제 선거도 끝났다. 3년이라는 전망 속에서 발목을 잡았던 문제, 내부비리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중집 구조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직선제가 진정 민주노총 혁신의 대안이라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왜 다른 나라는 직선제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전략을 세우는가 등의 종합적인 고민이 있지 않고 파편적인 문제 진단과 해결을 가지고서는 문제만 답보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주목해야 될 문제는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의 어려움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의 문제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38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노총만큼 총파업하면서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문제를 대변하는 어떤 조직도 우리 사회에 없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38점이라는 것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서로 합의한 내용들이 현장에서 어떠한 동의와 감동을 이끌어 내는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투쟁기금이 38% 밖에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빌어 고백하듯이 하는 얘기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부적인 통합력, 지도력을 갖추는 것이 1차적 과제이긴 하다. 그러나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내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위기와 현장의 괴리감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3년 만에 그리고 현장대장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조합원과 함께 풀어가려는 실사구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자 : 작년에 한미FTA 저지 투쟁을 통해 성과적인 노농동맹을 이뤘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농민부문에서는 민주노총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비판적인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최재관 : 내가 민주노총을 비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농민들도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농민조직도 고령화의 위기,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10년간 700만 농민 중에서 350만이 구조조정 됐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신자유주의가 대세라고 생각하다는 점이 고민된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다수 농민조차도 그렇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 전농과 민주노총 모두 마찬가지다. 폭발적 대중운동으로 극복해야 한다. 농민운동도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WTO반대 투쟁이다. 당시 WTO에 반대하는 단체도 없었고 반대투쟁이 가능하단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홍콩투쟁을 이뤄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민주노총에 바람이 있다면 조합원들 상당수가 신자유주의는 대세고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극복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고도화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대중들이 문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공장의 담벼락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안타깝다. 농촌에 있는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에는 민주노총을 제외하곤 운동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자신이 얼마나 크고 엄청난 조직인가를 모르는 게 문제다. 전농은 3만 조직이고 대부분 노인들이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얼마나 젊고 거대한가. 민주노총은 자신의 힘을 깨달아야 한다. 공장의 담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다수 대중에게 폭로해야 한다.

사회자 : 듣고 보니 새삼 민주노총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위상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내와야 한다. 노광표 소장께서는 자주, 민주, 연대라는 원칙이 훼손됨으로써 위기이고, 안팎의 문제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라고 하셨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가?

김지희 :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가 발전하듯이 언젠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품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막연한 믿음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언젠가가 반복되면 과연 될까의 문제로 바뀔지 모른다. 87년 이후 20년, 민주노조운동은 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왔다. 승리감을 느낀 투쟁은 많지 않았다. 이젠 구체적으로 승리의 꼭짓점을 따야 하고 실제로 승리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승리한다는 의미는 안으로 보면 민주노총의 한계와 약점, 조직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를 하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은 있었지만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4기 집행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대의원의 문제, 내부비리, 의결기구의 문제 등 혁신의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위기가 초래됐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 현장대장정이 전환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위원장의 얼굴을 알리는 게 대장정은 아니다. 현장의 요구, 민주노총의 방향에 대한 의견 등을 아래로부터 수렴하는 것을 통해 노동운동이 공장의 담을 넘어 80만이 서로 얼굴을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불어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으로 전선을 쳐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로 정규직이 5년을 총파업을 해왔다. 보기 쉽지 않은 노동운동의 역사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나름의 투쟁을 해왔음에도 이조차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왜곡 선전됨으로써 민주노총은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조직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 과거였다.

사회자 : 위기에서 혁신의 과제까지 짚어주셨다. 이런 얘기가 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관련해 당연히 챙겨야 한다는 말도 있고 너희 것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사회자는 개인적으로 자기 밥그릇은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면서 남의 밥그릇까지 챙기는 것은 무리다.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진 것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덩치 노릇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전체 민중의 이익을 앞서서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파트너쉽이 주목된다.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 당이라고 한다. 상호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다. 이 두 조직의 관계에 대한 진단을 해보자. 민주노총처럼 당도 위기 아닌가?

장석준 : 지금까진 당 때문에 민주노총이 욕을 먹기보다는 민주노총 때문에 당이 욕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민주노총이 욕먹을 짓을 많이 했다가 아니라 사람들은 두 조직 가운데 민주노총을 더 주도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사회에 내린 뿌리는 민주노총이 더 깊고 넓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위기이다 보니 당도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정파의 문제는 기술적인 룰과 행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각 정파가 대표하는 노선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핵심적인 문제는 각 정파의 노선이 낡은 이념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파는 크게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가 있다고 한다. 국민파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과 사회적 의제의 이슈화를, 중앙파는 산별건설을, 현장파는 현장의 전투성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각각의 추상적인 말 자체는 지금도 소중하다. 문제는 그것들이 실제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바는 상당한 시련을 거쳤음에도 다른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령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은 노사정위원회 참여의 문제로 왜소화 됐고 또 그것을 돌파할만한 사회적 이슈도 만들지 못했다. 산별전환은 아직 형식적이고 현장의 전투성은 그 자체로는 중요하지만 전투성이 발현되는 민주노총의 현장이 자꾸 줄어든다는 점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등으로 생기는 사회적 분노와 불만의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의 활동가들이 또 당의 활동가들이 대중들에게 권위있는 해석과 대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운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다. 시대에 맞는 노선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당도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되는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자 :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는 크다. 그러나 민주노동당도 투쟁과정에서 실망시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다시 민주노총의 문제로 돌아오자. 위기의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한 정파문제를 들여다보자. 반대의 자유라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정파의 차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이기 보다는 차이를 좁히는 토론으로 이어지고 합의수준으로까지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5기 집행부는 정파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통합지도부 구성을 내놓고 있다. 이는 절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는가?

최재관 : 전농의 경우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전농은 결정에 있어서 중앙의 자율성이 많은 편이다. 지도부에서 시급히 문제를 결정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그럼에도 내부적인 입장의 차이는 있다. 지역적인 색깔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민주노총은 비판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우선이지 싶다. 꼭 대대가 아니더라도 다른 공개된 토론의 자리를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문제제기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같이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사람의 진실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또 합의수준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투쟁은 결정을 잘 해서 이기기보다는 결국 싸움을 잘 해서 이기기 때문이다.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모두가 충분히 동의할 정도의 많은 토론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지도자의 결정에 대해선 인정해 주는 자세도 중요하다. 선거를 치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자에 대한 지나치게 원색적인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비판이 필요하다면 명확한 사상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노광표 : 오늘 토론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정파문제일 것이다. 그 전에 현장조직이 노동운동의 역사에 부여했던 순기능은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활동가들이 이념과 지향을 펼치기 위해 학습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현장조직이었다. 그런데 정파가 어느 순간 역기능을 드러냈다. 아마도 내용적인 정파구분이 뚜렷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이지 싶다. 장석준 국장께서 말했듯 상층의 정파는 몇몇 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정파구별이 또 엄청나다.
과거에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정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줄서기나 하고 전혀 같이 안 할 사람들이 선거에 같이 나가는 등 이합집산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근본적인 불신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파의 순기능을 되살리는 것은 중요하다. 관련하여 신임 집행부는 노동운동혁신위원회(혁신위)를 제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외부 학계 등을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은 영향력 있는 정파대표나 담당자들을 혁신위로 모아서 토론을 공론화시키고 갈등을 여과시키는 장치로 자리매김 되는 것 같다. 혁신위에서는 각 정파의 입장을 명확히 제시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모두가 자기 조직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토론자리만 가면 완벽한 것처럼 얘기하고 상대가 집권하면 민주노총이 망할 것처럼 악선전 한다. 규율된 토론과 토론의 투명한 공개가 우선 필요하다.
말과 선언은 많은데 실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어느 정파라고 할 것도 없다. 어느 정파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자기주장을 설득시켜내고 독자적으로 의미있는 실천을 할 수 있는 책임성이 있다면 정파는 보다 긍정적인 형태로 공론화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주장만 무성하다보니 불신만 누적시키고 있다. 나아가 이런 양상은 민주노총 내의 의사결정구조를 앙상하게 만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세 후보가 같이 사진도 찍었지만 각 후보진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과거의 불신도 있고 응어리도 있다. 응어리야 술자리에서 풀 수도 있지만 각자가 노동운동에서 지향하고 하는 점은 선의의 경쟁이 장으로 나오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노총은 양치기 소년에 비유되기도 한다. 투쟁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투쟁의 우선순위를 나누고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냉정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죽더라도 때려 박아야 하는 투쟁이 있고 중요하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냉정히 구분하고 검토돼야 한다. 또 모든 회의들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 지도자의 고백과 주장은 공개되어 논의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길거리 투쟁에서의 노농연대 중요하다. 그러나 평상시 노농은 어떤 관계 맺기를 해왔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문화일보의 사설을 보면 짜증나지만 그들이 농촌과 기업을 자매결연 맺게 하는 것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진보적인 실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 현장노동자의 먹거리가 외국산 농산물로 넘쳐나는가? 왜 단협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는가? 밑바닥 연대의 기풍이 필요하다. 하부토대가 튼튼할 때 길거리 연대도 강하게 이룰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연대는 저지를 위한 수준일 순 있지만 대안을 만드는 힘이 될 순 없다. 민주노총은 공장의 담을 넘는 동시에 사회적 공공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저지와 방어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도 사회연대전략을 제기했다. 이를 선거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모든 후보들은 반대했다. 선거라는 시스템이 주는 한계이자 정파적 한계였다. 민주노동당이 왜 그런 제기를 하는지 안 된다고 하면 근거는 무엇인지 그러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총체적인 진단과 흐름의 있어야 함에도 부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것은 우리 문제의식을 확장시키는데 걸림돌이기도 하다. 연대와 공공성에 대해선 대장정 이후 하반기에는 선포돼야 한다. 대선후보 선출의 문제에 있어서도 기층 계급의 요구를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함에도 개방경선과 직선제 논의에 집중하는 것은 큰 문제를 제외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사회자 : 정파의 문제는 운동의 갈등을 넘어서 사회공공성에 대한 대안과 쟁점화를 내오는 의지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다시 혁신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이기도 한 민주노총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김지희 :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하겠다. 지난 한 해 부위원장을 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놀랐다. 반드시 결정해야 할 문제, 결정했으면 반드시 집행해야 할 문제에 마주해서도 너무나 무성의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함께 결의했음에도 집행이 되지 않았다. 어떤 집행부의 결정이든 조직의 결정인 이상 집행은 이뤄져야 한다. 정파의 입장이 민주노총의 입장 이상일 수는 없다. 정파의 승리에 집착하면 정파도 망하고 민주노총도 망한다. 어느 위원장이던 간에 민주노총의 자랑스러운 위원장이고 긍지다. 현장조합원들은 그런 시각으로 민주노총을 지켜왔다. 80만이 다 정파로 나누어진 것은 아니다. 정파 간에는 분명 서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또 바람직한 자극과 경쟁도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자기정파의 판단과 다르다고 해서 집행의 발목을 잡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세과정에서 만난 현장에서도 정파는 권력추구집단에 불과하다는 평이 다수였다. 현장은 민주노총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각 정파가 함께 결정하고 집행하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이 엄중한 비판을 5기 집행부는 고민하고 있다. 단지 각 입장의 대표를 만나서 악수하고 잘 해보자고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파 간에는 분명 사업의 작풍, 바라보는 입장, 전술적 판단의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서로 발전하기 위한 풍부한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각 입장을 구조적으로 안고가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으르렁거릴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결정적인 시기에 모두가 복무해야 한다. 자기 정파의 관철이라는 입장으로는 희망이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대의 아래 정파문제를 수렴시키기 위해선 문제를 구조화된 틀에서 풀어야 한다. 과거에도 노사발전전략위원회 등의 시도가 있었다. 과거에는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해 의견을 듣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건강하고 나름의 깊은 고민을 가진 정파의 의견과 나아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동시에 수렴해내는 구조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각 정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아마도 좋은 구조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지도부의 출범은 한 시작점일 뿐이다.

사회자 : 정파적 갈등,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회의록을 다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다.

김지희 : 몇 번 얘기를 해 온 문제다. 총파업 하자, 나아가 무기한 총파업 하자고 주장하고 이를 수렴하지 않으면 투쟁을 방기한 것으로 지도부를 몰아간다. 안 되는 상황이 뻔히 보이는 데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데도 주장만 앞세웠다. 게다가 막상 어떤 작은 결정이 나면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되지 말아야 하고 예방돼야 한다. 꼭 라인을 세우는 것만이 투쟁은 아니다. 전교조 7만 조합원이 모든 학교에서 일시에 몸자보를 붙이고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수업을 하고 공공, 공무원, 사무직 등 수천수만이 밤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다면 서울은 결론을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느 하나 못했다. 정말 많이 바뀌어야 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고백하고 공개해야 한다. 책임있는 발언을 하는 구조와 풍토가 절실하다. 회의록 공개는 필요하다.

사회자 : 당은 어떠한가? 회의록을 다 공개하고 있는가?

장석준 : 당은 최고위원회의 회의를 1기 때부터 공개해왔다. 투명한 논의와 합의를 위해서 공개는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통합은 쉬운 방법을 찾기 보다는 어렵지만 정도를 걸어야 한다. 각 입장에는 물렁한 부분도 있고 서로 부딪히는 모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보통 통합이라고 하면 가자의 물렁한 부분만을 다루기 십상인데 혁신위에서는 각자의 모난 부분이 용기있게 만나서 자기반성과 과감한 제기를 통해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현장대장정도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결합해야 효과가 발휘 될 것이다.

사회자 : (민주노총)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으로 들어도 좋겠다.

노광표 : 내가 5기 집행부의 출범이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는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민주노조운동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 사람과 재정은 없는데 모든 과제와 투쟁이 해결되지 않은 것을 민주노총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은 기업별, 연맹별 체계 아래에서의 민주노총의 역할이다. 현재 70% 이상이 산별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이 산별들이 잘 자리잡게 하는 것을 핵심역할로 잡아야 한다. 장기투쟁 사업장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1,000원씩 내도록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사업이 아니라 해당 산별의 사업이 돼야 한다. 5기 집행부의 주요한 역할은 3년간 산별재편을 마무리하고 산별시스템에 맞는 민주노총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민주노총은 지향하는 사회의 상을 밝히고 지향을 위한 전략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법제도 개선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고 그 외의 역할은 산별로 넘겨야 한다. 그래서 각 지역은 산별의 지도하에서 연대를 통한 문제극복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모든 현장의 문제를 민주노총의 문제로 제기하고 이에 대해 지도부는 자기 책임으로 느끼는 과거의 모습은 조금씩 지양돼야 한다.

사회자 : 자연스럽게 혁신의 과제, 우선 사업의 문제로 옮겨왔다. 그 가운데 현재의 의무금 문제, 산별체계로 전환했을 때의 의무금 문제도 고민돼야 한다.

김지희 : 선거시기에는 의무금 납부율이 조금 올라갔다가 선거 이후엔 사무처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납부율이 떨어지는 상황의 반복을 말하지 않더라도, 재정의 문제는 잘 풀리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다. 49명의 사무총국이 80만을 책임 질 수 없다. 그럼에도 다양한 문제가 중앙으로 집중된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에 대해선 위원장의 공약이기도 하고 강력한 해결의지를 표현한 방법이 있다. 산별체제에 맞게 직접 총연맹으로 의무금이 입금되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시도했다가 중집이나 일부 연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사회자 : 왜 반대했는가?

김지희 :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연맹의 책임성에 관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또 점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도 많았던 것 같다. 납부율을 높이기 위해 총장이 직접 독촉을 하기도 하고 납부율을 대대에서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효과를 보진 못했다. 직선제를 앞두고 의무금 납부의 문제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 원활한 사업집행을 위한 재정확보와 더불어 엄격한 투표자격을 부여하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많이 논의 한 상태는 아니다. 직접납부, 공개, 제재까지만 논의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자=전농은 그런 문제가 있나?

최재관=전농은 그런 문제보다 다른 문제가 심각하다. 돈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대대를 통해 의무금이 200% 인상이 됐기 때문에 중앙상근자들 월급이 조금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사회자=당은 어떤가. 당비납부와 관련해 재정자립도, 만족도는?

장석준=민주노총 혁신이야기 하다가 돈 문제가 나왔다. 당비와 조합비는 상급단체로 납부하고 당비는 개별당원들이 납부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당은 단위노조에 가까운 것 같다. 다만 혁신과 관련해 나온 쟁점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다. 민주노총 전체 발전과정에서 각 조직단위의 분업,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재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큰 틀에서는 노광표 부소장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산별노조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과거 민주노총이 담당했던 상당부분을 의식적으로 산별노조로 이전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중앙이 해야 할 몫과 지역이 해야 할 몫에 대해 재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역할은 새롭게 강화돼야 한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에서 지역연대, 산별노조가 된다고 하더라도 거대 기업의 조합원 사이에 일상적 연대를 만들어 나갈까 하는 부분은 지역본부 차원에서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럼 중앙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까지는 조금 소홀히 했던 계급적, 사회적 의제문제가 강화돼야 한다. 작년에 북핵문제가 터졌을 때 모 신문에서 민주노총 성명서가 없다며 조합원들의 삶에 무관심한 민주노총이라고 보도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렇게도 해석이 되는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급적 의제가 단협 상의 부분에도 있지만 북핵문제 등 광범한 의제들이 있고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민주노총인데 이제까지는 잘 못했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의제가 나왔을 때 참여연대를 먼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자=만약 의무금을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노광표=내가 보기에는 어느 조직이나 100% 완납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지희 부위원장께서 말씀하신대로 진짜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즉 장기투쟁이거나 직장이 폐쇄가 됐다면 이런 조건에 대해선 대의원이나 중앙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의무금 문제는 중간에서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70만 명의 조합원들이 의무금 내고 있는데 연맹과 산별노조에서 늦게 민주노총에 내거나 줄여서 낸다면 진짜 조직실사를 들어가서 누수현상이 있다면 그것이 10%수준인가, 아니면 낼 수 있어도 못내는 것인지 내부의 동의가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액제 문제를 정률제문제로 전환되는 것은 산별전환과 연동돼 있다. 한 달 연봉이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산별시스템이 정률제 납부 시스템을 갖춰내고 민주노총이 그것이 입각해서 한다면 가능하다.

사회자=의무금에 관한 문제는 납부한 조합원의 명단까지 밝히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아주 민감한 문제라서 거론하지 않고 있다. 산별전환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이고 통합노조가 만들어지고 통합산별로 가겠다고 하고 있는데 산별운영 관련해서는 전무한 것 같다. 민주노총의 대안은?

김지희=산별로 70%는 전환했지만 실질적으로 산별역사를 가지고 있는 노조는 얼마 없다. 보건의료노조가 나름대로 그런 역할을 하고 산별교섭을 했으나 이제 되고 있는 과정인데 제가 보기엔 조합원들이 과연 산별이 갖고 있는 장점, 산별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대중적 합의가 부족하다. 대세니까 안갈 수 없는 분위기 15만의 금속이 가고 있고, 15만의 공공운수산별이 뜨고 있는 대세로서 가는 것이다. 대세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것은 좋다. 왜냐면 그것이 좋은 것이니까, 그것이 옳으니까 가는 것은 좋다. 산별에 대한 긍정성을 만들어 주는 것은 좋으나. 깊이 들어가서 자신의 문제로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산별 운영과 효과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판단이 든다.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가서는 왜 이렇게 운영되는지 어떤 수준이냐 하면 단위노조에서 분회, 지회, 지부로 바뀐 거다. 과연 하나로 움직이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내가 단위노조 했던 것처럼 10만의 덩어리가 9만의 덩어리가 15만의 덩어리가 하나로 움직인 것에 대해 정말 좀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산별은 70% 전환됐으나 이제 산별은 시작이라 밖에 말씀 드릴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보면 기업별노조의 오랜 경험,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주노총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첫발을 내딛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내가 보기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없으나. 산별을 왜 대안으로 보는가. 이제는 담벼락을 넘어야 된다. 단위의 문제로 해결 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공세, 여기에 총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조직적 대안으로 우리는 산별을 가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을 구조적으로 안착화 시켜 내는 것, 그리고 산별협약을 통한 전사회적인 노동의제화 시키고 그것을 전체 노동자의 이익으로 관철시켜 낼 수 있는 유력한 무기를 가진 것이다. 거기에 걸 맞는 조직체계, 조직운영, 재정확보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면서 산별협약에 대한 제도화투쟁, 이제 만들어 가야 된다고 본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사회자=노광표 부소장께선 산별전환 운영이나 비정규직과의 관계 등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광표=나는 한국노동운동이 어느 나라에서도 없었던 위대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문반 3년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문이라도 바꾼 것이 저는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틀이 바뀌어야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김지희 부위원장 말씀대로 조직의 70%가 산별로 전환했지만 기존의 관습이 남아있고 새로운 산별의 정신이 노조에서 잘 발현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크게 세 가지 정도의 과제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 산별은 노동계급의 연대의 문제이고 조직 확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협체결의 내용이 지역적, 사회적 구속력을 갖는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10%대의 낮은 조직률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대표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기업별단위 노조단위 속에서 조직 확대가 안 됐다고 한다면 산별로 가서 얼마만큼의 인력과 기준을, 되든 안 되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꽤 오랫동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보다는 조직국의 사업이 기존 조합원들의 관리 운영에 있었다.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보건의료노조가 병원노조의 연합체가 아니라 보건의료산업의 노동자들을 조직해야겠다고 하는 방침의 변화가 있었고 구체적인 실천사업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각 산별로 매년 앞으로 3년, 혹은 5년 동안 조직률을 그 산업에 얼마만큼 할 것인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업이 조합원들에게 공개되고 평가의 지표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도 80만 조합원의 숫자를 내 임기동안 1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하면 이 부분도 그 집행부에 대한 3년 임기를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의 집중이 첫 번째 과제다. 두 번째는 산업별 의제문제다. 기업단위이든 아니든 똑같은 제조업 공동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원하청, 하도급 문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의제화 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의식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정치적 진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산별노조가 단기간에 해낼 수는 없겠지만 기업단위의 직종들이 주로 정치적인 영역에서 대단히 광범위해져야 하고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그 통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이 세 가지 부분을 갖추고 구체적인 실행전략과 프로그램들이 나온다고 하면 눈에도 좀 띄고 기분이라도 산별로 바꾸고 내부 체계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이것으로 주제 토론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올해 꼭 성과를 내야 할 사업에 대해 간략히 말해 달라.

노광표=‘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는 못 쓴다’는 격언이 있다. 5기 집행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바로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간부가 자기계획과 목표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내부조직을 안정화시켜내는 것이다. 저는 민주노총이 한두 달 안에 결단을 내려야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산재법 개악문제도 있고 FTA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 문제들에 대한 투쟁의 준비와 결의는 기존 집행부가 하지 못했던 조직 이완, 그리고 민주노총 중앙과 연맹과의 결합도, 현장 조합원의 투쟁력과 다른 한편의 민주노총 탈공동화 대책, 이 부분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안정화시키고 내분을 추스릴 것인가 하는 부분이 2007년 대선까지 민주노총이 기본적으로 투쟁해야 하고 이것을 발판으로 해서 통 크게 세상을 바꾸는 싸움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관=우선 1노조 1농민회 자매결연 관련해서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서 경제적으로 힘든 농민들에게 지원책이 되고, 지난해의 노-농 연대를 계승했으면 좋겠다. 크게는 올 연말 대선과 관련해서 8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또 20만 농민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투쟁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

장석준=현장대장정 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하루빨리 민주노총이 자신감을 되찾아서 수구세력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것을 넘어 우리가 공세적으로 쟁점을 던지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 하반기에는 이제까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과의 관계는 주로 선거 국면에 인력지원, 재정지원 정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정책과 의제를 가지고 서로 파트너십을 만들어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가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 있어서 민주노총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지희=말씀하신 요구들을 실천하겠다. 그리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올해, 그리고 앞으로 3년의 임기동안 저희 5기 집행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해내기 위한 제반 비판과 지적과 요구들을 받아 안겠다. 그래서 이제는 희망을 품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하나하나 실현되고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이 모아졌을 때 먼 훗날 새로운 역사의 진전과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씀을 드렸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시대적 요구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아니라 반드시 승리하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자=민주노총이 신임 집행부의 출범을 계기로 해서 현장대장정을 통해 모든 낡은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무지막지한 탄압과 혼돈 속에서 다시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을 회복하고 그런 작풍을 만들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힘이 돼서 운동을 일으키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탄압에 신음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기 위해 힘을 합치는 한 해, 민주노총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재창립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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