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을 바라보는 노동자의 부릅뜬 눈

우리 노동자들은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로써 미일제국주의의 대북적대관계 청산과 북의 핵시설 불능화 및 분담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2.13 6자회담 합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21세기는 제국주의 강대국이 힘과 패권, 논리만으로 약소국을 일방적으로 억누르고 다스릴 수 있는 시대는 결코 아니다. 제국주의자들의 억압과 착취, 전쟁과 수탈이 계속되고 있지만 역사는 진보하고 인류 양심은 더욱 빠른 속도로 깨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이 세상을 향해 그토록 한 목소리로 외쳐왔던 "적대보다는 화해를, 패권주의보다는 호혜평등을, 전쟁보다는 평화를 추구하자"는 호소가 세계의 주목아래 동북아 일각에서 실현되고 있다.

한반도 핵선제공격이라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전쟁위협과 대북적대 논리에 의한 부당한 법과 제도 등에 억눌리면서도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치며 투쟁해 온 남쪽 노동자들은 2.13합의 소식에 그 누구보다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주의자들의 군사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사회 양극화의 위기가 세계 도처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2.13합의가 자본가와 제국주의자들에게 패권과 억압보다는 상호존중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생산의 주역이면서도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포기한 채 굴종의 삶을 살아온 모든 피억압자들에게는 자주와 평등, 평화와 친선, 연대와 단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가 한결같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상호존중과 호혜평등, 평화와 친선은 우리 노동자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을 위한 상생 원리다.

그런 뜻에서 인류를 공멸의 길로 내몰아 온 전쟁광들의 발호를 견제하며 대화와 상생의 길로 인도해준 북녘 동포들과 미국 민중들의 헌신과 노력에도 갈채를 보낸다.

민주노총은 조국통일 3대 방침에 의거해 △한반도 전쟁과 핵위기는 오로지 제국주의 강대국인 미국의 대북적대 봉쇄압살정책의 강화로부터 비롯되어 온 만큼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른 상호존중과 대화로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 △우리민족이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간섭하지 말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 △이남은 대북적대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것 △남북이 연방제로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것 등을 일관되게 제기했다.

이번 2.13 6자회담 합의가 미제국주의자들이 중동지역에 스스로 파놓은 수렁에서 우선 벗어나고자 하는 정략적 술수가 아닌, 진실로 평화와 호혜평등, 자주와 상생의 새 세상을 열어젖히는 인류공동의 첫발자국이 되기를 바란다.

몇 가지 필수 후속조처를 제기한다.

첫째, 각국은 2.13합의에 명시된 합의실천 과제를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앞장서서 이행해야 한다.

2.13합의 정신이 한반도에서는 물론, 이란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서도 또 동티모르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평화와 자주권, 상호존중의 정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핵선제공격연습인 RSOI한미합동 군사연습과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당장 중단하고, 약속대로 북미평화협정체결에 주력하여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일본은 강도강간, 납치학살, 파괴수탈의 범죄로 점철된 한반도 식민 지배 범죄행각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커녕, 후안무치하게도 납치문제 운운하며 스스로 합의한 북일평양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렸다. 일본은 무책임과 부도덕성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한다. 지금 당장 조건 없는 2.13 합의이행과 우리민족에 대한 진심어린 식민지배 사과와 배상, 관계정상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나아가 6자회담 각국은 6자회담 초기행동조치의 합의 성과가 단지 한반도 비핵화에 머무르지 않고 동북아 전체의 비핵지대화, 세계 핵군축 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에 절대적 이해와 헌법적 책무를 지닌 대한민국 정부는 합의서 내용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전향적인 화해와 친선이라는 모범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 누구도 적대와 불신, 대결 시대로 되돌릴 수 없도록 제반 화해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특히, 적대와 억압의 대명사인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전원 석방과 수배해제 및 사면복권, 대북적대군사연습과 봉쇄압박정책 중단, 인도주의적 대북지원협력사업 개시,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국회는 정략적 대선놀음을 중단하고, 30일 안에 대북적대법률 폐기 등 전면적인 민족화해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법원 역시 대결시대 법률 적용을 즉각 중단하고, 사상과 정견 차이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없도록 전향적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국회는 동북아 화해분위기가 우리 사회 저변으로부터 만개할 수 있도록 소외되고 천대받아 온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특히, 비정규노동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실업자, 장애인, 극빈자, 철거민, 영세중소하청업체와 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사과와 화해조치, 보호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6자회담 합의정신에 맞게 북미 사이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 주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세부일정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대북대중적대 전초기지인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주민이주사업 추진을 중지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그동안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기 위한 정부 탄압때문에 정든 고향땅을 강제로 포기하게 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가유공자급 대우로 위로해야 한다.

또한 백주대로에서 노동자 하중근을 때려 죽이고 구속노동자를 양산하며, 비정규 악법을 만들고 한미FTA를 강행함으로써, 전체 노동자민중들과 적대관계를 형성한 책임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당연히 후속조치로 공권력을 남용한 살인범죄자와 그 지휘 책임자를 반드시 색출, 처벌해야 한다. 부정비리 자본가와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복권뿐만 아니라 구속된 노동자 민중에 대해 전면석방, 수배해제, 사면복권을 단행하는 진정한 대화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사회 내부에 만연한 불신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민족 화해와 단합, 자주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 기반 조성에 통 크게 나서야 한다.

바로 이러한 사회 여건에서는 평화통일헌법 마련을 위한 자발적인 범국민운동도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그에게는 역사가 마련해준 마지막 기회이며 민족양심의 부름이다. 대통령은 겸손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응답해야 한다.

김영제/민주노총 통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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