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산별노조 관련해 제기한 입법요구 중 하나는 산별협약 확장이다.
현행 노조법에도 단체협약의 지역적 구속력 제도가 있지만 그 요건이 너무 엄격해 거의 사문화 돼 있다.
‘하나의 지역에 있어서 종사하는 동종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 적용을 받게 된 때’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그 지역 동종 미조직 노동자에게 그 단체협약 확장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용노조 다 포함해도 조직율이 11% 정도인 우리 노동현실에서 적용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을 ‘하나의 산업, 지역, 업종에 있어서 종업하는 동종 조합원 2분의 1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 적용을 받게 된 때’라고 해 동종 노동자가 아니라 동종 조합원, 즉 조직된 노동자 중 절반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으면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야 하고 노동위원회는 확장 적용 결정을 할 때 그 단체협약 내용의 사회적 공익성을 고려해 의결하도록 돼 있다. 극단적 예로 소수 조합원만이 존재하고 그 중 절반이 적용되는 단체협약이 있다면 이것도 확장되는 것이냐는 반론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사회적 공익성’을 고려해 적용결정을 하도록 돼 있으므로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100% 조직률을 달성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직률은 한계가 있고 법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단결권이 제약된 노동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산별노조 단체협약 확장을 통해 이들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하자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예를 들어 조직된 산별노조가 투쟁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산별최저임금 협약을 체결했고 그것이 확장 적용될 수 있다면 미조직 노동자들은 그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은 한 가지는 ‘초기업단위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항은 최저기준’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업별 협약은 새로운 내용이나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에 보다 유리한 조항들을 포함할 수 있지만 초기업 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을 정할 수는 없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별 협약이 체결된 이후 해당 기업에 적용되는 초기업 협약이 성립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별협약 체결 이후 사용자들이 사업장 단위에서 우위 힘을 이용해 이보다 못한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산별협약을 무력화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 외에도 법으로 만든다면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입법요구를 제기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거꾸로 악법으로 둔갑해 입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외된 것들도 있다. 지금쯤 노동부도 나름대로 산별노조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입법을 슬슬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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