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검찰, 포스코 자본 경비대로 전락하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작성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 수사 결과' 대외비 문건 폭로...곳곳에서 포스코 자본 대리한 공세적 노동탄압 주도 흔적 사실로 드러나

노동자를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집단으로도 묘사, 분노 자아내
고 하중근 열사 시신부검 둘러싸고 사전 시신이송계획 세우기도
포항지청장, 검사 등이 집회현장에 나와 경찰의 강경진압 독려하기도
검찰이 포스코 원청 대리해 친포스코 민신유도 위해 노조를 불법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포스코 원청의 불법 대체인력투입 사실 조작해 국가보안산업체라며 검찰이 적극 방어
노동부 앞으로 실업수당 지급 말라며 공문보내며 월권 휘둘러
대법원의 불구속수사 방침 넘어 검찰이 노조무력화 목적 묻지마 구속수사 지침 남발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국정원, 경찰, 지역국회의원 등 유착해 노조죽이기 입체공작 꾸미고 진두지휘
외부세력개입론 들이밀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대상 불법 정보사찰 실시

포스코자본과 검경의 ‘포항건설노조 죽이기’ 합동작전 보고서가 입수·공개됐다.
경향신문이 20일 단독입수한 대구지검 포항지청 ‘포항건설노조 불법 파업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라는 검찰 대외비 문건을 흝어보면 검찰이 중심이 된 공안기관 대책협의회가 포항건설노조 파업에 직접 개입해 노조무력화 공작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외비 문건을 통해 노동부의 실업급여 지급을 제지하는 등 과거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 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연 관계기관대책회의를 방불케 하는 공안 총 지휘부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적절한 수사로 포항건설 조합원들을 대규모 구속하고, 조합원들 결집을 막기 위해 하중근 열사 부검 장소를 포항에서 대구로 옮기는 시신 이송계획도 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파업 초기부터 민주노동당 등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외부세력 불법개입 처벌론'을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는 한편, 형사처벌을 기본방침으로 정해 현직 의원을 불법사찰하는 등 권력남용과 불법을 저지른 점도 사실로 판명했다.

△전원구속 신기록 수립 자축=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합원들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심문시 범죄 사실보다는 답변하기 어려운 사항을 묻는다”는 내부 원칙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구속'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경악할 수사방침은 표적수사와 보복수사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이에 따라 실제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사제 화염방사기 등 시위용품 준비과정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유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검찰의 공격적 심문과 모호한 공소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검찰은 '포괄적 공모공동정범' 협의를 노동자들에게 덧씌워 영장발부율 100%를 달성했다. 성시웅 포항지청장은 이에 대해 검찰 대외비문건 발간사를 통해 “영장 청구한 전원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는 진기록이 수립됐다”며 자축성 발언을 적었다.

△실업급여 지급 중단과 환수 요구=검찰은 노동부가 건설노조 조합원 1,170명에 대해 1인당 평균 1,452,000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한 데 대해 "부적정하다"며 노동부 앞으로 공문을 보내 '실업급여 지급 중지와 환수'를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파업근로자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검찰 독단적인 법리상 해석을 곁들여 노동부를 압박한 셈이다. 한편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실업급여 지급이 당시 임단협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부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검찰이 실업급여 지급을 막아 건설노조의 임단협을 찬성 쪽으로 유도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하중근열사 부검 막후조종=검찰은 고 하중근열사의 부검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부검에 따른 공권력 실추를 막기 위해 막후조정을 시도한 것으로 검찰 대외비 문건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하중근열사가 사망한 뒤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이 이어지자 “유족들이 부검에 반대할 경우 원만한 부검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중상자가 속한 문중, 지역주민 단체인 ‘애향회’, 중상자의 고향인 포항시 대보면 면장 등을 통해 사망시 부검협조 및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설득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검찰은 노조 조합원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부검 장소를 포항에서 80km 떨어진 대구에서 실시토록 결정하고 이를 추진했다. 또한 하중근 조합원 치사사태에 따른 민심 악화를 조기에 차단할 목적으로 고인의 문중 등을 대상으로 우호적 여론조성에 검찰이 나섰다.

△단병호의원 등 대상 사법처리 겨냥 불법 정보사찰 실시=검찰은 파업 초기부터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 이해삼 최고위원, 김숙향 경북도의원 등 투쟁 지원에 나선 인사에 대해 사법처리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고 일상적인 불법 정보사찰을 일삼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증거불충분’으로 형사처벌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밖에도 검찰이 작성한 대외비문건에는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을 조롱하고 모멸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 분노를 자아낸다. 조사과정에서 검찰은 “노조원 대다수의 지적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객관식 형태의 간이 자술서 양식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사법권력의 반인간적인 특권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포스코라는 재벌자본을 대리해 법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자국 노동자를 학대하고 '법살'했다.

검찰 대외비문건에는 포항지역 건설플랜트 업종현황 및 노사 구도,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등 파업 진행경과, 검찰의 단계별 조치사항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또 검찰수사 결과 및 점거농성 실패원인, 사망근로자 관련 검찰 조치사항, 노조측의 임·단협 요구안 관련 검토사항, 향후 노사관계 전망 및 노사분규 관련 개선방안 등에 대한 내용도 검찰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해 기술했다.

A4용지 총 338쪽 분량으로 발간된 검찰 대외비문건 앞장에는 “이 책자는 민주노총 산하 포항지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의 진행경과 및 이에 대한 검찰의 단계별 대책 등을 분석·정리한 것으로 대외적으로 공개될 경우 검찰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편,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고 하중근열사 공대위, 참여연대, 민변 등은 검찰 대외비 문건에 적시된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총력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000)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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