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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에 이어

3. 수수께기 같은 물음

<b>▲노동계급이 집권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가 실종되는 것이다.</b>
오늘 노동계급에게 집권의지가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질 때, 자신 있게 집권의지가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계급의 집권의지는 허공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역량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계급의 정치역량을 세력화한 것이 진보정당이다.
이처럼 노동계급이 자기의 집권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정당은 명백하게도 진보정당밖에 없는데도, 우리 사회의 노동계급은 선거에서 진보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지지 않는다. 이것은 노동계급에게 집권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집권의지를 갖지 못한 노동계급은 자기들의 정치적 요구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표를 던진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서 좌우되어야 할 선거판이 여론에 의해서 좌우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여론은 대중언론이 틀어쥐고 있고, 대중언론은 자본가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대중언론들은 예외 없이 자본의 시장지배력에 복종한다. 대중언론은 노동계급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가 서비스상품을 생산하고 교환하고 유통하는 거대한 자본주의언론시장이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가 실현되어야 할 선거는, 노동계급의 반대편에 있는 자본가들이 자본주의언론시장을 통하여 자기들의 정치적 요구를 실현하는 선거로 뒤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노동계급이 정치적으로 소외된 채 실시되는 선거는, 지배계급 내부에서 갈등하는 여러 정치파벌들의 난타전으로 될 수밖에 없다. 탈당, 분당, 창당, 합당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자기들끼리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권력욕 중독자들의 난타전을 바라보는 것은, 노동계급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고역이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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