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 기자의 더듬이

현장대장정=현장감동
패랭이 기자의 더듬이

민주노총 제5기 지도부의 ‘현장대장정’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27일 민주노총 총연맹 사무총국 수련회에서 현장대장정 위상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 아무개 국장은 ‘대장정’이라는 용어에 대한 시대적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중국 홍군의 대장정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사실 장정(長征) 또는 대장정(大長征)은 1934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군의 포위망을 뚫고 1년 동안 9,600km의 거리를 걸어서 탈출한 사건을 말한다.
쫓기며 하는 대장정과 같은 피해의식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얘기인 것 같다.
요컨대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정서에 떠밀려 현장대장정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정황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이석행 위원장도 현장대장정을 앞두고 ‘잘 해야 한다.’는 의지와 현실적 고민에 조금이나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벌써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는 언급이 그렇다.
이제 현장대장정은 계획대로 3월부터 6개월간 진행될 프로젝트가 됐다. 분명한 것은 8만 명으로 시작해서 최종 목적지에 남은 7천명의 중국 홍군 대장정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추격전을 피해 달아나는 방식의 대장정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이슈 제기와 함께 최종 목적지에 남는 몫은 여전히 전국 현장의 조합원들이고 함께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대장정이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패배가 아니라 승리, 그것도 역사를 바꾼 대승리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이번 현장대장정의 기대가 부푸는 이유이다. 홍군은 장정을 통해 혁명을 위한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다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역시 민주노총 또한 사회의 변혁을 위한 고난과 역경을 맞을 채비가 됐다. 물론 그 고난과 역경이란 73년 전 중국대장정의 실체와는 분명 다른 것이겠다.
지금 엠비시 ‘주몽’ 건국신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아마도 그 인기비결의 한 축에는 주몽이 병사들에게 주는 감동과 현장성에 있을 것이다. 지난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도 그랬다. 이번 현장대장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어떠한 감동거리로 다가갈 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강상철 prde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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