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8일, 죽음의 장시간 노동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요구하며 싸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빵 대신 먼지를 마시며 폐쇄된 작업장에서 일하던 미국 여성노동자 1만5천명은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외쳤다. 그러나 99년이 지난 오늘도 여성들의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광폭하게 몰아치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 속에서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끝없는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실업,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여성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여성비정규직은 전체 여성 임금 노동자 644만 명 중 436만 명(67.7%)으로 비정규직이 2배 이상 많다. 남자는 10명 중 5명, 여자는 10명 중 7명꼴로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런 남녀간 차이는 주로 장기 임시근로, 기간제 근로 등 임시근로와 시간제 근로 및 특수고용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비정규직에서 임시근로자가 97.9%(여성의 경우 98.7%)나 되는 것은 매우 특징적인 우리나라의 현상이다.
또 임시근로 중 장기임시근로자가 여성의 경우 62.52%나 된다. 이는 상시적 업무에 수차례씩 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일하는 명목적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이다. 그 비중도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
임금 불평등을 남녀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2004년 3.6~5.0배, 2005년 3.5~5.1배, 2006년 3.4~5.0배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에는 남자를 100이라 할 때 여자는 64이고, 정규직을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은 52이며, 남자 정규직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은 54, 여자 정규직은 70, 여자 비정규직은 42이다. 남녀간 차별보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더 심하고, 이것이 비정규직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 중 65%가 여성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성별 차별이 심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조건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 수준에 따라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결정은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현재 여성 가구주 3명 중 1명은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어, 이들의 소득향상을 위해서도 최저임금 향상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2.1명보다 훨씬 낮은 1.08명 수준이다. 직장에 다니는 저소득층 기혼여성은 10명 가운데 6명이, 고소득층 기혼여성은 10명 중 4명이 첫아이 출산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2005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특히 취업중단 이유 중 비자발적 이유가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만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임신·출산·육아 문제로 인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비정규직의 대다수인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임시직(여성 비정규직의 70%)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 임신·출산으로 인한 재계약 거부다. 계약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어서 법적 구제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결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사실상의 해고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 여성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불평등한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수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모성보호법 역시 그나마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는 저임금 하위직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빈곤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농업개방·농업포기 정책으로 과중한 부채와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교육, 의료서비스 개방은 여성의 부담을 증대시키고 가정과 직장내 여성 노동강도를 강화할 뿐 아니라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등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파괴가 여성을 포함한 빈곤층 삶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여성노동자를 1차적 희생양으로 삼게 될 것이다.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70%가 넘은 현실은 한미FTA로 인해 더 치명적 상황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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