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긴급인터뷰 전문

[표시작]<font color=darkblue>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식취임한지 한 달이 흘렀다. 총연맹 사무실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5기 집행부가 <혁신과 민주노총 재창립>을 강조하며, 낡은 구조 청산을 위한 현장대장정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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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위원장은 늘 이른 아침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위원장실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밤새 쌓인 이메일 등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위원장에 대한 '애칭'이 하나 붙었다. 'e석행'이라는. 그가 분주히 컴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방문객들이 위원장실을 찾는다. 이른 아침부터 그런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잠시라도 쉴틈을 갖지 않는 이석행 위원장이 3.2 노동부장관 회동을 결심하면서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전달하고 해결하겠다며 팔을 걷었다.

3.2회동을 앞두고 민주노총 편집국은 이석행 위원장과 <긴급인터뷰>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취임 한달에 대한 소회와 함께 3.2회동에 대한 결심을 자세히 드러냈다. 독자들도 궁금해하는 3.2회동 등에 대한 민주노총 위원장의 견해를 긴급인터뷰를 통해 알린다. <편집자주></font>[표끝]

<b>▲취임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다. 위원장으로서 가장 관심있게 추진하는 부문은 무엇인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b>

<font color=darkblue>=현장대장정 이전에 파견대의원이 아닌 조합원들을 가능한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략 3천명 정도 만난 것 같다. 위원장이 된 후 현장대장정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을 순회했다. 조합원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전교조 경기지부와 전남지부 활동가들과의 만남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된다. 또 구속노동자들을 면회하고 편지도 주고받았다. 설 전날 공무원노조 서울지부와 함께 소년소녀 가장들과 독거노인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보고 체험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되는 대구지역 세진테크 노동조합 동지들을 만나 힘들고 어렵게 일하며 투쟁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다.</font>

<b>▲노정관계 복원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민주노총 5기 집행부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명확한 교섭의지를 확인하셨다. 그 과정에서 노동부는 <3.2회동>을 통해 <범국민적 타협안 도출을 기대>하는 눈치다. 회동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혀달라. 그리고 회동 주체로서 어떤 부분을 중점 논의하실 생각인가.</b>

<font color=darkblue>=먼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교섭과 대화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노동부장관을 만나는 것은 대화하러 가는 것이지 교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취임 후 장관이 저한테 “오겠다. 와도 되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해 왔었다. 이에 대해 “오는 사람 막지 않겠다. 환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3일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오고 싶었는데 노동부 내 관료들 의견이 장관이 민주노총을 찾아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갈 수 없다.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 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저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 후 시간이 흘렀고 노동계의 여러 가지 현안문제 등을 감안할 때 만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서 다시 연락을 했다. 이틀 뒤 통화가 이뤄져 만나자고 했더니 또 장관이 “그러자. 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저는 “장관실로 직접 가겠다”고 했다. 장관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장관실로 오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했다. 저는 “그런 것 없다. 장관실에 가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문제일 수 있으나 가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자들을 대동하고 만나자”고 했다.

노동부장관을 만나면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주체들이 모여서 <b>노사정 야합을 통해 일방적으로 노사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을 후퇴시킨 데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하고 법 재개정을 요구</b>할 것이다.

케이티엑스 승무지부와 기륭전자 등 <b>장투사업장 문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즉각 해결하라</b>고 촉구할 것이다.

산별연맹 현안문제와 관련해 <b>산별대표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를 제의할 것</b>이다.

노동부가 각종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b>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차별하는데 대해 형평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것</b>이다.

<b>구속노동자 66명과 수배자들을 포함한 120여명에 대한 수배해제와 구속자 석방, 사면복권과 원상회복을 요구할 것</b>이다.

노정관계에 대해서는 <b>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노동부차관 라인 활성화를 촉구할 것</b>이다.</font>

<b>▲3·2회동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회동 결과가 과연 이후 노정관계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회동에 임하는 심경은?</b>

<font color=darkblue>=저는 먼저 대화하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노동부장관을 만나 무엇을 기대하기보다는 할 말을 다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정부가 가시적으로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단절됐던 노정간 대화 창구가 다시 재개되는 것 외에 이번 만남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font>

<b>▲임단투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민주노총 재창립을 위한 현장대장정을 삼월 중반에 시작한다는 공식일정도 발표한 상태다. 현재 준비 정도와 함께 현장대장정을 고안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과 동기 등을 설명해달라.</b>

<font color=darkblue>=현장대장정은 애초에 저 혼자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다. <b>대장정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그만두고 현장을 돌면서 민주노총 중앙과 현장이 괴리돼 있다는 것, 중앙과 간부들만의 민주노총이 돼 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에서 출발</b>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었다.

선거를 맞아 위원장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다운 힘을 갖고 민주노총 위치에서 <b>민주노총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을 근본으로 삼아야</b> 한다고 생각해서 현장대장정을 고민하게 됐다.

민주노총 상집회의와 중앙총국 수련회를 통해 동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먼저 <b>중집과 중앙위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후 전국 지역본부 중앙상근자들과 중앙총국 합동수련회, 산별상근자와 중앙총국 합동수련회를 마련할 것</b>이다. 물론 산별 순회를 통해 현장대장정에 대한 취지와 의미도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할 것이다.

현장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자리를 최대한 만들어서 치밀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그런 일정을 갖다보면 현장대장정 출발이 일주일 정도 늦어질 수도 있다. 중앙상근자에 대한 인선이 늦어진 때문이다.</font>

<b>▲대선이다. 민주노동당은 3.11 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 선출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민중경선제를 주문하는 동시에 300만표-30석 원내의석 확보를 지원하고 집중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요구내용을 갖고 당과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민중참여경선제 등이 채택될 여지가 있는지 등이 궁금하다. 만일 당대대에서 그런 내용이 동의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하실 것인가.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대선 토론회라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있다.</b>

<font color=darkblue>=대선문제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민주노동당과 논의하는 자리를 한 번도 갖지 못했다. 아직은 일정도 잡힌 것이 없다.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아직까지 선출하지 못해서 그런 부분이 발생했다. 그래서 어제(2월27일) 정치국장에게 역할을 이임해서 당과 논의하는 과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조만간 대선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당과 연계하는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민중경선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당원 51%, 오픈프라이머리로 49%로 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그런 방안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font>

<b>▲이제 공식취임 한 달이 지났다.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 그 자체다. 그동안 활동을 상기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일반 대중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b>

<font color=darkblue>=우리 민주노총은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인터뷰 서두에 말한 대로 취임 후 한 달 동안 전국을 한 바퀴 돌면서 많은 동지들을 만났다. 동지들이 처음에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왜 이런 자리까지 왔을까”하고 의아해하다가 금새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동지들이 저를 함께하는 사람으로 대해주셔서 참 편하고 좋았다. 조합원들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가 민주노총 조합원임을 다시한번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동지들도 저를 만나는 자리가 격의 없고 자연스러워서 좋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위원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하는 시기라서가 아니라 저는 3년 동안 틈나는 대로 조합원들을 찾아갈 생각이다. 조합원들을 만나서 함께 투쟁하면서 <b>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b>는 약속을 드린다.

<b>비정규노동자들을 비롯해서 18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과 함께 할 것</b>이다.

전국순회 과정에서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건설노동자인 남편과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정신질환을 앓는 아내와 어렵게 살고 있었다. 또 남편은 노동력을 상실하고 아내가 가출한 상태에서 남편이 알콜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아이 셋이서 삶을 꾸려가는 가정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목격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했다. 그런 어려운 분들과 함께 <b>민주노총을 새롭게 만들고 재창립하는 데 힘을 모으자</b>고 말하고 싶다.

<b>민주노총은 단결해야 한다.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다.</b> 단결하는 것만이 자본과 권력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빼앗긴 것을 다시 빼앗아오고, 노동해방을 쟁취할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결이다. 15만, 20만 규모의 파업투쟁도 물론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80만 노동자들이 한걸음이라도 함께 하는 운동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니가 싶다.

<b>단결을 통해서 민주노총의 무한한 힘을 만들어내자.</b> 그 힘으로 잘못된 사회 구조를 격파해내자. 조합원들이 그 힘을 만들어 준다면 그것은 바로 저의 것, 제가 얻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몫으로, 전체 민중의 성과로 돌리겠다. 그 힘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혼신을 다하겠다. 동지들, 사랑한다. 존경한다.</font>

<인터뷰=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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