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화학섬유노조 JMS(K) 김혜숙 지회장

“산별노조가 너무 소중합니다.”
사람과 사람, 화학섬유노조 JMS(K) 김혜숙 지회장

최근 민주노총의 ‘현장대장정’에 대해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겠다”며 웃음 짓는 한 여성노조지회장을 만났다. 사업장은 가산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 화학섬유노조 산하 JMS(K) 지회. 전체 사원 180명에 조합원수 120명 중 100명이 여성이다. 평균연령이 48세로 현재 정년인 55세에 육박하고 있어 정년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사업장이다.
수액조절기 등 의료기기 제작업체로서 연간 매출 110억 정도의 노동집약적인 회사이다. 회사는 1971년에 설립된 중견업체로서 일본인이 80%의 지분을 갖고 있으나 대표이사는 20% 지분의 한국인이 맡고 있다.
노동조합은 90년에 설립돼 17년차를 맞고 있다. 평균근속년수가 8년으로 기본급 기준 평균실수령 임금이 87만 원 정도임에도 이직률이 적은 비교적 안정된 일터로 보여 의외다. 이는 대체적으로 회사가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작년부터 지회장을 맡은 김혜숙(53) 지회장은 “단위노조사업장 교섭에서 산별노조의 대각선 교섭을 받아들일 정도로 회사는 유하고 무난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회장은 입사 9년차에 접어드는, 수줍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순수한 노조간부의 맏언니 같아 보인다. 아들(27)과 딸(26)을 둔 그는 마산출신으로 경상도 사투리의 정겨움으로 기자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건물지하 노조사무실에서 전임자 1명으로 혼자 달랑 지키고 있기에는 어딘가 외롭게 보이기도 했다. “노조운영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그의 답변이 외로움을 대신하는 듯 했다.
입사 1년 후 현장의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 얘기를 불쑥 꺼냈다가 당시 박종숙(43) 노조위원장한테 발탁된 게 조합 활동을 하게 된 계기라며 그는 머쓱해 했다. 김 지회장은 박종숙 당시 노조위원장에 대한 무용담 얘기에 대해 연방 늘어놓았다. 90년 당시 위장취업으로 노조설립을 했다고 한다. 이후 회사측의 해고위협에 대한 맞대응 투쟁과 연맹의 연대투쟁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당시를 자랑스럽게 전해주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유능하고 젊은 대의원들이 개인사정으로 퇴사했을 때를 가장 아쉽고 힘들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그나마 조합원들은 단결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조합원 가입제도가 오픈숍인데도 현장 100%가 조합원”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최근 현장 기계 앞에서 꼬박 서서 일하는 근무여건을 교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노사협의 성과를 또렷하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일상활동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고 바쁘다보니 조합의 일상활동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가장 고민되는 게 올해 임단협을 어떻게 해 나갈까 하는 것이다. “경험도 부족하고 아는 게 없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하지만 산별노조와 연맹 지역본부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작년 임단협 때가 그랬다. 산별노조에서 사측과 대각선 교섭을 해준 덕분에 주5일제와 52,000원 정액인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그의 평가다. 이에 조합원들도 산별노조에 대한 고마움과 필요성에 대해 더욱 고무됐다고 한다.
“지회장 되고 나서 보니 민주노총이 투쟁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울어야 젖 준다'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말미에 그는 민주노총에 대해 정치적인 활동 이전에 연대활동을 많이 펼쳐주기를 당부했다. 특히 장기투쟁사업장의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상급단체에서 힘써줄 것을 강조했다.

강상철 기자 prdeer@hanafos.com

(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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