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사건 그 후

노무현정권의 노동자들을 향한 인간사냥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명확한 진상규명은커녕 사건 해결을 위한 어떤 후속조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주보호소에 수감됐던 피해자 17명을 강제출국시키고, 평화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한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이 계속돼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월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로 55명 보호외국인 중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치료 중이던 황혜파씨가 26일 숨져 애초에 9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10명으로 늘어난 것. 사망자를 제외한 45명 화재사고 피해자 중 15명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30명은 화재당일 검강검진 없이 청주보호소에 재수감됐다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가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보장을 요구하자 바로 다음날인 23일 17명을 출국시켰다. 현재 13명이 청주보호소에 수감돼 있으며 피해자 중 유진청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외국인보호소는 출국시킨 17명 생존자들에 대한 정보와 이후 입장에 대한 공식 면담을 거부하고 있어, 강제출국 의혹을 자처하고 있다. 출국시킨 생존자들에 대한 처우가 어떠했는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공식적으로 알려주었는지, 생존자들에 대한 한국정부 입장을 충분히 인지시켰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사건은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6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화재사건 발생 즉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려 대응에 들어갔다. 공대위는 법률자문단(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과의 연계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부검절차의 위법성 검토, 시신송환 문제를 비롯한 참사 후 발생한 절차상 문제점들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들 입장에서 대정부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서울과 여수지역 외에도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인천지역 등에 공대위가 꾸려져 여수 참사사건에 대한 투쟁이 전국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공대위는 지난달 25일 서울역에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8백여 명이 집결한 이날 집회에서는 여수보호소 참사사건을 알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차원 대책 및 배상을 촉구하고 정부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정책을 규탄하며 인권과 노동권의 올바른 보호를 촉구했다. 애초 이날 집회는 여수 화재참사를 추모하고 왜곡된 정부 수사 및 언론보도에 대한 현지와 유가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알려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집회 후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바로 제지에 나섰다. 몸싸움 과정에서 시위대 한명이 경찰 방패에 눈 윗부분을 찍혀 심하게 다쳤고 한명은 실신했다. 이날 경찰은 전경버스 30여대를 동원 대규모 폭력진압단을 앞세워 시위대의 평화적 거리행진은 물론 인도행진마저 불허해 집회 참가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또 이날 집회에는 15명의 유가족들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중국대사관 압력으로 유가족 상경투쟁은 이뤄지지 못했다. 공대위는 유가족들이 중국 정부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공대위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연대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로 구성된 법률자문단은 여수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 가족에 대한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추후 경찰 진상조사결과를 토대로 보호소 관리책임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법률자문단은 배상액 산정에 있어 한국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토록 하고, 부상자의 경우 정신적 위자료, 후유증 발생 시 치료비용, 재입국 후 치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부검절차의 위법성, 시신송환 문제를 비롯해 참사 후 발생한 절차상 문제들에 대해서도 검토 중에 있다. 부검절차의 경우 법원 영장을 받고 사망자 가족에게 통지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족 동의 없이 부검은 가능하나 반드시 사전에 가족에게 부검이 통지돼야 한다. 또 유가족 요구에 따라 시신의 중국 송환이 가능하나 보상문제 협의와 진상규명이 끝나기 전에 장례를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정부는 참사 이후 관련 이주노동자들과 유족들에게 정확한 사고 경위.대책도 설명하지 않은 채 가족들의 동의 없이 시신을 부검했다.
공대위는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법무부장관 퇴진, 국가 배상 △반인권적 ‘보호’ 시설 폐쇄 및 제도 개선 대책 마련 △단속 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임금 체불 등 이주노동자 권리 구제 제도 확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향후 진상조사 기자회견과 전국 집중집회 등을 통해 국내 노동운동,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의 힘을 결집해 이 사건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에 대한 전국적 관심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강원도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호시설이 아닌 교도소에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대책의 심각성을 또다시 드러내고 있다. 춘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내에서 단속된 이주노동자는 326명이며 이들은 춘천교도소와 강릉교도소에 유치돼 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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