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영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대의원

“승진에 있어 현저한 불균형은 성차별”
인권위 “성차별 해소조치 수립” 권고 받아내

3·8세계여성의 날 노동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여성이 있다. 바로 기운영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대의원(38세. 현대자동차판매위원회 광주전남지부 여성분회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의 남녀 승진차별에 대한 인권위 권고를 받아낸 장본인이다.
기운영 대의원은 ’89년 9월 현대자동차 광주지점에 입사해 판매지점에서 계약출고업무를 보는 사무직 근무를 시작했다. 노동조합원이기는 했지만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입사당시 부여받은 5급 직위로 일하던 그는 12년만인 2001년 1월 4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의욕을 갖고 남보다 더 열심히 일했단다. 그해 10월 인사고과를 매기는 시기가 되자 지점장이 따로 불러 “미안하다. 대리진급을 앞둔 남자직원의 진급을 위해 고과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기운영 대의원은 회사가 직원들에 대해 정당한 평가에 의해 인사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직원들에게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점수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이었다. 다음해 1월 그 남자직원은 대리로 진급했다.
이에 기운영 대의원은 노조에 건의해 단협을 통해 인사고과 공개를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는 본인에게만 공개하되 이를 문제삼을 경우 즉시 공개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승진 차별은 계속됐다. 기운영 대의원은 회사 운영과장을 만나 승진문제에 있어서 여성직원을 차별을 개선해달라고 이야기했으나 소용없었다. 노조도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기운영 대의원은 당시 노조에 여성분회를 구성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하고 다리품을 팔아 영업지점을 찾아다니며 여직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003년 2월 20여명의 조합원들을 규합해 여성분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분회장을 맡은 기운영 대의원은 노사협의시 승진차별문제를 안건으로 올려 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오히려 괴씸죄에 걸려 여직원들의 승진률이 더 낮아졌다.
기대의원은 2006년 1월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11월 인권위 권고를 받아냈다. 인권위는 “남직원은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7년이 소요되는 반면, 여직원들은 12년이 소요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현대자동차(주) 대표이사에게 누적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와 양성 평등한 인사제도 수립을 권고했다.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대의원은 승진차별표와 영상, 노사협의회 속기록, 노사협정서 등 승진차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들을 만들어 제출하고 ‘현대자동차 승진차별 철폐를 위한 공대위’를 구성해 인권위를 압박했다.
인권위 결정에 이어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유례없는 여직원 승진률을 기록했다. 기대의원은 “이번 인권위 결정은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지만 권고에 그칠 뿐 강제성이 없어 구조적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이는 전체 여성조합원들의 문제인 만큼 현자노조에서 회사와의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며 금속노조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의원은 2004년 1월 현대자동차노조 대의원에 당선돼 현자노조 최초 여성대의원이 됐으며, 현재 여성할당 대의원으로 3년째 활동해 오고 있다.
기운영 대의원은 지난 3월8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전여농이 공동주최한 3·8전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모범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여성단체연합에서 수여하는 성평등 디딤돌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기대의원의 마음은 씁쓸하단다. 회사 내부에는 아직도 승진차별을 비롯한 많은 남녀차별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기운영 대의원의 수상소감에 그에 대한 미더움과 기대가 더 커진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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