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준 범국본부 상황실장

한미FTA에 대한 국민 반감이 확산되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미국 워싱톤과 한국에서 고위급회담이 진행됐다. 한국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된 농업부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은 농업분야 예외 없는 개방 뿐 아니라 ‘뼈있는 쇠고기’ 수입 없이 한미FTA는 없다며 한국을 협박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농·어업인 대상 업무보고에 참석해 “FTA 하면 광우병 소 들어온다는 것은 진보적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한미FTA 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농업을 과연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 “식량안보라는 가정이 정말 맞느냐”며 “상품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를 더 못 짓는다”고 농업의 대규모 퇴출을 시사했다. 농민들을 ‘하나주면 둘을 달라고 때만 쓰는 사람들’로 비하하며 농민들 어려움은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게으름’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한편 워싱톤에서 김종훈 수석대표와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진행한 고위급 회담결과가 조금씩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성적표는 예상처럼 처참하기 그지없다.
미국 협상단은 1조원 가까운 손해를 감수하고 한국이 제시한 배기량기준 세제완화만으로는 의회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철폐기한을 최대한 늦추기로 하고 FTA를 타결하려면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익보다 손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역구제분야는 한미FTA를 통해 한국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선전했지만 협상 마감일이 가까운 지금 실효성 없는 ‘무역구제위원회’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백하는 셈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역외가공 방식을 인정하는 규정을 협정문에 포함하되 구체적 특혜관세 범위 등은 추후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주도권을 미국에 넘긴 꼴이다.
또 26일부터 김현종 통상본부장과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한국에서 만나 마지막 고위급회담을 진행한단다. 결국 10개월에 가까운 협상 기간 동안 퍼주기를 통해 한국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는 단순한 무역자유화를 넘어 경제와 사회문화, 기업제도와 공공정책 일반의 ‘미국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실상 경제통합협정으로 수 세대에 걸쳐 국민 삶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또 한국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민 대다수 삶의 질을 후퇴시킬 것이다. 한미FTA 타결을 막기 위해 마지막 한 줌 땀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3월25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미FTA에 대한 국민 분노를 보여주고 26일부터 진행되는 끝장 상경투쟁단에 적극 결합해 마지막 투쟁을 전개하자. 전민중적 총궐기투쟁을 통해 당장 퇴출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 한미FTA임을 보여주자. 또 진정 과오를 범하고 있는 사람은 농민과 노동자, 대다수 국민과 양심적이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을 공격하며 한미FTA를 강행하는 노무현 대통령임을 분명히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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