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조합원이라면 2006년 9월22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동구지부 조합원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전국지역 공무원노조 사무실이 공권력에 폐쇄당한 이날 가장 참담한 현장침탈을 경험한 이들은 더욱더 단련된 모습으로 공무원노조 깃발을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 9월22일은 안상수 인천시장의 동구청 시정방문이 예정된 날이었다. 이미 노조사무실 폐쇄조치가 예고된 바 있었으나 조합원들은 구청장이 조치 전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설마 시장이 방문하는 날 침탈을 감행하랴 생각했다. 그래도 행자부 지침에 대비해 동구지부 조합원들은 전날 철야를 하며 노조사무실을 지켰다.
당일 오전 8시부터 경찰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안시장 일행이 오후 2시에 왔다가 4시경 돌아갔다. 중구·동구지부 공대위 조합원들은 안시장이 돌아가기 직전인 오후 1시40분부터 동구청 마당에서 치적홍보에 다름아닌 시장의 시정방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오후 4시가 되자 경찰병력이 내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5분이 흐른 오후 4시45분경 공무원노조 동구지부 사무실에 대한 공권력의 침탈이 시작됐다.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이 다급히 방어하고 나섰으나 무장한 경찰병력을 당할 수는 없었다. 침탈에는 전쟁무기나 다름없는 해머와 오루발톱뽑기, 절단기, 소방차, 사다리차 등이 동원됐다. 2개소대 경찰병력을 비롯해 30여명의 구청집행부와 청경들은 조합원들을 토끼몰이식으로 구타하며 마구잡이로 끌어냈다. 경찰들은 구청 옥상에 가건물로 위치한 노조사무실을 치고 들어와 집기를 파손하고 몸으로 저항하는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자행했다. 경찰 뿐 아니라 구청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국장·과장 등 간부들까지 몰려나와 해머와 망치를 휘두르는 모습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공권력과 동료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박살나는 노조사무실 현장을 지키려다 울분과 절망감을 가누지 못한 신효웅 동구지부장(46세. 6급. 교통과 차량등록팀장)은 급기야 쇠사슬을 목에 감았다. 4층 옥상에서 투신을 기도하는 신 지부장을 조합원들이 죽기살기로 끌어안아 내렸다. 이때 조합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 그 자체였다. 경찰병력은 노조사무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용접까지 해서 노조 사무실에 대한 조합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날 침탈에 저항하던 동지 두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김칭우 인천일보 사무국장(38세. 중·동구 공대위)은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찢어져 네 바늘을 꿰맸다. 신경을 다쳐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으며 아직까지도 완치되지 않고 있다. 또 양승은 교육부장(43세)은 공권력에 강력히 저항하다 쓰러져 실신해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 양 부장은 과거 부평구청 세무과에 근무할 당시 아침청소 동원령에 차출돼 거리를 청소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다리가 무릎 위까지 절단된 장애인이다.
바로 이어진 주말과 휴일을 대책회의로 보낸 동구지부 조합원들은 9월25일 계양지부 사무실 사수대로 연대투쟁한 후 26일부터 노상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11월13일 노조사무실 완전 복원을 위한 중식집회를 갖고 동구청 마당에 천막사무실을 설치했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침탈을 규탄하며 공무원노조 동구지부 조합원들은 3월27일 현재 136일째 천막농성을 벌여오고 있다. 또 매일 아침 8시부터 1시간 동안 간부들이 나서 동구청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1인시위는 3월27일 현재 218일째를 맞았다.
이화용 동구청장은 동구지부의 천막설치를 막기 위해 직원들을 야간비상근무시키며 노조를 감시케 하는 등 노노 갈등을 부추기며 노조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또 최근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CMS 조합비 자동납부 해제지침과 함께 3월31일 기한으로 노조 임시사무실 철거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극한의 노조탄압을 경험한 동구지부 조합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공무원노조를 기필코 민주노조로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신효웅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동구지부장은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반영해 공무원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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