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본부의 변화된 위상과 역할

421_패랭이의 더듬이수첩
지역본부의 변화된 위상과 역할

한 곳이 발전하면 다른 한 곳은 쇠퇴하기 마련인가. 산별노조가 대세라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바야흐로 민주노총이 새로운 시절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3일 4년 만에 민주노총 전국 사무총국 수련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16개 지역본부 등 150여 명의 성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예전 같지가 않다”는 공통된 화두가 흘러나왔다. 아니 오히려 ‘지역본부 해체론’도 대두되는 분위기다. 산별노조가 자리 잡으면서 지역본부가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신인 전노협 시절 일상 활동은 지역본부의 몫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노동조합 조직을 강화하는 데 지역본부 성원들의 역할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은 상당히 침체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단위노조를 바로 곁에서 챙겨야 하는 지역본부 성원들의 볼멘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지역본부에서 하려 해도 연맹이나 산별노조에 잘 스며들지 않는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지역에서 연맹의 사업을 잘 모른다”는 소통 부재의 어려움도 겪는다. 전북본부의 교육부장은 “기획을 해서 교육을 잡아놔도 참여율 여부를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산별노조시대에서 지역본부의 역할과 위상이 저하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다일까. 지역본부는 지역의 총연맹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만큼 지역사업에 있어서 지역성원들의 역할이 필요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접근 사업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합원에 대한 교육적 효과나 현실을 연구하는 방법적 변화 모색이 필요하다”는 어느 교육부장의 얘기가 이를 잘 말해준다. 즉 교육행위 자체보다 ‘교육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연구의 몫이 지역본부 교육 간부의 역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현장대장정이 진행 중이다.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장대장정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래서다. 어쩌면 산별노조와 지역본부와의 소통체계 마련을 위한 계기로 현장대장정이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일상활동’이라는 공은 이제 지역본부가 아니라 산별노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공을 가져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튈 지를 예측하고 연구하는 지역본부의 시대적 역할이 자못 궁금해진다.

강상철 기자 prde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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