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제준 상황실장

3월 29일 늦은 밤인 현재, 한미 FTA 타결을 목표로 장관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1년여의 치열하고 광범위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졸속비밀 퍼주기 협상의 절정에 이른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전면에 나서 일괄타결을 전제로 농업과 자동차, 무역구제, 섬유 등 핵심 쟁점들을 놓고 한국측이 쪽박협상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협상단 관계자에 따르면 "핵심 쟁점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단만 남은 만큼 대외적으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철저히 비밀협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이렇게 가장 핵심적인 사항들을 논의하면서 내 줄 것 과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에 대한 한국측의 가이드 라인을 정한다거나, 이를 위한 국민들의 의견의 수렴한 적이 있던가. 그러면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뭘 모르면서 비판하지 말라”고 하고, ‘경쟁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로 매도하는가 하면, 협상 내용을 알려 달라고 하면 “ 협상 전술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진을 친다. 국민들을 철저히 들러리 세우며 비민주적이며, 반국민적인 협상 진행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편, 한국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요구사항은 무역구제와 미국의 자동차 관세철폐, 개성공단, 전문직 비자쿼터 등은 이미 사실상 그 모두를 포기하였고, TPA 때문에 미국이 정한 ‘협상시한’에 쫓겨 그동안 협상 대상도 아니었던 쌀과 뼈 있는 쇠고기까지 내주게 될 상황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자동차와 더불어 최대 혜택산업이 될 것이라는 섬유부문에 있어서도 원사기준 원산지인정 배제에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으며, 섬유 수출업체가 아닌 국내 섬유업체의 경영비밀조차도 불시에 미국에 시찰할 수 있도록 수용할 태세다.
이렇듯 퍼주기 협상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정부는, 김근태, 천정배, 임종인 의원등이 국회에서 단식에 들어가자 “왜 막바지에 와서 이러냐”며 정치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또 하나의 암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카타르를 방문중인 노무현이 29일 조지 부시와 전화통화를 갖고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타결을 위한 양국 대표단이 상호 최대한의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하도록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 내줄테니 어떻게든 타결하자고 구걸 한 것이다. 바지 가랭이를 붙잡고 사정하는 형국이니 지금까지도 한미 FTA 협상에서 너무 너무 좋은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었던 부시대통령은 또 하나의 엄청난 선물을 받은 것이다. 미국의 협상 타결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정도면 한미 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후보 시절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겠다는, 농업을 지키겠다는, 경제적 실익이 없으면 미국의 시한에 국한되지 않겠다는, FTA 협상 손해나면 협상 깰 수도 있다는, 말들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거나 그저 한미 FTA 반대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쇼’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국민들을 향해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지난해 2월 2일 구색맞추기식 한미 FTA 공청회 저지 투쟁으로부터 시작한 한미 FTA 저지 투쟁이 1년여를 넘고 있다. 그 동안 한미 FTA 범국본은 노동자 농민, 민중, 종교인, 양심적 지식인과 함께 정말 치혈하게 싸워왔고 그래서 지금도 20여명의 노동자, 농민 동지들이 수배와 감옥에 갇혀있다. 또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한미 FTA 관련 모든 집회가 금지 통보되었으며, 집회 때 마다 수십명의 간부들이 경찰의 소환장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나], 이러한 탄압에 꺽일 민중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한미 FTA 타결하더라도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지속되는 한 이 투쟁이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미 FTA 타결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자는 전체 국민 중 82% 이르는 국민들이 있고, 5월 달이면 미국의 일정상 한미 FTA 협상 전모가 국민들의 밝혀질 것이며 더 많은 대오가 한미 FTA 반대대열에 합류 할 것이다. 또한, 대중정치투쟁이 극대화 되는 대선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한미 FTA 반대하는 정치권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나서자, 나서야 한다. 이제부터 또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지켜왔던 그 뜨거운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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