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계기와 그동안 활동에 대해=86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서 자기권리를 자신이 보호하고 찾지 않으면 직장생활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 87년 노동조합을 결성할 때 참여했고 대의원, 비전임 상무집행 간부, 전임 사무장을 거쳐 위원장을 역임했다. 경주·울산 현대호텔, 안양 작업복 생산공장, 현대백화점에 각각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제가 위원장으로 일할 당시인 96년 4개 노조를 하나로 통합했다. 현대백화점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는 노조의 현안을 가지고 투쟁할 것 다 해가면서도 회사가 크게 발전했다. 조합원이 1,450명일 때 취임해 나중에는 3,100명으로 늘었다. 회사가 확장돼 종업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유통서비스산업이 성장기였다는 원인도 물론 작용했다. 저는 노조는 노조다워야 하고, 회사는 회사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안정된 고용하에 평생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회사는 경영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2001년 결성된 민주관광연맹과 97년 만든 상업연맹의 통합으로 지금의 서비스연맹이 됐다. 단사 통합에서 시작해 연맹간 통합까지 결정하고 주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서비스연맹 조합원 규모와 현안·쟁점은=서비스연맹은 6개 업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1만6천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의무금을 내지 못하는 곳을 포함해서다. 서비스연맹은 여성조합원 비율이 65% 정도로 타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성할당도 그 정도 수준에서 하고 있다. 서비스업종은 산업특성상 이익률이 적다. 사용자들이 주로 건설업이나 제조업을 기반으로 자본을 축적한 사람들이 많아 그 파생산업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출할 때부터 사용자가 노사관계에 익숙하고 노조 경험이 많은 편이다. 당연히 초기부터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공작이 시작된다. 또 비정규직을 많이 만들고 아웃소싱, 도급, 용역이 많아 고용이 상당히 다단계화 돼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80% 이상이 작은 사업장이다. 서비스분야는 비정규직이 80%이므로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시켜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업종이 다양하다는 것도 어려움이다. 기업마다 이름도 다르다. 기간제, 용역, 도급, 파견, 특고 등 여러 부문으로 혼재돼 있다. 새로 파생되는 직업군들에 대해 새롭게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는 토대와 사회적 권리를 개발하고 만들면서 조직화하는 것이 서비스연맹의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현재 골프장과 호텔사업장에서 장투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런 사업장 사용자들은 특혜에 길들여져 있어 한칼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문제가 장기화되고 악질화되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의 경우는 파업을 해도 업무시간을 늘려서 물량을 맞춰 생산 감소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종은 파업투쟁을 하면 자본 입장에서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력의 절대다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주변부 인력으로 도급, 용역, 파견직을 사용하려고 한다. 과거 임단협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였던 투쟁이 최근에는 연중투쟁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감정노동’이란 개념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다. 감정노동문제는 서비스의 새로운 가치를 찾자며 고객만족에 기반을 두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친절과 미소를 통한 고객감동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데서 파생된다. ‘감정노동’을 지속적으로 강요당하는 서비스업종 노동자의 경우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서비스연맹은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문제도 연구 중이다. 한편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용자들이 공정거래법을 지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할인점 진출이 중소영세사업장들의 대거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 이어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서비스연맹은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법을 정당에 제안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3당이 발의했지만 정치적으로 눈치를 보느라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다. 자본의 과당경쟁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노력은 소비와 민간서비스 민주화를 위한 것이다.

-산별전환 관련 서비스연맹 전망과 방향은=서비스연맹은 비정규직이 어느 다른 사업장보다 월등히 높아 산별전환이 더욱 시급하다. 음료3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유통노조’라는 이름으로 ‘소산별노조’를 설립했다. 여기에 일부 백화점노조도 가입했다. 서비스라는 특정 산업분야에서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애초에 올 2월 부분적으로 가능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별전환하고 4~5월 2차 전환 투표를 통해 올 상반기에 산별노조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부사업장들과 의견 공유가 충분치 않았고, 여러 가지 준비부족으로 인해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 오는 7월 1차 전환투표를 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서비스연맹도 산별노조의 윤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50억 비정규기금 모금사업으로 배정받은 10명의 활동가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속노조가 14만으로 최대 규모다. 독일 산별노조 ‘베르디’는 3백만 조합원들이 가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3백50만, 일본은 1백만 조합원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산별은 아니지만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산별이 최대 규모를 갖고 있다. 민간분야나 공공분야 서비스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친 좋은 사례다. 서비스연맹 산별노조도 노동운동 전체 민간서비스 분야들을 묶어 대산별노조로 가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산별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FTA 타결 등 현 정세에 대한 식견과 민중대오 대응투쟁 방향은=한미FTA 협상이 결국 이뤄져 원치 않는 결과가 됐다. 이미 우리는 96년 유통서비스시장을 개방했고, 미국 월마트, 영국 테스코, 프랑스 까르푸 등 서구 대형 할인유통점의 국내 자본증식 과정을 통해 큰 피해를 보았다. 이마트가 월마트와 까르푸를 내쫓았다고들 하는데 실제 두 자본은 엄청난 돈을 벌고 철수했다. 과당경쟁과 시장선점화로 외국 자본이 대규모 이익을 창출한 것이다. 그 주변에 중소영세상인들의 시체더미가 깔려 있다. 이같은 전례를 볼 때 한미FTA 타결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우리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한다면서 실제 더 심화시키게 될 한미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를 민중진영 투쟁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민중적 분노를 모아 국민적 총의로 결집해 분쇄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연맹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저는 단결의 의미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만 모여도 단결할 수 있지 않나. 남녀가 결혼해서 부부가 돼도 단결이 중요하다. 사랑이 없는 단결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단결은 사랑이고 사랑하는 만큼 단결이 강고해진다. 또 투쟁은 곧 신뢰다. 서로가 동지애와 신뢰를 바탕으로 끝까지 함께 할 때 그 투쟁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0여년의 민주노조운동을 신뢰와 사랑으로써 승화시켜 나가자.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약력>
1959년 서울 출생
1992년 현대백화점노동조합 사무국장
1994년 현대백화점노동조합 5대 위원장, 전국노동자 대표자회의 위원, 민주노총 설립추진위원(13차 회의까지 참여),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부의장(~1998년 10월)
1995년 11월11일 민주노총 설립, 민주노총 중앙위원(~현재)
1996년 현대백화점노동조합 6대 위원장
1997년 4월13일 상업연맹 초대 위원장
1999년 상업연맹 2대 위원장
2001년 2월23일 서비스연맹 초대 위원장
2004년 2월26일 서비스연맹 2대 위원장
2007년 2월27일 서비스연맹 3대 위원장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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