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빈 운수노조 택시분과 한독운수분회 부위원장

"세욱이형님이 꼭 살아나셔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한강성심병원 대기실을 지키며 마음을 모아 허세욱 조합원의 소생과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서동빈 운수노조 택시분과 한독운수분회 부위원장(43세. 서울 관악구)은 허세욱 조합원이 분신 후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온 지난 1일 오후부터 거의 병원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허 조합원과 함께 택시운전을 해온 동료이며, 노조활동을 같이 한 동지이자, 한 동네 아래윗집에 거주하며 형아우 사이로 절친하게 지내온 이웃이다.
“세욱이형님과는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퇴근길에 길바닥에 앉아 담배연기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노조이야기도 많이 했죠. 형님은 평소 자기 직업보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일에 더 열심이셨습니다.”
관악주민연대에서 김장김치를 담그면 택시나 트럭으로 독거노인들이 사는 옥탑방까지 일일이 무거운 김치를 날랐다. 늘 혼잡한 회사 정문에 나가 교통정리를 하면서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을 한명한명 쓰다듬어주며 “차조심해라. 건강하게 자라거라”하고 덕담을 빼놓지 않았다. 서 부위원장 아이들에게는 과자 사먹으라고 천원짜리를 꺼내주곤 했다.
평택 대추리투쟁 때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상처투성이로 나온 허 조합원에게 서 부위원장은 속상한 마음에 “왜 형님이 제일 앞에 서 있다가 바보같이 두들겨 맞고 잡히느냐?”고 나무랐단다. 허 조합원은 “누가 앞장서면 어떠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미소로 답했다. 허 조합원은 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받지 않기로도 유명했다.
허세욱 조합원의 분신에 대해 서 부위원장은 그저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이다. 그는 병원에 찾아온 옛 동료의 “택시운전수가 FTA와 무슨 상관이 있어 그러느냐?”는 말에 발끈했다. 그리고 허 조합원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활동을 해 왔으며, 이번 FTA협상에 대해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저지투쟁에 나섰음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동료는 비로소 “잘못 알았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자기 몸을 태웠구나”하며 숙연해 했단다.
또 한 정치인의 “막장인생” 운운과 관련해서도 서 부위원장은 “택시운전수는 절대 막장인생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택시운전을 하기 전에 사회생활 속에서 실패경험을 한 두 번씩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것이다.
“저희 한독운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택시회사입니다. 노조가 활성화돼 노동조건이 좋고 조합원들의 연대와 단결도 잘돼 있습니다. 한독운수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세욱이형님을 비롯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우리모두가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서 부위원장은 2002년 3월 당선 직후 ‘5.24총파업’에 돌입해 8일만에 성과급에 따른 월급제, 즉 전액관리제를 쟁취했다. 260여개 서울지역 택시회사 중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곳은 불과 15% 정도란다. 택시노동자들이 원하는 완전월급제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지만 과거 사납금제에서 전액관리제로 전환한 후 임금이 올랐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30~40만원 정도 많다. 한 달 26일 만근 기준 주야간 교대로 12시간 근무했을 경우 150~160만원을 받는다.
당시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전환했지만 옷만 바꿔입은 것처럼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5.24총파업을 통해 민주노총임을 자부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셈이었다. 서 부위원장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투쟁이란다.
서 부위원장은 3월30일 교대시간에 허 조합원이 “소주한잔 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네”라고 말을 걸어 왔을 때 “한 잔 하러 가자”고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지금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아도 세욱이형님의 일을 안타까워하며 마음을 졸이는 사람들이 수백명 수천명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세욱이형님의 뜻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수가 수천명 수만명으로 늘어나도록, 그래서 마침내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저로부터 앞장서겠습니다. 세욱이형님이 꼭 살아나셔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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