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311호 이수호 위원장 인터뷰

<b>"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 개악법안 밀어붙일 것
10만 노동자대회 성사를…내 모든 것 던질 각오" </b>

민주노총 위원장은 늘 바쁘다. 더욱이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이수호 위원장은 그야말로 눈코뜰 새가 없다. 이 위원장은 지난 10월18일부터 순회단과 함께 전국의 현장을 돌고 있다. 최고책임자로서의 각오와 투쟁계획을 들어보려 했으나 도무지 틈이 나지 않았다. 결국 서울지역을 순회한 지난 11월2일 사업장을 이동하는 짬짬이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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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비정규 개악법안이 의결된 이날 오전 9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가한 뒤 곧바로 장기투쟁 중인 정오교통, 방지거병원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어 관장퇴진 등 기관민주화를 요구하며 이날로 134일째 관장실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경인사회복지노조 정립회관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회관쪽의 집요한 노조탄압을 알리며 집중지원과 문제해결에 힘써 줄 것을 호소했고, 이 위원장은 착잡한 표정이다. 오랜 기간 악성노조탄압에 시달리는 사업장이 전국에 널려 있고, 다들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도깨비방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 위원장은 정립회관을 나서면서 두어 차례 이 말을 반복했다. 다음은 손배가압류 등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서 121일째 파업 중인 에이엔오그룹노조를 만날 차례다. 달리는 카니발 차량 안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길이 막혀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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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현장을 돌아본 소감은?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처한 상황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지도부의 의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도 의미가 컸다. 현장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보았고, 현장간부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돌아본 뒤 현장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순회단을 반갑게 맞이하고, 나눠준 홍보전단을 관심 있게 읽는 등 아직은 조직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장간부들이 많이 애썼다. 아쉬운 것은 현상황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적었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간부들이 힘을 쏟는다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이 모든 것의 귀착점은 결국 총파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투쟁은 역동적인 것이다. 찬반투표에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공무원 총파업을 지지·엄호하는 과정에서 투쟁의 당위성과 의지는 급속히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개악법안을 밀어붙인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이런 상황이 되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 아침 국무회의에서 비정규 개악법안이 의결됐다. 이후 상황전개를 어떻게 보나.
=노무현 정권은 명백히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득권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고 있고, 이는 노동자와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악안 강행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성적 대화가 무망하고, 노정격돌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책방향이 판가름 날 상황이다. 이 참에 당당히 맞서 투쟁으로 정책을 바꿔내야 한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개악안이 수정되거나 처리가 유보되는 등 유동적 상황도 예상되는데…
=물론 우리 투쟁력에 따라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거기에 현혹돼선 안 된다. 정권이 노동자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자본과 보수층의 엄청난 공격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개악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고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정확한 총파업 돌입시점을 찾을 것이다.

▲만에 하나, 정부가 개악법안을 철회한다면 총파업도 철회되는 것인가.
=정세에 비춰 개악법안 저지가 최고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등 권리보장입법이 우리의 애초 목표였던 만큼 설령 개악안이 철회된다 하더라도 이를 요구하는 경고 총파업이라도 펼쳐야 한다고 본다.

▲투쟁의 성과는 결국 대정부교섭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될텐데…
=찬반투표를 시작하면서 노정교섭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우리가 위력적인 힘을 내보이면 정부로서도 교섭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책을 바꿔내기 위한 교섭은 필요하고, 정부는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시점(11월초중순)에 민주노총이 집중할 대응과제는 무엇인가.
=첫단계에서는 총파업 찬반투표가 중요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해야 한다.(이 위원장은 현장을 돌면서 줄곧 "내 손에 최소한 50만표를 쥐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렇게 결집된 의지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분출해야 한다. 10만 대회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 정부로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어 공무원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는데 이를 엄호하고 함께 싸우자는 데 현장에서도 이의가 없었다. 공무원노조가 확실히 서면 노동운동의 지형도 달라질 것이다.

▲비정규 개악법안 저지나 공무원 노동3권 쟁취말고도 민주노총이 힘써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의 견해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들 현안은 전체의 흐름 속에 우리의 입지를 분명히 하면서 비정규 법안, 공무원 노동3권, 한일FTA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현장순회 중에 "총파업이 실제상황이네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노동자를 버리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분명히 확인한 이상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엄청난 재앙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촉박했지만 어느 때보다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해왔다. 지도부와 조합원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함께 몸을 던진다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나는 평범한 교사로서 민주노조운동 최고지도부를 지내고 있으니 회한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운동가로서 '마지막 봉사'라는 심정으로, 정말 텅 빈 마음으로 모든 걸 기꺼이 던지겠다.

이윽고 차가 강남에 있는 에이엔오그룹 빌딩에 도착하고 이 위원장이 천막농성 중인 30여명의 조합원 앞에 섰다.
"…정책을 바꿔내지 않으면 우리는 늘 이리저리 휘둘리고 쫓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을 고쳐내지 않으면 개별싸움 아무리 해도 안 됩니다."
차남호 chanh@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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