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공무원노조 김영길 위원장 인터뷰

[사진1]'공격개시' D-6일. 지금은 전시상태다. 총파업 작전명령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전국 230개 지부는 5분대기조처럼 출동태세를 갖춘 채 진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긴박한 상황만큼이나 분주한 공무원노조 사무실. 그 한켠에서 사령탑 김영길 위원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14만 대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정부는 파업 찬반투표 전부터 지부 간부들을 연행하더니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등 전국에서 참담한 탄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15년 전으로 돌아가다 못해 유신시대를 넘어 일제시대 순사들이나 하던 '예비검속'까지 동원해 탄압을 일삼고 있습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입니다."

<b>"강경탄압은 도둑이 제발 저린 꼴"</b>

2만5천여 경찰병력이 전국에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경험에 비춰 권력의 정통성이 없거나 위정자가 정당성이 없을 때일수록 탄압이 심했다"며 노무현 정권을 겨냥했다.

"투표결과는 우리도 장담을 못 하는데 정부가 장도 열기 전에 이렇듯 강경탄압 일변도로 나오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입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지난해에도 부결된 아픔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탄압에 맞선 대비책도 세워 놓았다. 조합원 1인당 10만원 기준으로 투쟁기금 103억원을 모았다. 총파업에 따른 해임자 100명분에 해당하는 희생자 구제기금이 마련된 셈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은 마지막 카드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무모하리 만치 절실하게 파업투쟁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지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단체행동권 문제와 관련해 그는 '단체행동권이 주어졌다고 해서 공무원노조가 마음대로 파업을 하는 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되는 프랑스 공무원노조는 100년 역사 중 60여년 만에 한 번 파업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벌어진 영국 공무원노조 파업도 10년만이라고 한다. 정부가 곧잘 비교대상으로 거론하는 미국의 경우도 10개 주에서 단체행동권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펼치는 논리는 갈팡질팡 입니다. 어떤 땐 사용자가 돼 노조에 간섭하고 탄압하면서 어떤 땐 국민이 사용자라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니 대정부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동안 점심시간을 반납하며 근무해왔는데 정부와 맞서다 보니 최근엔 휴식을 취할 당연한 권리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한편 전교조는 공무원노조에 반면교사다.
"10년 동안 힘겹게 싸운 끝에 합법화됐지만 지금도 처절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싸운 만큼 쟁취되는지도 의문이고요.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공무원노조도 엉거주춤 잘 못 받으면 안되겠다는 겁니다."

<b>"단체행동권 준다고 파업 남발하진 않아"</b>

당장은 국민여론이 안 좋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을 참이다. 그는 국민을 향해 진정 달려가는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재해복구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호응도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6월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조직이 와해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도부로서는 절대 안 진다는 승리의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꼭 승리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의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이제 시퍼런 탄압 속에 어떤 시련이 닥칠지, 그의 미소와 여유를 언제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역사의 시계바늘은 째깍째깍 초를 다투고 있다.

강상철 prdeer @ 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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