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단순다득표 당선' 대통령도 불법이겠네?

정부가 최근 지난 11월10일 발표된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두고 '적법성'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정부가 시비를 걸고 있는 문제는 크게 '찬반투표의 목적'과 쟁의행위의 '절차적 요건'에 관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이번 찬반투표가 정치적 목적의 쟁의행위를 위한 것이므로 그 자체가 불법이고, 투표결과도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므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법상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 의도가 매우 불순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해고제한 법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절대다수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 법안을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발의했다. 이는 노동계의 반발을 자초한 것이며, 실제로 민주노총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이제는 그 반발의 형태에 대해 법적 시비를 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시비대로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과연 불법행위인가.

먼저 총파업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이므로 찬반투표가 불법이라는 논리를 보자. 이번 총파업의 핵심사안이 비정규직 법안저지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정부의 비정규 법안은 파견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기간제근로를 원칙적인 고용형태로 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체노동자 고용형태(근로조건)와 사회·경제적 지위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원래부터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노조법 2조 4호).
더욱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쟁의행위가 순수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근로조건이나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선에 관한 주장과 함께 경제·사회적 정책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는 경우에는 정당"하며 "전국 차원의 총파업의 경우에도 경제·사회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서 전적으로 정치적 목적이 아닌 한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총파업의 목적은 이미 국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둘째, 찬반투표가 "'재적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쟁의행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란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담보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는 의사수렴을 위한 적정한 정도를 고려해야 하고, 파업결의가 지극히 어려운 정도여선 안 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의사결정과정을 법으로 설정해 파업권 행사 자체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면 이는 적정절차가 아니라 권리행사 방해요건에 불과하다.

파업찬반투표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의 입장은 간결하다. 파업결의에 필요한 일정한 전제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 자체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하지 않지만 그 요건구비가 지나치게 어려워 파업결의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면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기준으로 한 민주노총 의사결정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재적과반수 요건(양보하여 최대한으로 해석하여도 이는 단위노조 정도에서 적용되는 요건 정도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임)의 적용범위에 대한 고려 없이 이 기준을 무차별 적용하려는 정부의 억지스러운 태도가 오히려 문제다. 재적과반수을 민주적 정당성의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면 단순다득표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노 대통령은 재적과반수는 그만두고 투표자의 과반수라도 얻었는가.

정부는 노동기준 국제화를 들먹이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는 오히려 국제기준을 완전 무시하고 시급히 개정해야 할 실정법 조항을 잣대로 불법운운하고 있다. 불법 주장에 앞서 그 잣대부터 국제기준에 맞게 고치는 게 순서다.

권영국/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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