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부당하니까 노조를 만들었지요”

사람과사람_김선화 보건의료노조 안산한도병원 지부장
“너무나 부당하니까 노조를 만들었지요”

아주 악랄했던 ‘세종병원’의 투쟁이 얼마 전 일이었다. 어쩜 이리도 비슷한 것일까. 보건의료노조 산하 안산 한도병원지부가 27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전야제에 우려했던 ‘용역깡패’의 준동은 없었다. 하지만 사측의 탄압은 악랄했다. 병원로비 쪽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폭언 폭행을 일삼으며 여성노조간부들을 향해 옷을 풀어헤치고 술 냄새를 풍기며 욕설을 퍼붓고, 비아냥거리며 시비를 걸고, 발로 차고, 손가락을 꺾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병원에서 너무 부당하게 해서 노조를 만들게 됐다”는 입사 5년째 훤칠한 꽃미남 총각 김선화 지부장(31). 그도 처음 입사당시에는 앰블런스 기사로 들어왔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근로조건이 너무 ‘형편없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290병상의 꽤 규모가 큰 중소병원이 그동안 꽤 돈을 벌었다. 그래서인지 인근에 400병상의 대아 한도병원 설립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하나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었다.
“간호사가 보통 한 달에 야간근무자로 13~16번 이상 뛰고 있고 임산부에게 야간근로까지 시키고 있다”며 “24시간 근무에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등은 계산대로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무리 일해도 그냥 정액으로 2~3만원 만 지급하는 게 고작이다. 이번 노동절이 11년 만에 처음 있는 휴일일 정도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생겨서 그렇게 된 일이라는 것이다. 간호사 1명이 130명의 환자를 맡고 있는 데는 그 어느 병원에도 없다고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보니 이직률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지난 2월 김 지부장과 20여명이 주축이 돼 신규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160여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호응이 있었음에도 20여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11년째인 이 병원에서 선배들이 몇 차례 노조를 만들려다 깨진 경험이 한이 됐기 때문이다. 병원 쪽에서 해당자에게 꼬투리를 잡아 압력을 넣어 자진 사퇴하는 방식으로 당해왔다는 것이다. “노조 결성 하루만에 60명 이상이 가입을 했지만 이후 병원 측에서 문을 닫겠다고 윽박지르면서 가입이 뜸해지고, 겁에 질려 빠져나가 43명으로 축소됐다”고 안타까워했다.
400병상의 규모 있는 대아한도병원이 개원하면서 전출, 고용불안 등 문제가 파생되기 시작했다. 개원 1주일 만에 병실이 모자랄 정도로 환자가 몰려와 응급실이 부족할 정도였다. 김 지부장도 “처음에는 대아한도병원이 잘 돼야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들이 대거 이동하고 수술 장비 등도 옮겨가면서 기존 한도병원의 환자수와 인력에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노조결성이후부터는 병원 측에서 한술 더 떠 노조탄압을 위한 빌미로 삼았다. “대아 한도병원에서 덩치 좋은 관리직 사원들을 데려다 와 구사대 역할을 시키고 있다”며 “심지어 CCTV를 내, 외부에 설치해 조합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산한도병원을 사랑하는 모임인 ‘안사모’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오히려 이번 파업투쟁을 하면서 ‘찐한 동지애’를 배웠다고 흐뭇해했다. “처음에 ‘파업에 동참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조합원들의 얘기를 듣고 걱정했었다”며 “26명이 파업찬반투표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데다 현재 19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이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을 아끼지 않았다. 본조에서도 “놀라운 일”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현재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관리과, 간호부, 물리치료실, 심사과, 기록실 등과 특히 영양실 식당아주머니의 파업 가세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그에게는 걱정거리다. 무노동무임금으로 조합원들의 경제적 문제가 항상 마음 한쪽에 걸려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병원 측에서 가족들에 대한 회유와 조합탈퇴 공작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환자들이 진료와 치료에 불만을 털어놓을 때도 가장 어려운 시간이다. 그나마 안산이 노동자들이 많은 밀집지역이라 조금만 설득하면 이해가 가능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측의 회유작전이다. 최근에는 ‘노조 깨기 전문가’가 영입돼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조합원들이 몇 백씩 챙기고 나갔다’는 소문이 조합원들한테 채증돼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며 “꼭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몇 명 안 되는 조합원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것도, 신규노조로서도 세종병원과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첫날부터 많은 연대동력이 그의 자신감을 키운 이유로 보였다. ‘일할 맛 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김 지부장의 하루가 짧기만 하다.

(사진 있음)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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