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부건설지부 직무대행

"노조활동을 하면서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건설현장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기됐다고 한들 현장에서 지켜내려 하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지난 4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건설산업 만악의 근원으로 불렸던 ‘시공참여자 제도’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 것. 그러나 강문수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부건설지부 직무대행(47세, 경남 남해군 출신)은 법이 있어도 현장에서는 관행과 관습이 우선되고 있다며 건설노동자들의 더 가열한 투쟁을 촉구한다.
강 직무대행은 공장 생산직으로 선반공 금형 등 금속일을 해 돈을 모아 장사를 시작했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끼니 걱정을 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담배 값도 없었던 그는 일당을 받아 담배도 사고 용돈도 쓸 수 있는 현장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1986년 건설노동자로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내가 노가다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한탄과 함께 “2년만 하고 말아야지”하고 결심했단다. 그는 지금까지 21년째 건설노동자로 살아오고 있다.
강 직무대행은 골조직종 형틀목수다. 아파트, 주택, 다리 같은 건축물을 만들 때 건물 뼈대를 세우는 일이다. 처음 견습공으로 시작한 것이 팀장도 했고 불법 다단계하도급의 하나인 일명 ‘시다오께’도 해 봤다. 시다오께를 하면 팀장보다 소득이 많은 줄 알았다. 그러나 운영자금도 필요했고 전문건설업체나 원청사에 인맥이 있어야 했다. 또 원청사나 전문건설업체가 자신들 이익만 생각해서 빡빡한 대금을 주면 임금과 자재대금을 팀장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 직무대행도 회사를 잘못 만나 곤욕을 치렀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에게 임금을 달라고 하고, 회사는 모른 척 하고,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시다오께가 불법이란 사실을 그는 2003년 봄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비로소 알게 됐다. 현장에서 맞지도 않는 도급 단가로 일하는데다 노동시간은 길고, 노동강도는 세고, 임금도 제 날짜에 지급되지 않아 생활이 안정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부상도 많이 입는데 중대 사고나 재해가 아닌 웬만한 경상의 경우 불이익을 받을까봐 쉬쉬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현장에 가만히 앉아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 건설노동자들은 아무리 쌔 빠지게 일해도 복지는 고사하고 기본적 임금조차 보장되지 않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만연하는 관행과 관습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노조활동을 하면서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강 직무대행은 형틀목수, 철근공, 비계공 등을 조직해 세움분회(골조를 세우는 사람들 모임)를 결성했고 2004년부터 2년간 분회장으로 활동했다. 2005년 경기중부지역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올해 3월2일 전국건설노조가 창립되면서 경기중부건설지부 지부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현재 100여명 규모인 조합원을 대폭 늘리고, 건설현장 노동조건과 근로환경을 개선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을 지켜내겠다는 것이 그가 지부장 후보로 나서면서 결심한 사항이다.
“시공참여자제도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그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정부가 부실시공 방지, 견실시공, 책임시공을 목적으로 1998년에 만든 제도입니다. 그것을 건설자본이 악용해 현장에서 악법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현장을 바꾸려는 노동자들의 굳은 결의와 실천투쟁만이 건설부문을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건설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의 성과지만 그것만으로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강 직무대행 주장이 건설노동자들의 더 강고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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