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현장대장정 일정은 빡빡하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이 없다. 단 5분도 쉴 틈을 주지않은 채 현장방문과 간담회, 투쟁사업장 결합 등으로 이어진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참가한 북측대표단과 선수들과 2일 마지막으로 만났다. 다시 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2일 아침 9시, 북 노동자들을 배웅한다음 그 즉시 본격적인 경남대장정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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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비엔스틸지회 방문현장</b>=2일 아침 9시40분쯤 현장대장정팀이 도착한 곳은 창원공단에 자리 잡은 금속노조경남지부 비엔지스틸지회. 비엔지스틸은 스테인레스 강판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지회는 아직 산별노조로 아직 전환하지 않은 상태. 비엔지스틸 전신은 삼미금속이다. 이석행 위원장이 과거에 몸담았던 대동공업과 유사한 제품과 설비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위원장은 이곳을 예저누터 잘 알고 있는 현장이라며 반가워한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조합간부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에서 진보단체로서 중심에 서야 하고, 진보적으로 재편하는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여러분이 있으니 주체적으로 서 주시길 당부드린다.”

이석행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역사적,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강조한다.

간부조합원은 이에 대해 “예전에 민주노총의 선명성이나 이슈가 부각될 때는 월차도 내고 하면서 함께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민연금 수급률이 갈수록 낮아지는데 민주노총 대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묻는다.

“중앙에서는 투쟁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국민연금 줄어드는데 왜 싸우지 않느냐, 4월 국회에서 막았는데 또 시도하려 하고 있다. 정말 중요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이석행 위원장이 중앙과 현장을 잇는 소통부재에 대한 큰 아쉬움을 나타낸다.

<b>▲볼보건설지회 방문현장</b>=비엔스틸지회 간부 간담회를 마친 현장대장정팀은 이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볼보건설기계코리아노조를 찾는다.

볼보건설기계 자본은 100% 해외자본이다. 이곳은 굴삭기 등을 만든다. 여기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상당히 정치적인 파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현장정서가 과연 지도부가 총파업을 내릴 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지” 따져 묻기도 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선명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제대로 된 파업을 만들어서 수행될 때까지는 자제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번 창원에서 열린 통일노동자대회에 여기 계신 창원 노동자들 얼마나 나오셨나, 대구, 부산에서도 왔는데 3000명 정도밖에 안모였다. 이것이 우리 실력이다. 여기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현장 혁신을 강조했다.

<b>▲두산중공업지회 현장방문</b>=다음으로 찾은 곳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 대공장 사업장이 그렇듯이 조합원 복지시설은 중소영세사업장과는 달리 쾌적하다. 이날 이석행 위원장은 대의원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국민들이 호응하는 투쟁을 하자고 하는데, 우리가 국민이지 않는가. 힘 있는 파업을 조직하자”는 말로 현장조합원이 민주노총 투쟁의 주체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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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창원전문대노조, 창원대분회 현장방문</b>=두산중공업지회 방문을 마치고 일행은 조합원 5명이 모두 해고돼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창원전문대 노조를 찾았다. 창원전문대학은 기간제 실시 5l년만에 정규직 사업장 6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곳이다.

특히 이 대학은 (재단을 장악한)가족 내분이 극심하다. 학교 경영을 독차지하려는 가족들 사이의 대립과 다툼이 극렬하다. 따라서 해고자들은 양쪽의 법적문제가 해결돼 경영주체가 분명해질 때까지 투쟁대상 설정도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막농성장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대학노조를 통해 교육부 감사결과를 공개하라’고 압박해야 할 것이며, 경영권에 대한 법적 판단이 완료되는 시점에 투쟁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천막농성을 벌이는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창원대 분회를 찾았다. 평균연령이 55세인 경비미화원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둘러싸고 학교 측이 일방 예산절감안을 냈고 이에 따라 전격 해고된 상태. 학교 측은 그 모든 책임과 창구를 용역업체로 떠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창원대학교 역시 총장이 취임하지 않은 상태라 일단 “교섭대상이 분명해질 때를 봐야 한다”는 쪽에 십분동의한다.

“노인노동권, 고령노동권의 법제화를 사업장마다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사안별로 투쟁은 맥을 제대로 짚고, 장투사업장이 중앙에 접수되면 상경해서 교섭하게 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말로 이석행 위원장은 사안별 투쟁의 통합성을 강조하면서 고통을 겪는 현장조합원들을 격려한다.

<b>▲이석행 위원장 강연 풍경</b>=이이서 이석행 위원장은 경남대 강당에서 경남대지부와 일반노동조합원 2백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노동현실과 FTA”라는 주제 강의를 벌인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비정규직문제 해결이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의제를 제대로 다루는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민주노총과 크게 단결하자. 여러분이 전도사가 돼야 한다. 나그네가 되지 말고 진정한 민주노총 주인이 되자”며 이석행 위원장은 노동현안의 사회의제화를 위한 민주노총 역할과 그 주체로서의 현장 조합원 의식 강화를 거듭 역설한다.

이후 ‘대선후보선출방침에 대한 토론회’가 벌어졌다. 일행은 경남대에서 저녁끼니를 치르고 대선토론회 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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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어시장 쓰레기수거 작업현장</b>=또 이날 저녁 9시경 마산 어시장 앞으로 옮겨 일반노조 대경환경지회의 어시장 쓰레기 수거작업을 몸소 체험한다. 마산 어시장은 전국에서도 이름난 시장인데,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량만 3천여 톤이 된단다. 이석행 위원장은 현장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어시장 상가 앞에 쌓인 생선 쓰레기들을 수레에 싣고 와 다시 쓰레기차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한다.

이곳 조합원들의 자신감은 남달라 보인다. 조합을 결성한 지 1여년 만에 임금이 인상돼 조합원들 모두 노조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총연맹 위원장이 몸소 작업환경을 둘러보며 체험하는 활동에 대해 연대감을 표시한다. 특히 올해 63세로 20여 년 동안 어시장에서만 쓰레기 수거 노동을 해온 송남수 반장조합원은 “정년때까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조합활동을 다짐한다.

그물코처럼 촘촘하게 엮은 경남지역 현장대장정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한 저녁 10시경, 현장대장정 일행은 사무실 바닥에 스티로폴 등을 깔아 숙소를 마련한 사회보험노조 경남본부로 이동했고 이 곳에서 다시 예정에 없던 현장간담회가 벌어졌다. 대장정 강도와 현장 열기는 예사롭지 않다. 매일 이런 식의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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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현장대장정 현장=김한규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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