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에서 ‘유사’에 이르는 노동자의 날

패랭이기자의 더듬이수첩
‘진짜’에서 ‘유사’에 이르는 노동자의 날

1890년 5월 1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친 이후 2007년 117주년 한국 노동절은 어떤 모습일까.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한 노동자의 생일인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하늘을 찌른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노동절이 쉬는 날인지도 몰랐다”는 외침에서부터 “12년 동안 학교비정규직으로 근무해 왔는데 올 초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당했다”, “직접고용노동자들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등 노동자들의 분노가 서울 도심 복판을 갈랐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200만이나 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유사’라는 별칭이 붙여진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노동’이 애매한 노동자의 ‘유사노동절’이 돼버린 까닭이다.
신분이 불안해 쟁의행위로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도 없는, 어찌 보면 현대판 ‘사이보그’의 신세와 다름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 노동자들이 죽고, 해고당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며 “117주년 노동절을 맞아 조합원동지들과 투쟁결의를 함께 하고 싶다”는 학습지노조 특수고용노동자의 외침이 절박하다.
그런데 이들의 절규만큼 이날 뿌려진 각종 유인물들의 주장 또한 만만한 것이 없다. 다른 게 있다면 민주노총의 사업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직접적이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모 유인물에 따르면 “정권과 자본은 더욱 미쳐 날뛰고 있는데, 양대 악법 폐기투쟁의 계획을 세우고 조직하기보다 정재계총수들을 만나러 다닌다”며 “지금 그러한 것이 허용 가능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인지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는 충고를 적고 있다.
‘OO노동자’라는 모 신문에 따르면 강도는 더욱 심해진다. “‘현장대장정’을 해보니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아무리 이석행 위원장이 말해도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면서 “작년 노사관계 로드맵 통과에 야합했던 한국노총과 축구나 하고 있고, 경총을 찾아가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며 비정규직을 인정하는 발언이나 하고 있는데 무슨 조직력이 살아난다는 것인가”고 반문하고 있다.
또 한 쪽에서는 “또다시 민주노총 중앙간부의 사전 검열과 문선 불가 통보”를 외치는 어느 문화패의 하소연과 비판도 들어있다.
아무튼 내용이야 어찌 됐든 노동절은 노동자들의 날이다. ‘진짜’ 노동자에서 ‘유사’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한국 노동자라면 오늘만큼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날이겠다. 다만,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으로 현장대장정의 길을 가고 있는 것”에 여전히 변함이 없는 이석행 위원장의 전화통화 목소리가 우렁차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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