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사람과사람_우기정 전국건설엔지니어링지부 도우지회장
“민주노총 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르네상스 호텔 집회에 연대하러 가기 위해 조합원들을 챙기는 공공서비스노조 전국건설엔지니어링지부 우기정 도우엔지니어지회장(35). 작년 노조설립과 함께 파업 329일째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중순경 끝장투쟁으로 들어가려 할 때 긴급 고용된 노무사에 의해 현재 단협 89개 조항까지 의견을 교환한 상태이지만 한 개의 문구 가지고 트집을 잡는 걸 보면 ‘시간끌기’식으로 보일 뿐”이라며 그는 한숨을 내쉰다.
도우지회는 26년째 토목일을 하는 설계업체다. 즉 토목기술직 노동자들이다.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 하천 댐, 교량, 터널 등의 토목측량과 설계가 이들의 담당이다. 도우 직원은 120명으로 현재 30명이 조합원이다. 조합원 가입대상자는 부장급 이하 52명 선이다. 발주처가 건교부인데다 입찰제도 때문에 IMF 이후 회사조직은 임원들이 많아지면서 역삼각형 구조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 2005년 3월 이후 건설업계 불황으로 인한 수주 불투명 이유 때문에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 고용불안 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수주는 임원들의 몫일 뿐 임원들이 전혀 나가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고조되었다.
이러한 부당함에 미혼인 우 지회장은 3년의 회사생활 끝에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 하지만 고민은 간단하지 않았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뭔가 결정은 해야 되겠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판단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장 걱정되고 우려되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계문제’라고 답했다. 무노동무임금으로 1년 가까이 단 한 푼도 못 받는 실정에서 ‘마이너스 통장’에 연연하다보니 다들 빚더미로 바닥에 나앉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회사 측의 태도는 더욱 완강하다. “토목설계건설시장은 좁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데다 관에서 발주하는 특성상 회사 측에서 신경을 쓰기 때문에 파업이 60~70일이면 통상 해결이 됐다”면서 “도우의 경우 ‘시사투나잇’ 등에 방송이 돼도 사용자들은 끄떡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따로 있었다. “동종업체인 만영지부의 경우 240여일을 싸웠지만 결국 깃발을 내렸다”며 “이것이 사측에서 의도하는 바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즉 만영에서 했던 방식을 도우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도우까지 지게 되면 건설엔지니어링 지부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더구나 그에게는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전남 고흥에 어머니를 홀로 두고 2001년 상경한 광주 출신의 우 지회장은 “노조일이 너무나 정당해 후회는 없다”면서도 “처음에 민주노총 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며 하소연했다. 투쟁 때문에 생계문제가 절실했지만 그동안 전혀 혜택이나 도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공공서비스노조가 산별로 전환하면서 결의한 50여만원을 처음 손에 쥐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 초기부터 ‘우리 싸움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기대감’은 있었다”며 “말이 ‘연대’이지, 민주노총이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집회하면 다 오고 할 줄 알았는데 지금 사용자들이 ‘콧방귀’ 뀌고 있는 이유가 다 이런 현실 때문이 아니겠냐”고 그는 실망감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80만 명이면 천 원씩만 내도 8억은 모일 텐데 왜 조직적으로 안 되냐”며 “이런 게 ‘민주노총’이라면 다들 배운 사람으로서 한국노총에 가지 말란 법 어디 있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건설엔지니어 업종에는 1천여 개의 사업장에 10~20만의 기술직 노동자들이 분포돼 있다. 한 군데서 싸움이 일어나면 자연히 다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도우가 지게 되면 누가 다시 노조를 만들겠느냐”는 그의 지론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아직은 젊으니까 객기로라도 버티고 있고 뭔가 결론을 보고 싶은 끓는 심정이 먼저 앞선다”는 그는 여전히 젊은 전사다. “칼을 뽑았고 뭔가 끝은 봐야 하는데, 함께 직장으로 복귀하든지, 아니면 아예 망하든지 하는 심정 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는 그에게서 투쟁의욕과 남다른 자존심이 작동하고 있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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