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1회시 50만원 벌금, 점차 손배가압류로 발전돼

장투사업장⑤ 가처분이라는 법의 잣대
집회 1회시 50만원 벌금, 점차 손배가압류로 발전돼

“집회 한 번 하면 5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르네상스호텔노조 이옥순 위원장의 울분 섞인 얘기다. 작년에 떨어진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때문이다. 더욱이 집회 가처분으로 65데시벨 이상 금지와 사업주 명예훼손 금지 명령도 함께 내려진 상태이다.
상경투쟁으로 몇 년째 장기투쟁중인 코오롱도 역시 가처분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는 경우다. 가처분을 위반할 경우 간접강제조항으로 1회당 50만원의 위반금을 물게 돼있다. 처음에는 현장이나 식당에 가지 못하게 했다. 정문에서 노조사무실까지만 갈 수 있게 ‘출입금지’ 가처분이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노동조합 이외에 장소에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업무방해’ 가처분으로 발전한다. 이후 ‘집회금지’, ‘접근금지’ 등의 명목으로 본사주위를 접근 금지시키는 등 노동자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다. 노동자들이 반발해 위반하게 되면 가처분은 가압류로 발전되고, 본안소송으로 위반 손해금액이 묶여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 가처분이 만들어내는 장기투쟁의 악순환 구조이다.
또 최근 전국건설엔지니어링소속 만영지부가 사용자에게 깨진 사례도 가처분을 포함한 사측의 강력한 탄압과 대응에 있었던 이유였다. 김낙영 건설엔지니어링지부장은 “사측이 고용한 변호사가 해당 판사와 1년 선후배 관계일 정도로 사측의 법적대응이 철저하고 교묘했다”며 “일일이 노조의 행위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 고소고발과 법적 대응 때문에 노동자들이 더 이상 오래 견디지 못하고 나자빠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집 팔고 월세를 감수하면서 245일이라는 장기투쟁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동종업체인 도우지회 역시 가처분에 의한 탄압은 한술 더 뜬다. 사용자들의 가처분 항목에는 △건물 침입 농성 점거 행위 △앰프, 스피커, 꽹가리, 북, 장고 등을 사용해 구호와 노래로 업무수행 방해 행위 △근무 직원들에게 폭력, 폭언, 협박 행위 △근무 직원들의 회사 출입 방해 행위 △재물 손괴 행위 △발주처 및 감리현장에서 구호나 노래로 조업 등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총 망라돼 있다. 이외에 KTX승무원의 경우도 서울역 등 철도주요시설물에 출입금지 가처분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가처분’이라는 수단이 노사관계를 수렁으로 몰아 감정을 악화시키고 장기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손배가압류와 가처분은 형제지간처럼 가깝다. 손배가압류는 대부분 가처분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 본안소송을 하려면 5~6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가처분을 손쉽게 사용한다. 가처분을 함으로써 가압류로 발전하게 된다. 손배가압류가 장기투쟁의 원인이듯, 출발점인 가처분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태석 코오롱 해고자는 “가처분이 임시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조치임에도 사용자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며 “안 그래도 사용자들이 힘의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가처분은 공권력에 단초를 마련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처분’은 급박한 사유에 의해 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급박한 사유’라는 명목으로 가처분을 평시에 악용한다. 실제로 코오롱의 경우 이웅렬 회장집 근처에 ‘접근금지’라는 법적 울타리를 쳐놓는 사례가 단적인 예이다.
결국 노동가처분은 본안소송보다 노사관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처분의 결과에 따라 노동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도 하고, 한쪽의 백기항복으로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심리와 결정과정에서 가처분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재량여지가 더욱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금속법률원 장석대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노조법상 쟁의행위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써 본질이 업무방해행위를 담고 있다”며 “일반 민사법리로 접근할 경우 분쟁의 공평 타당한 해결이 불가능한 노동가처분의 경우에는 법원의 신중한 심리와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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