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식농성 권영길 의원

<b>국회 무원칙·민생외면도 질타…"의원 돼서도 단식할 줄이야"</b>

'국회 앞 농성장'이라 하면 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앞이나 옛 한나라당사 앞을 연상하지만, 명실상부한 국회 앞 농성장은 따로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지난 11월29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사당 본청 앞이 바로 그 곳.
의원들의 단식농성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건물 밖에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본청에 들어가려면 농성장을 지나야 하는 의원들이 한마디씩 건넨다. "이렇게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안에서 하시지." 권 의원은 이에 대해 "농성체질이라…"거나 "내가 대가 세잖아요"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하지만 마주 앉은 이들에게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 정권에 무시당하고 배제당하고 있는 이 상황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고, 진보정당의 정당한 자리를 찾자는 것"이라고 진짜 이유를 털어놨다.
이번 단식은 경찰이 창원에 있는 권 의원 사무실에 난입해 공무원노조 간부를 강제연행해 간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물론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부의 적대행위는 개원 초기부터 꼬리를 물어왔다.
지난 6월 장애인과 함께 국회에 들어가려던 현애자 의원은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에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8월3일에는 파병반대 시위 현장에서 이영순 의원이 신분을 밝혔는데도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다치기도 했다. 11월16일에는 천영세 의원단 대표의 차량이 강제수색당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이 일련의 사태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무시와 배제이며,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원칙 없음, 민생정치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 사무실 난입은 전두환 정권 때조차 없었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과 권 의원은 이해찬 총리의 사과와 허성관 행자부장관 해임, 사무실난입 책임자인 경남경찰청장·경찰서장 처벌을 요구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가시적 조치가 없으면 농성을 풀지 않을 태세다. 이호성 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2일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의원단 전원이 철야농성에 함께 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 의원은 11월30일 있었던 허성관 행자부장관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도 없고, 정중함도 없다"며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허 장관은 이날 오전 농성장을 찾아와 "갑자기 체중이 늘어 다이어트 하시는 줄 알았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한 뒤 그 날 밤 국회 공보실에 보도자료를 돌려 기자들을 이끌고 다시 나타나 사과했던 것.
한편 권 의원은 고민은 민주노동당 무시와 배제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에까지 닿아 있었다.
"국회가 국회답지 못합니다. 서민들 살림살이를 전혀 책임지지 못하고 있어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제발 민생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국회 들어와서도 이러느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그 스스로도 "지금껏 수 없이 투쟁을 해봤지만 국회의원이 돼서도 단식농성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다"고 털어놓으며 그래도 마지막 의사표시 수단으로서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헤아려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스티로폼으로 급히 마련한 농성장에는 '민생을 지키겠습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고공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이 저만치 눈에 들어왔다.
정은희 jspecial@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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