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유가족과 범대위, 정운찬 총리 용산참사 현장 방문 해결 촉구…국민법정(10/18) 기소인 8천여명 달해

   5MIL_0269.jpg
'어둠 걷히는 않는 남일당'
추석전엔 해결되길 바랬는데...고개를 숙인 채 기자회견문을 듣는 유가족들의 얼굴엔 슬픈 분노가 채워져 있다. 29일 용산 남일당에서 열린 신임 총리 취임과 관련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가족들. 이명익기자

“용산참사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청문회장에서 언급했던 정운찬 신임 총리가 29일 임명된 가운데 ‘추석 전 해결’을 열망하는 참사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이 다시 한 번 쏟아졌다.  

30일 오전 10시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 유가족들과 용산범국민대책위가 개최한 ‘총리 취임에 즈음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은 “정운찬 총리님, 눈물마저 그렁거리셨습니다. 비리 덮으려고 유가족 이용하는 그런 분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님처럼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달라지는’ 그런 분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면서 용산현장 방문을 눈물로 호소했다.  

오는 10월 13일 (아버지 장례 때문에 9개월여 미뤄 온)아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고 이성수 씨 부인 권명숙 씨는 “청문회장에서 정운찬 내정자가 ‘미안하다. 임명되면 유가족들을 총리실로 부르겠다, 오실 수 있겠냐’고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면서 “정치쇼가 아닌 눈물로 일단 믿어보겠다. 온다면 그냥 조문 차원이 아니라 해결책을 갖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권씨는 아들 군입대와 관련해 “지난 2월 ‘음식 장만해서 아빠랑 같이 부대 근처에서 먹이고 보내자’고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참사사고가 나고 이제 나 혼자 아들을 보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음식 제대로 해갈 수 있겠냐”고 씁쓸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3MIL_0240.jpg 
'북받치는 서러움' 끊어 질 듯 작은 목소리로 울음을 참으며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고 한대성씨의 부인 신숙자씨는 끝내 통곡을 하고 말았다. 이명익기자


이날 권 여사 외 다섯 명 유가족들이 차례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북받치는 설움 때문인지 회견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이미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추석 전 장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차례를 치르지 못하는 가족들은 추석 당일 오전 10시 남일당 현장에 모여 영정 앞에 상식만 올리기로 했다.  

이날 범대위는 “민생을 살피고 총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진심과 정성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 첫걸음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정 총리는 취임기자회견에서 정운찬 내각의 4대원칙으로 예방행정, 현장행정, 피부행정, 내실행정을 꼽았다고 한다”면서 “계속 방치해서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예방) 용산으로 와서(현장)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피부)를 해 용산참사를 해결(내실)하라”고 촉구했다.  

이강실 범대위 공동대표는 “총리실에서는 먼저 참사의 정황을 분석하겠다는 입장인데, 당사자들의 얘기를 듣지 않고 경찰, 검찰 말만 들으면 눈과 귀가 어두워질 뿐”이라면서 “용산문제를 먼저 해결한다면 정운찬 총리 앞길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둔 이날 오후 5시경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5MIL_0321.jpg '국민법정에 세우겠다' 30일 오전 용산 레아 미술관 앞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 소환장 전달 기자회견'에서 사회시민단체 대표들이 국민법정에 기소된 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6MIL_0527.jpg 
'넌 좀 맞아야 돼!'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가 30일 오전  열린 국민법정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인권보다  돈이 중요한 사회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범대위 관계자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이명박 대통령 ‘살인 교사죄’ 기소
10월 18일 ‘국민법정’ 예고…재판부 사회각계각층 9명, 국민 배심원 50명 ‘재판 결과 예측 불허’

30일 오전 11시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용산 철거민 국민법정 준비위원회’의 소환장 전달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지난 14일 국민법정을 선포(10/18 개최)한 뒤 지금까지 약 8000여 명의 시민들이 기소인으로 동참했다.  

이날 기소장에서 준비위원회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해 “위법한 공권력 사용으로 강제진압을 한 ‘공무원의 폭행, 가혹행위죄’”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하위 공무원들로 하여금 재개발정책의 효율적 집행에만 몰두하게 만든 ‘살인 및 상해에 대한 교사죄’”로 범죄혐의를 밝혔다.  

준비위원회는 박연철 변호사(재판장), 박승환 전북대 교수,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각계 인사 9인으로 재판부를 구성했고, 이후 50여 명의 배심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준비위는 오는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배심원 정원의 5배수인 250명을 선착순으로 신청 받은 뒤, 오는 10월 13일 성, 장애, 연령, 직업별 등을 고려해 무작위 공개선발을 할 예정이다. 준비위원인 신동우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짜고 치는 것’이 아닌 공개된 추첨을 통해 배심원을 구성하게 돼 있어 재판결과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민법정 피고인 기소이유에 대해 ‘난다’라는 청소년 기소인은 “국민법정이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철거민과 서민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는 데 대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준비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찰(6명), 검찰(4명), 정치인외(10명) 등에 대해 우체국을 통해 각 주소별로 기소장을 발송했다.  


7MIL_0465.jpg 
'돈이 인권을 앞서는 세상 ' 30일 오전  열린 국민법정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 가면
을 쓴 용산 범대위 관계자가 인권보다  돈이 중요한 사회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
다.이명익기자


강상철 기자/노동과세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