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위원장, 전북기계공고 후배들과 만나 '노동과 권리' 주제 강연

[사진1]
<font color=darkblue>28일 전북지역 현장대장정에 돌입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모교를 찾았다.

75년도 전북기계공고에 입학한 이 위원장은 그의 후배인 전교생을 향해 "만나기에 앞서 한잠도 잘 수 없었다"며 애틋한 심정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면서 목적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친구들을 잘 사귀며,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기를 바란다"는 말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또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미래의 민주노총 예비조합원들일 학생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과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에 대한 개념과 법제도를 쉬운 말로 강의하기도 했다. 이석행 위원장이 그의 모교에서 가진 특별강연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font>

<b>◆전북기계공고 특별강연 전문</b>

반갑습니다. 학교를 졸업한지 내년이면 30년 째다. 사실 오늘 여러분들 만난다는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후배들이 사회에서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선배로서 더 열심히,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늘 걱정이었다.

오기 전에 다른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나서 강의도 하고 교육도 했지만 대규모 학생들과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어떻게 다 같이 할 수 있을까"하며 많은 고민을 한다.

여러분들 전국기계공고에 다니는 것, 자랑스러우신가? 교장선생님은 훌륭하신 선생님이신가? 강의에 앞서 30분동안 뵙고 말씀을 듣는데, 교장께서는 여러분에 대한 자부심이 크시다. 이곳에는 륭한 교장선생님 모시고 저하고 함께 공부했던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다. 다 저하고 이곳에서 학교생활을 하신 분들이다.

여러분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분들에게 "실업게 공고 가서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봤다. 대부분 "대학을 간다"고, "왜 가냐"고 하니 목적도 없이 "다 간다"고 답했다. 대학을 꼭 가야겠다는 사람? 불과 30여명 정도였다. "취업하는데 어디를 가장 가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삼성같은 대기업을 선호했다.

비정규직이 뭔지 아시는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같은 경우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인데 여러분들이 대학이나 고교를 졸업하든 않든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높다. 현재 비정규직 숫자가 860만 명에 이른다.

[사진2]
노동자가 뭔지 아나? 노동자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 거의 없는데, 노동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겠다.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은 노동자인가? 교사도 노동자다. 대학교 교수는? 노동자다. 삼성에 들어간 사람들은? 노동자다. 일반적으로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의사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임을 선언했다. 학교를 나가면 80% 이상이 노동자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때문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헌법을 보시라.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 조합을 통해서 권리를 찾는 것이다. 다섯 자식을 둔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유언하셨다. 아버지께서 고민 하시다가 (다섯 자식에게)회초리를 하나씩 갖고 오라 하셨다.

이런 얘기 기억나시나? 하나씩 꺾으니까 잘 꺾였다. 그런데 다섯 개를 모으니까 잘 꺾이지 않았다. 다섯 형제가 함께 똘똘 뭉쳐서 단결하면 안 꺾이니 공동체로 살아가라는 뜻을 담은 유언이셨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 중에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 계시나? 여러분 또래의 한 친구는 피자헛에 가서 일하고 돈을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을 못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일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곳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는 힘이 없다. 혼자서 요구를 하다가 해고되면 그만이다. 전체를 모아야 하고 그런 곳이 노동조합이다. 누구든지 헌법에 따라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해 활동을 할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그 대표가 사장이든, 정부 장관이든, 또는 대통령이든 우리 요구를 할 수 있다. 조합을 만들면 단체교섭권이 생긴다. 교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 헌법에 들어있다.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공장이나 사무 현장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진다든가, 일하다가 아프게 되면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터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 속에서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보장 등 여러분들이 주장할 수 있다. 그 주장을 노동조합으로 모아서 노조대표가 회사나 정부에게 요구해 관철시켜낸다. 그런 곳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겠다. 저는 이곳에 75년도에 입학했다. 당시 강당이 2개였는데, 전북공대가 전주로 옮겨가는 터였다. 이 학교에 처음 올 때는 들어오려면 중학교 성적이 5% 안에 들어야만 응시자격이 생겼다. 지금도 그런가?

그런 학생들이 와서 당시 건물을 지을 때 얼마나 일을 했는지 손바닥이 부르틀 정도였다. 90%이상이 기숙사생활을 했다. 예전에 기숙사는 군대 병영시설처럼 5-60명 정도의 학생들이 함께 잠잤다. 식당에서는 어떤 쌀을 주는가? 그때 쌀에는 쥐똥이 섞여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 빵 사먹다가 들켜 실컷 두드려 맞기도 했다. 식당청소 한 달, 외출외박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한 번 들어오면 일주일동안 학교 밖을 나가지 못했다. 대학을 간 사람도 많이 있고, 안 간 사람도 많았다.

[사진3]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학을 간다, 안 간다"라기 보다는 "졸업하면 무엇이 되겠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하게 걸어가면 대학을 가고 안 가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대학을 못갔다. 우수하다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 계시다. 동창들에게도 "꼭 대학 나온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말을 한다.

공업계는 80% 이상이 취업을 했으면 좋겠다. 대학을 들어가도 공무원 시험 본다고 도서관에 처박혀 있다. 고등학교 나와도 목표만 분명하다면 안 되는 것이 없다. 국회의원 중에 단병호 국회의원, 강기갑 국회의원 같은 분들도 중학교밖에 안 나왔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분들이 많다. 대학을 굳이 어거지로 갈 필요는 없다. 대학에 80%가 진학하는데, 졸업하는 학생은 2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취업을 못해서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공고를 졸업한 사람들은 기계를 돌리든, 쇠를 깎든지, 전기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이상한 일을 하는가? 전북기계공고 명예를 위해서라도 엉뚱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 한다.

3년 동안 국민 세금 갖고 직업훈련해서 엉뚱한 일하면 세금낭비이지 않은가. 공장이든, 회사든 자기 목적의식만 뚜렷하게 가지시라.

강한 노동조합이 금속노동조합인데, 위원장도 전북기계공고 2기 출신이고, 다른 분들도 이곳 출신이 많다. 4회 출신 선배는 딸기 농사를 크게 하고 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나 혼자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와 동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여기 서있는 여러분 선배인 제 자신도 힘들고 어려웠다. 우리 동창들 50여명이 지금까지 모이고 있다.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교우들이다. 고등학교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 친구들끼리 교류하고 살아가는 후배들이 되시라. 회사를 가든 어떻든, 어떤 일을 하면서도 일에만 빠지지 말고 일을 통해서 큰 뜻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4]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단체이다. 조합원만 80만명이다. 선생님이지만 조합원이신 분들이 이곳에만 40명이 계신다.

여러분들이 나중에 민주노총 위원장 대를 이었으면 좋겠는데 대를 잇고 싶은 사람이 계시나? 여러분은 할 일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이 되겠다, 어떤 일을 하면서 이후에 큰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하시라는 것이다. 친구를 사귈 때, 친구가 무엇을 하든, 친구를 인정하는 태도가 대단히 중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 모두 하는 일도 다 다르다.

전북기계공고 후배님들, 저는 여러분들을 정말 많이 사랑한다. 이제 여러분들 중에 3학년 학생이 있다면 1년 뒤면 직장에 가게 될 것이고, 그럼 민주노총 조합원도 많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권리는 내가 찾는 것이다. 내 권리를 찾는 것은 무엇을 통해야 힘이 있는가? 노동조합을 통해서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없애려면 노동조합이 힘이 쎄야 한다.

여러분들은 민주노총의 예비 조합원이고, 사랑하는 후배들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에 노력하겠다. 선배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격려도 해주시라. 민주노총 안에서 선후배로 힘차게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마치겠다.

<전북=특별취재팀, 사진=이기태 기자/노동과세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