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자 분신...사망'

유족들 "사측, 노조와해 지시하며 월별 탈퇴회원까지 할당"
민주노총 "사측 분신현장 청소 등 사건 은폐에 급급"
사측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가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

대구 한 노동자가 사측 노조와해 공작 지시와 노조 비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분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18일 오후 10시께 대구 달성군 소재 미국계 회사 ESC코리아(회장 미국인 케리, 사장 윤왕섭, 직원 2백여명)에 근무하던 박해덕 노동자가 온몸에 아세톤을 뒤집어쓰고 분신을 기도,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3일 오후 끝내 사망했다. 그러나 이후 ESC코리아에서 벌어진 사측 노조와해 공작과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나면서 박씨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ESC코리아에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사측은 노조와해공작을 시작했다. 회사는 총무이사에게 지시해 현장 간부직책인 작장 박해덕 권용기(분신 당시 화상 입어 현재 치료 중) 등 5~6명 직장을 포섭해 조합원들을 탈퇴시킬 것을 종용했다. 총무이사는 월별 탈퇴인원을 할당하는 등 노조파괴를 강요했고, 노조와해 공작에 드는 비용을 통장으로 지급키도 했다.
박씨는 이런 과정에서 현장 동료들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죄책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원치료를 받는 등 심적 갈등이 심했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사건 발생 즈음에는 노조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박씨를 징계할 것을 사측에 강력히 요구해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다는 후문이다.
사건 당일은 임원, 간부진들 회식이 있던 날로써 박씨도 회식에 참여했으나 총무이사가 자신의 술도 받지 않는 등 냉담하게 대하고 오히려 노조위원장과 호형호제하며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그간의 심적 압박과 사측에 대한 배신감, 그동안 이용만 당했다는데 대한 억울함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결국 이같이 사측의 악랄하고 불법적인 노조와해 공작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 것.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고 박해덕 노동자 분신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시하는 사측의 전근대적 노사인식과 노조탈퇴 공작, 노노갈등 유발 등 부당노동행위의 결과"라며 "노동자의 기본권인 자주적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악랄한 수단으로 노노갈등을 이용해 노조탈퇴 공작을 벌인 결과 죄의식과 갈등에 시달리던 한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5월31일 고 박해덕 유족일동, 민주노동당 대구시당과 공동으로 ‘고 박해덕 노동자 분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부당노동행위 인정 및 고인과 유족, 노조에 사죄할 것 ▲사건 책임자를 밝혀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사측에 요구하고, ▲진상규명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노동부와 경찰에 촉구했다.

□ 사망경위

○07. 5. 18(금) 22:00경 대구 달성 논공 1-93 (주)ECS코리아 총무과 사무실내에서 동 회사 현장 근로자(직책 : 직장 박해덕 39세)가 총무이사 책상위에서 총무과 직원 등 다수가 보는 앞에서 아세톤 분신 자살기도.

△3도, 전신 60%화상으로 남구 대명동 소재 푸른병원으로 이송 5. 20 01:00경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 중 생명위험 하다는 의사의 권유로 02:00경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동하였으나 익일 17:24경 사망. △사측과 경찰에서는 단순 방화사건으로 사망자에 대해 방화범으로 입건 조치하였고 노동청 등에서는 사건 내용의 진위 등 특별한 조치사항 없음. △유족들은 남구 대명동 소재 굿모닝병원 장례예식장 고인을 모시고 사측과 보상문제로 장례예식 연기

○ 사측에서는 본인의사에 의해 발생할 사건으로 회사 측과는 아무른 문제가 없고 보상문제 역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힘. ECS사장은 유족들에게 원인을 모른다면서 책임을 회피 하고 있는 실정임.

□ 분신자살 원인(주변 동료들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종합한 내용)

→ 5. 25자 지방노동청에 전화 한바, 단순 자살로 판단 조사착수도 하지 않음.

○ 동 (주)ECS코리아(회장 : 미국인 케리, 사장 윤왕섭, 직원 200여명)는 외국계 회사로 모간그룹에서 독립 대구에는 2개의 공장과 1개의 디자인 센터 차량용 및 가전용 카본 브러시 등 생산 국내 3사(삼성, LG, 대우) 및 자동차 모터 제작업체 텔파이, 대우정밀, 발레오 등에 납품하는 회사로 연 매출액 300여억원 규모임.

△동회사 노동조합은 2006, 12월경 노조를 설립. △사측은 총무이사에게 지시하여 현장 간부직책인 직장 고 박해덕 등 5 ~ 6명을 포섭하여 각 반원팀원 20여명 들 중 노조에 가입한 반원들을 설득 탈퇴 시키도록 지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노조 탈퇴 작업을 진행함. △또한 회사 사장 및 총무이사와 임직원들은 직장 직책의 현장 간부들에게 월별 탈퇴 인원을 할당하는 등 집요한 작업을 지속 하였으며, 이에 관한 정보가 노조측에 들어가게 되었고 노조(위원장 박엉규)는 사측에 박해덕의 징계 요구 공문 발송하였음(징계요구 공문은 총무팀에 보관중).

○ 이러한 사내 사정으로 인하여 노조와 비노조원간의 갈등은 더욱 깊었고, 고 박해덕 외 5 ~ 6명의 현장간부(직장)들은 사장이나 임원진 등의 노조 와해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같은 반에서 근무하는 부하 노조원과 마찰이 생기는 현실을 고통스러워 함.

△또한 노조탈퇴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사측의 지시에 불응 한다는 압박감에서“나 한사람 없으면 될 것 아니냐!”평소 사표를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며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말을 전하였고, △이로 인하여 노조설립 후 약 6개월 동안 사측과 노조 사이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주변 동료들의 진술로 사망자 외 4 ~ 5명의 직장 직책을 가지고 있는 현장 간부들은 모두 같은 반응 이였음. △그들은 사측의 강압적 지시로 노조 설립 후 약 6개월 동안 노조원을 탈퇴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에 열을 가하였으며, 하물며 비노조 직장직책을 가지고 있는 간부(직장)을 노조에 가입시키기 까지 하면서 무리한 노조와해 작업을 진행하였음.

□ 현재상황

○ 사측에서는 유족들이 장시간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사망원인과 사측과는 아무른 문제가 없다. 사망원인을 잘 모른다.”..,“ 보상에 최선을 다 하겠다!”또는 그룹 회장의 말을 빌어 보상지시 또는 책임이 없다고. 유족들에게 전하면서 5. 26(토) 09:00경 그룹(부사장 주삼락)과 면담시 5. 27(일)까지는 장례식을 거행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말 뿐 아직 이행치 않고 있으며,

- 5. 26. 17:00경 회사측에서는 법적조치 이외 특별한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번복 하고 유족들에게 전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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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고 박해덕 씨가 병상에서 운명하기 직전 “직장 동료 여러분에게 전해달라”는 내용을 고인의 동생이 정리한 내용이다.

사랑하는 (주)ECS 코리아 동료 여러분께 작별의 인사를 고합니다
저 박해덕이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저는 26세 때 “가람”회사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배우자와 결혼한 후 지금 10살 된 딸과 6살 된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 직장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으나 행복했던 저의 가정에 불운의 먹구름이 끼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6년도에 우리회사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면서부터입니다. 저도 노조에 가입하였다가 회사측 요구로 탈퇴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주)ECS코리아 동료 여러분! 회사측에서는 노동조합의 위세를 꺽기 위하여 우직스럽고 외골수인 저의 성품을 이용하여 저는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일에 개입되어 허망하게도 희생양으로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힘없는 저로서는 회사 측의 지시에 따라 일부 동료 여러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도 있었습니다. 때 늦은 후회지만 동료여러분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2007년 5월23일 박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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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이에게...

모든 관계자 여러분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가정의 가장이 어느 날 회사 사무실에서 독한 아세톤을 뒤집어쓰고 분신이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하였는데, 경찰 조사 결과는 자살로 인정되었지만 정황 없는 조사일 뿐이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진정한 사실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유서도 없었고 유언도 죽음의 준비도 없었는데 어찌 자살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왜 회사 총무과 사무실에서 몸을 불살랐을까요?
지금 관청에서는 사측과 유가족이 해결 할 문제라고 보고, 뚜렸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 하며, 사측은 개인적인 사안으로 치부하며 진실을 왜곡 또는 조작하기에만 치중 하고 있을 뿐 사건의 진위는 누구도 알려고 또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유족들은 억울한 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진실만이라도 규명해지길 간곡히 기대하며 하루 빨리 고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 뿐 입니다.
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살아가면서 저의 가족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 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유족들은 지금 지치고 너무 힘이 듭니다. 진실을 밝히는데 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2007. 5. 28
(주)ECS코리아 사원 故 박해덕 유족 대표 박영득

<특별취재팀/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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