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숨은 손길, 고작 76만원으로 한 달 생활

최저임금기획ⓛ 현장르포_청소용역 현장을 가다
일상의 숨은 손길, 고작 76만원으로 한 달 생활

아침 6시 인천의 한 전철역. 철도용역 노동자 두 분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간석동에 산다는 여성노동자 최 아무개 씨(60). 1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일 잘 한다’고 평판이 높다. 또 한분인 홍 아무개(63) 씨는 만수동에 산다.
6시에 출근해서 30분정도 작업준비를 하고 일에 투입된다. 최 씨가 붙박이로 오전 일을 하고 아저씨 두 분이 오전(06~14시)과 오후(14시~23:30)를 번갈아 교대한다. 주말교대 때 아저씨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쉬게 된다. 그나마 오후에는 올해 초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고 있다. “사람 한 명 더 채용해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라고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도시락은 항상 아침과 점심 두 개다. “밥값 떼고 뭐 떼고 하면 뭐가 남겠느냐”는 얘기다. 7시경 홍 씨는 쓰레기 분리장에서 분리 일을 시작한다. 매일 쓰레기봉투(대)에 한 가득 이상으로 쓰레기가 나온다. 용역회사에서 팀장이 매일 와서 체크한다고 귀띔해 준다. 청소의 영역은 하루 온종일 몇 번씩 돌아봐야 하는 시설들뿐이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계절 중 여름과 가을이 가장 힘든 기간이다. 낙엽을 쓸어 담아야 하고, 해가 쨍쨍 내리쬘 때는 몇 바퀴 돌면 땀에 흠뻑 젖기 때문이다. 홍 씨는 남자라서 그런지 힘쓰는 일들이다. 아침6시부터 11시30분까지는 “꼼짝 못한다”는 시간이다. 그나마 12시가 돼야 점심시간 겸 약간의 휴식이 따른다.
고객들이 드나드는 플랫폼 바닥청소는 1시간 반이나 힘들게 투자해야 청소의 흔적이 보이는 고된 일이다. 그나마 기동대에서 어제 청소를 하고 갔기 때문에 오늘은 한결 쉬운 편이다. 기동대는 월 한번 기계로 물청소를 하고 가는 청소부대다. 그 외 29일은 꼬박 청소용역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8시 20분경 역외화장실 청소가 시작된다. 홍 씨는 화장실에 냄새 없애는 약까지 뿌려댄다. 09시경 화장실은 어느새 깨끗하게 변해 있다. 냄새도 한결 없어졌고 쾌적하다. 역외 남녀화장실 두 군데를 청소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철도국에서 검열이 나오면 상황은 다르다. 지적받으면 검사 받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열은 1년에 3~4번 정도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이곳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은 최하위이다. 이들의 한 달 급여 총액은 846,100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기본적인 공제금을 제하면 766,680원을 손에 쥔다. 그나마 이것도 올해부터 조금 오른 액수가 이렇다. 작년까지만 해도 급여 총액은 745,000원이었다. 손에 쥐는 액수도 68만원이었다. 기본급 655,030원에 연장근무수당 3,170원과 휴일근무수당 43,400원 그리고 연차수당 43,400원 정도가 급여목록의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기본급이 7만 원정도 올랐고, 업무추진비 2만원과 식대 3만원이 추가됐을 뿐이다. 식대 3만원은 한 끼 5천원으로 따졌을 때 일주일 밥값에 불과한 액수다. 업무추진비라는 항목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생색내기용 인상항목에 불과한 듯 보인다.
76만원으로 한 달 생계에는 어림없다. 최 씨의 경우 한 달에 미장원 한 번 정도 가는데 파마 2만5천원, 염색 1만5천원 해서 4만원 들어간다. 또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정기적으로 먹는 약 1만5천원, 관절이 안 좋아 병원 한번 가는데 1만원, 골다공증 주사치료 한번 맞는데 1만5천원 등 해서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보험료는 미래를 생각해서 10만원 들어간다. 몸이 아파서 암보험 적용대상에도 못 든다. 일 때문에 입원도 마음먹고 하지 못한다. 그냥 약만 먹고 있다. 부조금도 월 2회 10만원. 우유와 요구르트 등 5만원. 둘째아들 등록금이 300만원으로 월부담액 50만원. 전기세 7~8만원, 휴대폰 사용료 2~3만원. 관절이 안 좋아 매주 찜질방에 가서 몸을 지지는 게 낙이다. 한 번 가면 1만원 깨진다. 월 4만원. 애들 용돈으로 월 10만원은 최소한 손에 쥐어줘야 한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친구들 모임이나 친목회 등 경비도 월 10만원 들어간다. 주택비와 식비, 전기세 등 기본적인 생계에 드는 비용을 빼도 123만원이 족히 들어간다.
밤새 노숙자들, 취객들, 시민들이 남겨놓은 흔적과 자취마저도 지우는 청소용역노동자들.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시민들은 자기 일터로, 본연의 모습으로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듯 세상은 돌아간다. 결국 생활과 시간을 청소하는 용역노동자들인 셈이다. 시민들의 하루 일과는 바로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손과 발이 있기에 비로소 연결되고 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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