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규율과 업무의 진정성

패랭이 기자의 더듬이수첩
내부규율과 업무의 진정성

출근은 직장인의 시작이자 출발이다. 퇴근도 있지만 이도 역시 출근을 위해서다. 출근으로 세상이 연결된다. 출근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내가 없이 잘 돌아갈지도 궁금하지만, 상사에게 밉보일지나 않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근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출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실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출근은 그 자체로도 복이다. 일은 하지만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프리랜서다. 일종의 비정규직 형태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출근은 악몽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근은 차별도 포함한다.
출근 형태도 많이 변했다. 24시간 풀가동되면서 밤 근무가 불가피해졌다. 아침, 점심, 저녁 심지어 새벽에도 출근을 한다. 출근 수단도 다양해졌다. 통근버스의 출근은 추억으로 존재한다. 문상 가서 밤새워 고스톱을 쳐도 통근버스가 있어 넉넉했다. 깜박 잠들어도 출근에는 걱정이 없었다. 잠시 늦잠 잤다고 전화주면 기다려주던 통근버스였다.
하지만 IMF와 구조조정으로 회사도 많이 통폐합됐다. 또 지방으로 이전도 많이 했다. 자동차의 증가로 자가용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제 출근은 직장인의 애환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은 하루에 평균 1시간13분을 출퇴근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넘는 직장인도 23.3%를 차지했다. 교통체증과 경제활동 반경의 확대가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신도시 등 서울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그만큼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민주노총 회계감사에서 출근부 작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출근부 작성에 대해 총국 내에서는 이견이 많은 모양이다. 형식적인 출근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보통 출근부 비치는 외적인 요인이 강하다. 근로조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 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대한 분석과 통제가 가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근부 작성이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정산과 관련이 없다면 그 구성원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관리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다. 운동집단의 특성상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타율성보다는 자발성이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발적이지 않을 때 타율을 강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것이다.
출근부 작성이 거론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또 출근부를 작성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출근부를 잊고 있는 이때 다시 출근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왜일까. 내부규율과 업무의 진정성이 따로 가는 때문일까. 총국 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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