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위원장, 광산노동자 노동현장에 가다

[사진1]
강원지역 현장대장정팀이 광산노동 현장을 찾았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차구리 188-1에 소재한 청림실업. 석회석을 채취하는 광산현장이다. 이곳에서 채취되는 석회석은 제철소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며 시멘트 원료로도 쓰인다.

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이석행 위원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사측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는 노조상황과 노동실태에 대해 보고받고 대화를 나눴다.

이 위원장은 “현장대장정에서 광산 현장은 처음”이라며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는 곳인데 가봐야 하지 않느냐?”고 제의했다. “많이 열악하다. 힘드실 텐데 거길 어떻게 가시느냐?” 한 조합원 답변이다.

이 위원장은 “여러분이 늘 일하시는 현장인데 열악하다고 해서 못 가겠느냐”며 나섰다. 바로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민주노총 동해삼척시협의회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진2]
이석행 위원장 일행은 대장정 차량을 두고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4륜구동 자동차로 갈아탔다. 비포장일 뿐 아니라 경사가 매우 급해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차에 탄 일행들은 몸을 겨우 가누며 광산으로 향했다. 거대한 광산 입구가 마치 블랙홀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집어삼킬 듯 일행을 기다린다.

입구에 들어서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그 자체다. 차를 운전하는 노동자가 휴대폰을 끄라고 한다. 전파가 닿지 않아 건전지가 순식간에 닳아 없어진단다. 창문을 내리자 찬 공기가 엄습해온다. 마치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것 같다.

때로는 곧게 뻗은 길을, 때로는 구불구불한 길을 덜컹거리며 약 2.5km 들어가 ‘이(e)-램프’에 도착했다. 높이 6.5m, 너비 15m, 지상에서 70m 정도 깊이 거대 굴 속에 커다란 타원형 암벽이 길을 막고 있다.

한 노동자가 거대한 중장비 ‘점보드릴’을 운전한다. 조수와 부조수가 한 팀이 돼 막장 돌 벽에 구멍을 뚫는다. 이석행 위원장이 부조수석에 오른다. 점보드릴이 착암기로 암벽을 뚫기 시작한다. 귀청을 뚫는 굉음이 온 막장을 뒤흔든다. 모두가 귀를 막느라 바쁘다. 95db(데시벨) 정도 소음이라고 한다. 그래도 물을 분사해 먼지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이란다.

[사진3]
너비 10~15m, 깊이 5m로 구멍을 뚫으면 장전차량이 들어와 구멍에 화약을 장전한다. 구멍 70개에 20kg 화약 20포를 장전하고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발파시킨다. 석회석과 돌들이 폭파해 무너져 내리면 덤프트럭이 들어와 밖으로 운반한다. 이렇게 매일같이 작업하는 막장이 이 곳 청림실업 현장에만도 28개다.

‘e-램프’를 떠나 이번에는 ‘150갱’에 도착했다. 두 노동자가 트럭에 실린 화약을 장전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이 냉큼 트럭에 올라타 화약포대를 나르기 시작한다. 이 위원장은 화약을 사다리를 타고 구멍마다 옮겨 다니며 잔해석들을 제거한다. 화약과 다이너마이트 장전에 앞선 작업이다. 밑에서 올려다보던 노동자가 갑자기 외친다. “야~ 방해석이다!”

한 노동자가 주워온 방해석은 수정 같은 흰색 광석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랜턴을 비추니 돌이 빛을 흡수해 아름다운 광채를 발한다. 석회석 광산에서 가끔 나오는 돌이란다. 가치가 높은 돌은 아니라지만 허연 가루 날리는 석회석만 가득한 광산에 이렇게 예쁜 돌들이 섞여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암흑 속으로 몇 킬로미터씩 들어가 생명체라고는 개미 한 마리,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방이 암벽으로 둘러싸인 곳. 돌을 뚫을 때마다 고막이 터질 듯하고, 돌가루와 분진이 앞을 가리는 삭막한 지하세계. 길을 잃거나 랜턴이 고장 나면 혼자 어떻게 찾아 나올까 걱정이 앞서는 이곳이 바로 광산 노동자들 일터다.

[사진4]
[사진5]
[사진6]
가족을 부양하고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 척박한 곳에 들어와 노동력을 판다.

사업장이 생긴 지 오래지 않아 아직 산재가 공식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난청과 진폐증이 없을리 없다. 이들이 노동하는 곳은 언제 바위가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위험작업장이다. 또 다이너마이트·화약 등 위험물을 일상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대부분인 이곳 노동자들 평균 임금은 연봉 2,300만원 정도다.

강원지역 현장대장정에서 만난 광산노동자들 노동현장을 떠나는 이석행 위원장 표정은 숙연하다. “여러분이 바로 민주노총입니다. 여러분이 일하시는 곳이 바로 민주노총 투쟁현장입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여러분 건강하시고 승리하십시오. 저도 더 잘하겠습니다.” 이 위원장 마지막 인사말에 힘이 실린다.

[사진7]
[사진8]
<강원도 광산현장=글/홍미리 기자,사진=이기태 기자/노동과세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