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증권거래소, 현대자동차, 삼성, 뉴코아, 심지어 노동부 비정규직까지 살인적 해고

오는 7월 비정규 시행령 실시로 계약해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대량해고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대로 잘릴 순 없다”는 비정규법 피해노동자들의 증언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종로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비정규 증언노동자 등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정규법 폐기와 전면재개정을 위한 비정규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은 여는 말에서 “파견법 시행 9년에 이제 기간제법까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견과 기간제를 오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양극화 주범이자 400만 저소득층에 자리 잡는 비정규법에 맞서 함께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840만을 줄이는 것과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는 것인데 지금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상시적 업무에 정규직 채용을 하고 기간제를 쓰는 이유를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과 특수 노동자도 따로 있을 수 없음”을 덧붙였다.

비정규법 피해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노동부에서 비정규직인 상담원으로 일하다 6월말을 기점으로 계약해지 된 조 아무개 씨는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90만원에 시간외 수당을 다 해야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임금이 그것도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사업비로 책정돼 있어 비정규직화가 용이하게 돼 있다”며 “근로자를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동부가 오히려 불공정하게 자기 부서의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공공기관비정규직대책추진위원회’에서 곧 확정될 인사관리표준안인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을 보게 되면, 해고사유에 관한 사항으로 △업무수행능력 부족 △업무태만 △신체,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수행 불가 △고의 중과실로 손해초래 △업무량 변화 △예산감축 등으로 고용조정이 필요한 때에는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돼 있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원도 병설유치원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 아무개 비정규직 교사는 “유치원교육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20년간 근무를 해왔는데 올해 초 ‘계약제교사 운영지침’ 시한 만료를 통보해 온 강원도교육청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25명 전원이 부당해고를 당하였다”며 “최근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명했는데도 강원도교육청은 중노위에 재심청구를 했다”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또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 지부 사무국장은 “회사가 ‘코스콤의 얼굴은 너희들이다’라고 말하지만 네트워크쪽 정규직들이 연봉 6천9백만원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들은 고작 1천7백만원에 불과하다”며 “명절이다 연휴다 쉴 새 없이 매일 출근해 전산작업을 하고 철야작업으로 장비 점검을 하는 이유가 ‘정규직화’의 희망 때문이었는데, 5년간 임금동결은 물론 어느 날 문득 이메일 한 장에 7월 1일부로 타 도급업체에 팔아넘겼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산지회 김준규 조합원은 “2005년 여성하청노동자가 남성노동자에 비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시급 200원이 적다고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 제소해 차별 판정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각종 인원 정리에 대한 위협과 ‘직장을 잃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이 중지된 적이 있었다”며 “200원 차별도 제대로 시정하지 못하면서 지금 차별시정위원회에서비정규직 차별해소를 강조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고 반문했다.

삼성 SDI 사내하청인 하이비트 비정규직의 한 여성노동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월급은 100만원을 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아예 ‘물량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와 폐업으로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삼성은 A급(정규직), B급(정규직 입사 후 비정규직 전환), C급(비정규직 입사) 세 종류로 개별화 해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코아에서 느닷없이 해고된 신 아무개 씨는 “정식 모집으로 9년 동안 일해 오면서 시급 인상을 요구하거나 대우를 잘 받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됐다”며 “그동안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해 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계약 해지도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특수고용 노동자의 증언을 위해 나온 김상식 건설노조 북부건설지부 교육부장은 “사업자라고 얘기들 하지만 회사규칙과 작업지시에 따라 일하고 2~3개월 기다렸다가 임금을 받는 등 자영업자로서의 자율성 같은 것은 없다”며 “차량 등록번호로 일거수일투족 감시받고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마당에 회사의 요구에 따라 과적으로 일을 하다가 단속되면 그대로 조사받고 과태료를 물게 되는 것도 덤프, 화물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입법을 한다’면서 단체행동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강상철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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