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특성과 노조활동, 지역본부 설립과정·사업·투쟁에 대해=경주·포항시협이 중심이 돼 96년 10월31일 본부를 설립했다. 이후 구미지협 안동시협이 결합했다. 경북지역은 전노협 시절부터 공단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이 성장 발전해온 역사적 배경 때문에 시(지역)협의회 건설이 선행되고 이후 본부가 건설되는 상향식이었다. 이는 본부보다 시(지역)협의회 중심성이 강한 전통 때문이다. 현재도 시(지역)협의회 중심으로 본부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본부는 8기 집행부다. 초기에 본부장과 본부업무를 시협의회별로 돌아가며 윤번제로 맡다가 7기 공식선거와 함께 본부를 포항에 고정하게 됐다. 올해 3월1일 임기가 시작된 8기 집행부는 경북지역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과 경북전역을 도보순회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4월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현장도보 순회는 지역간 소통구조를 원활히 하고, 산별단위 중심으로 진행되던 수직적 지침에 의한 왜곡된 연대를 지역간 수평적 연대투쟁으로 발전시킨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 본부는 2005년부터 본격화된 본부 차원 연대투쟁을 기반으로 경북지역 총파업을 본부 깃발아래 성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2006년 포항건설투쟁 때 구미지역 동지들이 포항에서 한 달 동안 함께 투쟁하고 생사고락을 나눈 것은 소중한 성과다. 올해 북부지역 덤프투쟁과 일반노조 투쟁에 지역 간부들이 결합하는 등 지역간 연대 강화를 위한 노력과 투쟁이 경북본부가 가장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경북지역본부 당면사업과제에 대해=장투사업장을 비롯한 현안 투쟁사업장을 지원하고 지역차원에서의 수평적 연대 강화를 통해 경북지역 총파업 성사를 위한 조직화 및 실천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또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위해 경북일반노조에 대한 지원 강화와 경북일반노조 지역지부 건설대책을 수립한다. 지속적 교육을 통한 계급의식 함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선진노동자 대오 조직화를 위해 본부 차원 교육사업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산별노조 정책사업 및 소통구조 강화를 통해 본부 통일성과 연대성도 강화할 것이다.

현장대장정에 대한 견해와 문제점, 극복방안에 대해=현장대장정 취지와 진정성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경북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대장정에 복무했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현장 밑바닥에 들어가 낮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가장 낮은 곳은 투쟁사업장들이다. 그들과 함께 투쟁하고 호흡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장 방문에 맞춰 모양새를 갖추고, 억지를 부려 생색내려는 경향은 조합원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또 모든 현장을 돌고 순회하는 것에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순회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지향해야 할 비정규 노동자들,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업장들에 집중해야 한다. 환영받지 못할 곳에 더 시간을 할애하고 잘못된 부분이나 지적사항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못을 지적하고 쓴 소리도 해야 한다. 또 애초 기획됐던 산별연맹 위원장들과의 공동 순회가 되지 못해 아쉽다. 말로만 산별을 말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 조직체계를 이용해 현장대장정에 복무해야 함에도 방기하는 것은 유감이다. 지역본부 사무처와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위원장 내려온다고 수행과 의전에 발목 잡히는 현실적 부작용도 만만찮다. 현장대장정 의미에 맞게 민주노총 도움이 필요한 곳에 순회가 배치돼야 한다. 그냥 한 바퀴 도는 것은 형식주의이며, 생색내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현장대장정은 조합원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현장대장정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고 방문 현장을 수시로 조정하는 문제는 반성해야 한다. 현장대장정 중 나온 의견이나 주문사항을 지역본부·시협(지구협)과 연대강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장 수평적 연대에 도움되지 않는 대장정은 그냥 왔다가 간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쉬움이 많지만 현장대장정은 그 자체로 민주노총 역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시대 지역본부 위상과 역할강화 방안은=산별시대가 됐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산별노조 형식이 초보단계로 갖춰졌을지 모르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기업별, 대공장중심주의에 함몰돼 있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산별노조와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산별노조 조직적 틀이 현재 것으로 고정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산별형식은 다양할 수 있고 또 다양해야 한다. 지역본부는 산별노조가 할 수 없는 연대투쟁을 진행하는 지역투쟁 사령부로 거듭나야 한다. 산별이 못하는 투쟁은 바로 수평적 연대투쟁이다. 일례로 경북 칠곡에서 칠곡군청 환경미화 동지들을 엄호하기 위해 공공연맹이 전국집중 지원투쟁을 했다. 그런데 같은 날 금속노조는 하이닉스 투쟁을 위해 충북으로 조합원들을 집결시켰다. 경북 금속노동자들은 충북으로, 충북 공공노동자들은 경북으로 왔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러려고 산별노조를 만들었나? 자신 산별과 업종이 무엇이든 자기 지역에 복무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산별이 죽었다 깨도 못하는 연대투쟁을 지역본부는 일상적으로 지도하고 투쟁할 수 있다. 우리는 노동자 작업복 색깔이나 연봉, 공장형태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형식적 산별연맹 수직적 연대보다 내용적으로 성숙한, 노동자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수평적 연대를 할 수 있는 힘은 지역본부에 있다.

<노동과세계>에 바라는 점은=민주노총은 내셔널센터로서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과 권위를 가져야 한다. <노동과세계>와 여러 신문들의 통합도 그런 의미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신문만 통합된다고 해서 내용까지 통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통합이라는 형식보다 내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신문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활용되고 읽혀지는지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8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지금 민주노총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진단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이 위기가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주노총이 위기를 돌파한 방식은 늘 투쟁을 통해서였다. 투쟁만이 위기를 극복하는 진정한 처방인 셈이다. 총자본에 맞서 싸우겠다는 염원으로 계급투쟁을 준비하고 기획한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의 협상과 대화 창구에 대한 주장과 노력은 민주노총을 위기가 아닌 파산으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하지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충분한 투쟁력과 조직력을 가졌을 때 하자는 것이다. 투쟁도 제대로 조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섭이나 대화는 무장해제에 다름 아니다. 우리 내부에 무장해제를 하자는 교섭주의자, 노사협조주의자가 많은 것이 위기 핵심이다. 백척간두에 빠진 민주노총을 구하고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색내기용 투쟁으로 면피하는 식이 아니라 목숨 걸고 총자본에 맞서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고 기획하는 것이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이전락 경북지역본부장 약력>
1987년 4월=포항소재 강원산업(현 현대제철) 입사
1987년 7월19일=노조 결성
1990~93년 노동조합 대의원 및 운영위원
1994~95년 노동조합 부위원장
1996~97년 노동조합 제도개선위원(4조3교대 및 단일호봉 단일직급제)
1998년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42일간 342명 정리해고 반대투쟁으로 수배)
2000년 금속연맹 대경본부 부본부장 및 본부장 직무대행(포항지역 5개 신규노조 건설, 산별노조 전환, 연맹·본부 중 최초 본부 해산)
2001년 금속노조 1기 부위원장(경주지부 교섭 대표로 세광공업 투쟁 중 구속)
2002~03년 금속 2기 부위원장·정치위원장(대구지부 대동공업 투쟁으로 벌금 500만원, 구미지부 오리온전기투쟁으로 수배 및 벌금 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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