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경제적 선택에 무의미

경제학은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경제활동에 관계하는 학문이 여러 가지지만, 경제학은 그 중에서도 경제적 선택을 위한 방법을 다룬다.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매일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마다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 출근하기 위한 수단 중 어떤 것이 경제적인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과 볼펜으로 작성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선택에서 고려되는 핵심적 요소는 비용과 효익이다.
그런데 경제적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에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매몰비용은 이미 죽어서 땅속에 장사지낸 것과 같이 더 이상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미 발생한 비용을 의미한다. 이미 발생한 비용은 현재 시점에서 경제적 선택을 하는데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미래에 발생할 비용과 효익만 경제적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공장을 설립하고자 한 결정에는 당연히 경제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총투자비용이 10억원이며, 수익은 15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하자.
그런데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부지 매입, 건물 건설, 생산라인 설치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경제적 여건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부지매입 등으로 5억원이 투자된 이후에 시장환경을 점검해본 결과 이 공장에서 생산될 제품 가격이 하락해 예상 수익이 10억원으로 감소해 이 사업 수익성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경제적 선택인가?
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이미 투자된 5억원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면 추가로 5억원 투자비용이 들지만 수익이 10억원이므로 손실을 입지 않으며, 사업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이익이 된다. 따라서 사업전체로는 수익성이 없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이 예에서 초기 투자액 5억원은 매몰비용으로 의사결정에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이미 지출된 금액이 매몰비용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효율적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매몰비용을 제외하고 현재 시점에서 추가로 발생할 비용과 수익만을 고려해야 한다.
신중철/경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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